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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염원한다면
러시아의 침공뿐 아니라 미국과 서방의 확전에도 반대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 달을 넘겨 계속되고 있다. 적게 잡아도 이 전쟁으로 민간인이 1200명 목숨을 잃고, 400만 명이 전쟁 난민이 됐다고 한다(UN 추산, 3월 29일 현재). 전쟁이 계속되면 이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끔찍한 유혈사태를 계속 일으키는 러시아군은 즉각 철군해야 한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벌이는 참상을 이유로 서방이 더 많은 살상과 파괴를 촉발하는 것을 정당화해서도 안 된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전쟁 전부터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쏟아붓듯 지원하고 있는데다, 3월 26일에 바이든은 이 전쟁의 목표가 러시아 푸틴 정권 교체라고 선포하고는 동유럽에 전투단을 추가 파병했다. 이는 서방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앞으로 몇 년에 걸쳐 계속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서방은 러시아가 “유럽의 평화”와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깨뜨렸다고 말한다. 물론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끔찍한 만행이다.

하지만 서방의 ‘평화 지킴이 코스프레’는 위선이다. 나토 공군이 1999년에 동유럽의 소국 세르비아를 78일 동안 9300번이나 포격한 것은 “유럽의 평화”였는가? 나토군이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점령을 지원한 것은 평화적 행동이었는가?

지금 전쟁에서 미국과 그 동맹들의 관심사는 평범한 우크라이나인들의 안녕과 평화가 아니다. 동유럽 통제권을 두고 러시아와 벌이는 경쟁에서, 더 나아가 인도-태평양을 두고 중국과 벌이는 경쟁에서도 승리해 세계 지배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망자를 더 낳고 난민을 더 늘릴 이 전쟁을 더 지속·확대하는 조처를 계속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역시 “평화”를 말하지만, 갈등을 확대하는 것만을 유일한 대응책으로 여긴다. 젤렌스키는 서방에 무기 지원을 계속 요구하고, 나토군의 우크라이나 영공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집요하게 요구한다. 나토가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면, 이를 집행하기 위해 러시아 공군과 나토군 사이에 전투가 벌어질 것임을, 그리고 이것이 핵무기 보유 강국들 사이의 직접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알면서 말이다.

제재는 전쟁 행위다

무기 지원과 전투 확대뿐 아니라, 경제 제재도 전쟁을 키울 뿐인 행위다. 미국과 그 동맹들의 러시아 제재는 전쟁을 전혀 막지 못했고, 오히려 푸틴이 핵 전력 사용을 들먹이게 하는 등 전쟁을 격화시켜 왔다. 그러면서 전쟁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평범한 러시아인들만 고통에 빠뜨렸다. 이제 평범한 러시아인들은 살인적인 물가 인상 때문에 식료품과 생필품조차 구하기 어렵고, 이동 수단도 가로막혔다.

전쟁과 제재는 러시아산·우크라이나산 밀에 많이 의존하는 중동 등 세계 여러 지역의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타격을 주고 있다.

따라서, 평화를 염원한다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할 뿐 아니라,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러시아 제재와 확전 시도에 반대하고, 그리고 한국 정부가 여기에 동참하는 것에도 반대해야 할 것이다.

 


한국 정부의 나토 전쟁 회의 참가, 평화에 도움 안 된다

한국 정부는 전쟁 초기부터 러시아 제재에 동참해 왔는데, 이번에는 나토의 전쟁 회의에도 동참할 예정이다.

4월 6~7일 열리는 나토 외교장관 회의에서는 러시아 추가 제재가 주요하게 논의될 예정이다. 여기에 아시아의 친미 동맹들인 한국, 일본, 호주 등도 초청받았다.

한국이 미국의 러시아 압박에 동참해 온 것은, 서방의 편이 많아 보이게 하는 정치적 효과를 냈다. 서방 바깥 국가들 다수가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어느 쪽도 편들지 않고 있는 터라 그 의미가 작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도 한국에 여러 혜택을 줬다.

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 역시 이런 공조를 지속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공조는 우크라이나의 평화에도, 아시아 정세의 긴장 완화에도 도움이 안 된다.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을 의식해 아시아 동맹국들을 결속하려는 시도가 더해질수록 중국도 자극받을 것이고, 이는 다시 아시아 정세도 긴장케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에도 도움이 안 됨은 물론이다.


지금 전쟁을 러시아 대 우크라이나 갈등으로만 봐선 안 된다

이번 전쟁을 볼 때 러시아의 침공 행위에만 초점을 맞추는 시각이 많다. 물론 러시아의 피투성이 침공에 맞서 우크라이나인들은 자신의 삶을 지킬 권리가 있다.

하지만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 대 우크라이나라는 범위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그림의 일부만 보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비극은, 지난 30년간 서방과 러시아의 동유럽 쟁탈전에 의해 갈갈이 찢겨 왔다는 것이다.

소련 해체로 냉전이 종식되자, 미국과 서유럽 강대국들은 나토와 유럽연합을 옛 소련 영향권으로 확장해 러시아를 포위하려 했다. 이에 맞서 푸틴의 러시아는, 군사적 침공과 경제적 영향력 모두를 동원해 서방을 상대로 동유럽 쟁탈전을 벌여 왔다. 십수 년에 걸친 이 쟁탈전이 이번 전쟁으로 분출한 것이다.

이렇듯 이번 전쟁은 강대국들 간 경쟁의 결과이고, 그 연장선에서 봐야 한다. 평범한 우크라이나인들은 서방과 러시아 양측 모두의 장기짝이 돼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이번 전쟁을 ‘민주주의 vs. 권위주의’ 구도로 보는 시각도 본질을 비켜가는 것이다.

물론 푸틴은 러시아에서 권위주의적 억압을 일삼아 왔다. 그러나 미국과 그 동맹들은 ‘민주주의’의 수호자인가? 살인적 전제 왕가가 지배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인종차별 국가 이스라엘을 대할 때는 그 비민주성을 편리하게 눈감아 주지 않았는가?

게다가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식 관점은, 똑 같은 경쟁의 판에서 싸우는 어느 한쪽(서방)을 더 낫다고 치장하고 러시아에 맞서 서방을 지지하는 것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하지만 서방의 압력은 러시아에서 용기 있게 벌어진 반전(反戰) 운동에 해가 됐다. 푸틴은 경제 제재로 인한 러시아의 사회 위기를 서방 탓으로 돌리며 반전운동을 혹독하게 탄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전쟁의 성격을 오해하고 러시아만 규탄하며 서방의 러시아 압박을 지지해서는 전쟁을 멈출 수 없다. 우크라이나를 유린하는 강대국 모두에 반대하며 자국 지배자들의 전쟁 노력을 저지하기 위한 반전운동을 건설하는 것이야말로 전쟁을 끝내는 최선의 길이다.

2022년 4월 2일 

노동자연대 청년학생그룹

 

 

▶️오는 4월 9일 열리는 노동자연대 청년학생그룹 주최 <전쟁과 마르크스주의 하루학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왜 벌어졌으며 평화를 바라는 이들은 이 전쟁에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미국의 힘에 기대 전쟁을 끝낼 수 있을지, 자본주의에서 왜 전쟁은 끊이지 않는지 등에 대해 토론합니다. 청년학생 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참가신청하기: https://bit.ly/warandmarx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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