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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기고글

[서평] 《경쟁에 반대한다》
경쟁은 자연스럽고 효율적인 걸까? 경쟁에 지친 청년들을 위한 힐링 도서

강혜령

 

오늘 수능 성적표가 발표됐다. 수능은 대학진학을 원하는 많은 청년 학생들에게 피할 수 없는 지옥의 입시제도이다. ‘대학만 가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이 사회의 희망고문 속에 많은 학생들이 입시 경쟁의 경주마로 20년 가까이 산다.

필자도 입시 당시를 떠올려 보면, 당장 대학에 가지 않으면 모든 게 끝날 것만 같은 불안에 휩싸이고 입시가 끝나기 전까지 깊은 우울감을 겪었다. 이런 고통 탓에 많은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경쟁을 미덕으로 배우면서도 경쟁 없는 사회를 꿈꾼다.

책 《경쟁에 반대한다》(알피 콘, 민들레)는 고통스러운 이 무한 경쟁 사회에서 경쟁이 아닌 다른 대안을 모색하는 이들에게 유익한 책이다.

책의 저자 알피 콘은 경쟁의 본질이 무엇인지, 잔인한 경쟁이 왜 사회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지 논리적으로 풀어나간다. 또 경쟁이 인간본성이고 효율적이라는 믿음을 반박하며, 경쟁이 아닌 협력이라는 대안을 제시한다.

 

경쟁이란 무엇인가?

우선, 저자는 도대체 경쟁이 무엇인지 정의한다.

저자는 경쟁의 본질이 “상호 배타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것” 이라고 정의한다. 경쟁은 승패구조가 명확한 구조로 상대가 져야만 내가 이길 수 있다.

“이는 간단히 말해서 당신이 실패해야만 내가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 소위 제로섬 게임이라 부르는 포커에서처럼, 한 명이 이기기 위해서는 우리 중 누군가는 정확히 그만큼 잃어야 한다. … 이것이 바로 경쟁의 본질이다.”

또한 저자는 경쟁이 서로에게 끼치는 영향을 전제하기 때문에 “자신과의 경쟁”은 잘못된 표현이라고 지적한다.

“자신의 과거 기록이나 객관적인 기준에 현재의 성취를 비교하는 것은 경쟁의 사례가 될 수 없다. 단지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것과 남과 겨루어 이기려는 것을 혼동하면 안 된다.”

 

경쟁≠인간본성

인간은 본디 이기적이고 이기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경쟁도 결국 인간 본성이라는 생각이 사회에 상식으로 퍼져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경쟁=인간 본성’이라는 상식에 완강히 반대하는 것이다. 저자는 경쟁은 본성이 아니라 “학습되는 효과”라고 말한다. 저자는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의 주장을 인용해 이렇게 설명한다.

“그것은 계속해서 경쟁하도록 부추기는 사회의 인위적 시스템에 의해 끊임없이 재생산되어야만 경쟁은 유지될 수 있는데, 역설적이게도 미국인들은 경쟁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우선 우리는 경쟁하도록 또한 경쟁을 원하도록 제도적으로 사회화되는데, 그것이 경쟁이 필연적이라는 증거로 활용되는 결과를 낳는다.”

인간본성이 이기적이라면, 사회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연대와 희생은 결코 설명될 수 없을 것이다. 즉, 남의 실패가 곧 본인의 이득이 돼버리는 비인간적인 체제 속에서도 여전히 연대와 희생이 있다는 사실은 결코 경쟁이 인간본성이 아니라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다.

그렇다면 이 사회는 왜 이렇게 경쟁이 만연할까? 경쟁은 단지 선택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덜 경쟁적인 사람과 더 경쟁적인 사람은 존재하지만, 경쟁적인 체제 안에서 혼자만 경쟁을 그만두고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저자는 경쟁이 본성이라는 믿음을 누가 조장하며 그로부터 누가 이득을 얻는지 날카롭게 지적한다.

“공격성이나 경쟁심이 인간본성이라는 주장처럼 어떤 것이 필연적이라는 주장은 전형적으로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이용된다. … 명백히 이것은 현상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믿음이다.”

시험을 생각해보자. 사실 모든 인류 사회에 시험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늘날 시험제도는 ‘인간 본성’에 따른 자연스러운 제도가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의 필요에 맞춰 만들어졌다. 신분제가 철폐된 이 사회에서 ‘공정 경쟁’은 신분의 사다리를 넘나드는 공정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시험은 공정은커녕 노동력을 더 손쉽게 통제∙관리하고, 학생들을 위계화된 노동시장에 배치하는 구실을 해왔다. 그러니 소수는 성공할지 모르지만 다수는 경쟁의 구렁텅이에서 살아야 한다.

인간의 능력은 온전히 존중받지 못 하고, 수량화된 경쟁 속에 심지어 퇴보를 겪기도 한다. 즉, 다수 인간이 아닌 이 체제와 체제를 운영하는 소수의 필요에 맞게 경쟁은 부추겨져 왔다. 지배자들은 이런 경쟁을 부추겨 단결하지 못 하게 하고 아래로부터의 저항을 방해한다. 이처럼 지배자들은 경쟁이 인간본성이라는 ‘상식’을 통해 다양한 이득을 얻는다.

 

그래도 경쟁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 아닐까?

하지만 경쟁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신화는 오래됐다. 오늘날 사회를 ‘경쟁 사회’라고 부를 만큼 경쟁은 만연하고 자연스럽기 때문에 경쟁이 효율적이라는 믿음도 뿌리 깊다. 또, 경쟁이 인간 본성이라는 믿음을 통해 득을 보는 자들은 이런 믿음이 더 확고해지길 바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경쟁이 효율적이라는 온갖 거짓말을 반박하며, 오히려 이 사회가 경쟁 탓에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폭로한다.

“언론을 생각해보자. 뉴스 취재를 위한 치열한 경쟁은 기자들을 매우 불안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러한 경쟁의 결과로 우리는 더 좋은 기사들을 볼 수 있는가? 기자들이 신문의 1면을 차지하기 위해, 혹은 텔레비전 뉴스의 첫머리를 장식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언론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며, 언론사 간의 구독 경쟁이나 시청률 경쟁 역시 마찬가지이다. 특히 언론사 간의 경쟁은 이목을 끌기 위한 선정적인 제목, 그리고 판매 촉진을 위한 끝없는 다툼을 낳는다.”

또 우리는 경쟁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불안한지 잘 알고 있다. 시험이라는 경쟁에서 많은 사람들은 엄청난 불안감에 시달리고 제 실력만큼 치르지 못하거나 실수도 한다. 저자는 약간의 불안감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여키스-도슨 법칙 이론)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경쟁이 그 효율성을 떨어뜨릴 정도의 높은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스트레스가 심한 경쟁 상황에서 사람들은 더 나은 성과는커녕 그저 실패하지 않는 데만 급급하다. 실패를 피하기 위해 애쓰는 것과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그렇다면 경제 속 경쟁은 어떨까? 세계 수많은 크고 작은 기업들은 서로 경쟁한다. 저자는 이렇게 지적한다. “경쟁의 목적은 좋은 상품의 생산이 아니라 시장에서의 승리이다 … ‘뒤쳐지지 않기 위한’ 경쟁이 위험을 내포할 수도 있다. 이런 문제는 경쟁사를 이기기 위해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약품을 서둘러 시판하는 제약회사, 오염 방지 시설을 설치하면 경쟁력이 떨어질까 봐 폐기물을 무단 폐기하는 공장 등의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물론 기업들은 경쟁에서 이기려면 어느 정도 양질의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자본주의에서 이윤 경쟁은 멈추면 넘어지는 자전거와 같아서 이윤 경쟁이 맹목적 목표가 되고, 사람의 필요는 후순위가 된다. 이것이 인류의 발전에 이로울까?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머리를 맞대기는커녕 특허 내기에 급급한 제약회사와 각국 지배자들을 보라.

이런 경쟁을 통해 쌓아올린 기업의 돈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기업은 적은 돈으로 많은 이윤을 뽑아내기 위해 더 값싼 원재료를 사용하고, 노동자를 착취하며 경쟁에 뛰어든다. 일자리가 늘기는커녕 저질 일자리와 실업이 만연한 것도 이를 보여 준다.

인류의 발전, 필요 모두에서 경쟁은 비효율 그 자체다.

 

좀더 공정한 경쟁이 대안이 될 순 없을까?

청년 실업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권력자들의 자녀들은 온갖 특혜를 받으며 대학과 기업에 손쉽게 들어간다. 정권이 바뀌어도 매 한가지였다. 최근 곽상도 아들은 퇴직금으로 50억 원을 받아 사회적 공분이 일었다. 이런 특혜가 연이어 폭로되는 와중에 청년 노동자들은 다치고 사망하기도 했다. 청년들이 ‘공정’을 요구하는 데는 바로 이런 계급 불평등의 현실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계급에 따라 애초에 출발선이 다르고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공정한 경쟁’도 가능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저자도 ‘더 나은 경쟁’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나는 ‘불공정한 경쟁’보다는 경쟁 자체의 문제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즉 불공정은 잘못된 경쟁 때문이 아니라, 경쟁 그 자체가 필연적으로 불러오는 결과인 것이다.”

경쟁은 불공정과 반칙 자체를 함께 품고 태어난다.

 

경쟁이 아닌 다른 대안

저자는 협력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모든 노동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사회변화는, 더 많은 인센티브를 얻기 위한 개개인의 경쟁적 투쟁이 아니라 집단행동이라는 단결을 통해서만 이뤄낼 수 있다.”

저자는 현재의 교육제도를 꼬집으며 ‘협력’이라는 가치를 더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협력’을 교육하는 교육자가 필요하고, 개인이 경쟁을 거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물론 경쟁에 반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개개인의 선언 등 개인주의적 방식으론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경쟁이 필연적으로 불공정을 불러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본주의도 필연적으로 경쟁체제를 불러온다. 따라서 ‘경쟁’이란 개념을 자본주의에서 열매 따듯이 따서 그것만 제거할 수 없다.

따라서 경쟁 없는 사회를 만드는 현실가능한 대안은 경쟁과 축적으로 돌아가는 자본주의와 이 사회를 수호하는 지배자들에게 집단적으로 맞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대와 협력이 우리 모두가 다 같이 살아남을 수 있는 진정한 해결책이라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에 맞선 투쟁의 과정에서 꽃 필 것이다. 위대한 투쟁의 역사들은 지배계급이 ‘어쩔 수 없다’고 합리화시켜 유지해 오던 모든 차별과 억압의 이데올로기를 깨부수는 결과물을 쟁취했다. 경쟁에 반대하는 청년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감, 희망, 투지를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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