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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태일이〉
전태일의 치열한 삶과 희생이 남긴 희망의 메시지

김태양

오는 12월 1일 애니메이션 영화 〈태일이〉가 개봉한다. 나는 지난 11일 시사회에 참석해 이 영화를 일찍 볼 수 있었다.

어렸을 때 종종 가던 도서관의 어린이 코너에는 최호철 작가의 만화 《태일이》가 꽂혀 있었다.

ⓒ출처 명필름

만화 《태일이》는 전태일의 곤궁한 어린 시절부터 분신까지, 그의 굴곡진 삶 전체를 그린 작품이었다. 오래 전에 읽어서 자세한 내용까진 기억나지 않지만, 묘사가 매우 생생하고 흡입력이 넘쳐 여러 차례 읽었다.

하지만 마지막 권에는 손이 잘 가지 않았다. 결말이 너무 슬퍼서였다.

사실 결말만 슬픈 건 아니었다. 내가 보기에 전태일은 아버지의 강요로 학업을 포기하고, 가족을 부양하느라 어린 나이부터 궂은 일에 시달리고, 온갖 천대에 시달리다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인물이었다. 그의 성실하고 따뜻한 심성에서 비롯한 일화들은 그의 죽음을 더욱 비극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그런 생각이 바뀐 건 대학교 1학년 《전태일 평전》을 읽었을 때였다. 전태일이 그냥 불쌍한 인물이 아니라, 평화시장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려고 치열하게 고민한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영화 〈태일이〉도 주인공 태일의 의식이 고민 속에서 성장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영화는 전태일이 평화시장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기술을 배워 가족을 부양하려고 시작한 재단 일이지만, 태일은 동료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는 미싱사·시다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평화시장 전체의 노동조건에 주목하게 된다.

태일은 뜻이 맞는 재단사 친구들과 함께 노동조건 실태를 조사하고 정부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언론에 제보하는 일을 벌인다. 평화시장 대표는 태일과 그의 친구들을 달래는 척하면서 약속을 저버리고, 경찰이나 공무원들도 태일을 무시하고 윽박지른다. 마르크스가 노동자들의 의식이 투쟁을 통해서 발전한다고 봤듯이, 태일과 그의 친구들도 저항하는 과정에서 의식을 발전시킨다.

그리고 1970년 11월 13일 근로기준법 화형식을 하기로 한 날, 태일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인다. 기업주와 정부를 믿을 수 없고 노동자들이 단호하게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였다.

내 생각보다 영화 〈태일이〉는 밝은 분위기였다. 태일이 자신을 희생하는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과정은, 쓰라린 좌절도 있지만 변화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거듭 확인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잘 묘사한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 가치가 있다.

영화를 보기 전이나 후에 《전태일 평전》이나 만화 《태일이》를 읽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 작품들은 영화의 배경인 1960~1970년대 한국 사회나 전태일의 삶의 궤적 등을 폭넓고 생생하게 다룬다.

ⓒ출처 명필름
※ 이 글은 <노동자 연대> 신문에도 실렸습니다. https://wspaper.org/article/26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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