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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누가 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가》
기후변화 회의론의 민낯을 드러내다

강미령

 

지난 몇 년간 우리는 가장 끔찍한 기후 위기 부정론자를 목격했다. 바로 트럼프다. 그는 “지구 온난화가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려 하는 중국인들이 창조한 것[관념]”이라고 말하고, 대통령 임기 내내 기후 위기 부정론자라고 스스로 밝히기를 전혀 꺼지리 않았다.

《누가 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가 – 거짓 선동과 모략을 일삼는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에게 보내는 레드카드》(마이클 E. 만, 톰 톨스 지음, 정태영 옮김, 미래인, 13000원)

트럼프뿐 아니라 최근에도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책과 주장이 나오고 있다.

언뜻 기후변화를 부정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문제적인 주장들도 있다. 여러 신기술을 이용해 지구온난화를 멈추거나 지연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최근 빌 게이츠가 이런 주장을 담은 책을 냈다.

정말 대기의 탄소를 포집하는 방식이 획기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을까? 지구가 점점 더워지는 것은 지구 탄생 이래로 있던 자연스러운 현상일까? 지구온난화도 문제이지만 에너지 불평등이 더 문제라는 주장에는 뭐라고 답해야 할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싶거나, 기후변화를 멈추려는 사람들에게 좋은 책을 소개한다. 《누가 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가 – 거짓 선동과 모략을 일삼는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에게 보내는 레드카드》(마이클 E. 만, 톰 톨스 지음, 정태영 옮김, 미래인, 13000원, 원제: The Madhouse Effect)이다.

저자 마이클 만은 세계적인 기후과학자로 지구온도 기록의 급격한 상승 추이를 나타낸 ‘하키스틱 곡선’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의 공격도 많이 받았다. 공저자인 톰 톨스는 <워싱턴포스트>의 시사만평가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만평을 실어 왔다.

 

근거의 우월성

저자는 기후가 뜨거워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면 과학계에서 엄청난 스타는 물론이며 벼락부자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미 수많은 과학자들이 지구 온난화를 반박해 보려고 도전했지만 허사였다. 오히려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고 이 때문에 인류가 점점 더 큰 재앙을 맞이하고 있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후변화는 이미 압도적인 과학적 근거의 힘을 고려할 때 1)정말이고 2)인류가 초래했으며 3)중대한 위협이다. 그런데도 왜 정치인, 관료들 상당수가 기후변화를 여전히 부정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기후변화 부정론이 과학이 아니라 정치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부정론자들과 권력자들의 유착관계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사이비 과학자들, 싱크탱크, 정치인들 사이의 끈끈한 유대와 이해관계를 상세히 폭로한다는 점이다.

악명 높은 기후변화 부정론자 중 한 명인 프레드 싱어는 ‘다작’으로 최고 기록을 세웠다. 냉전시대 로켓과학자이던 싱어는 학계를 떠난 뒤 오존층 파괴, 기후변화, 담배 등을 둘러싼 과학의 정체를 밝힌다는 목표 아래 싱크탱크를 설립했다. 그리고 이와 이해관계가 얽힌 기업들한테서 상당한 후원금을 받아 왔다. 이 책은 싱어를 비롯한 악명 높은 기후위기 부정론자들의 범죄와 그들의 뒷배를 세세하게 까발리고 있다.

석유기업과 정치인들의 공공연한 거래도 폭로한다. 미국의 거대 석유기업 코크인더스트리는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보수파 정치인들의 돈줄 노릇을 해 왔다. 그뿐 아니라 기후변화 대책을 지연시키려는 조직, 레이첼 카슨 같은 과학자를 공격하는 연구소 등에 가리지 않고 돈을 댔다.

이 책에 담긴 수많은 폭로들을 읽다 보면, 분노가 일지 않을 수 없다.

 

기후 위기 부정론자들의 논리를 반박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화석연료의 사용을 멈추는 해결책을 반대해야 할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기후변화 자체를 부정하려고 엄청난 언어 곡예를 일삼고 범죄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 책은 이들의 논리 전개 방식을 ‘6단계 부정론’으로 정리하여 낱낱이 반박하는데 그중 일부만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행동하기엔 너무 늦었거나 비용이 너무 많이 들 테니 간단한 기술적 해법을 찾아보자.”

이 태도는 얼핏 보면 기후변화를 인정하는 것 같지만 잘못된 길로 빠지는 지름길이다. 저자는 이 주장이 왜 거짓인지를 드러내면서 행동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더 많은 비용을 초래한다고 반박한다.

“기후변화에 맞서서 행동에 나설 경우 여타 긴급한 문제의 해결에 쓰이는 자원을 빼앗아 다른 목적으로 돌리는 결과를 초대할 수 있다.”

이 주장은 ‘에너지 빈곤’ 개념에 기반해, 에너지에 대한 접근성의 부족이 개발도상국 사람들에게 주요한 위협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전제는 결국 개발도상국과 형편이 어려운 나라들의 희망이 화석연료라는 논리로 이어진다. 빌 게이츠, 브레이크스루 연구소 등이 이런 주장을 한다. 저자는 이 연구소가 공교롭게도 천연가스 업계 이익집단들과의 연결고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구공학, 신기술이 온난화를 막을 수 있을까?

최근 빌 게이츠는 자신의 책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에서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기술을 통한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지구의 환경 변화를 조작하는 지구공학을 대안 중 하나로 언급하기도 한다.

이 책은 이런 주장이 왜 해결책이 될 수 없는지를 자세히 보여 준다.

대기에 거울을 띄워 햇빛의 일부를 돌려보내자는 계획이나 바다에 무언가를 쏟아붓는 등의 이야기를 들어봤다면 이 책의 7장이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나아갈 길

그렇다면 기후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저자들은 마지막 장에서 지구를 지키기 위한 운동에 참가하고 ‘재생에너지와 탄소가격제를 지지하고 이를 대변할 정치인들에게 투표’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세계경제를 주무르는 화석연료 기업들을 투표로 통제할 수 있을까? 환경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자본주의 경제가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는데 시장 경쟁이 해법이 될까? 기업의 이윤을 뒷받침하기 위한 일들을 하고 있는 정치 권력자들이 지구를 위기로 내모는 자본주의 경쟁을 멈출 수 있을까?

세계 정상들은 꾀죄죄한 기후 위기 대책만을 내놓고 있다. 우리에겐 더 급진적이고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대안에서 아쉬움이 있지만 이 책의 압도적 부분은 기후변화 부정론을 반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후 위기의 진실과 이를 부정하는 자들의 실체를 아는 것은 기후 운동에 나서는 데에 큰 자신감을 줄 것이다.

 


권력자들이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 책은 2016년 9월 끔찍한 기후변화 부정론자인 트럼프가 출마한 미 대선을 앞두고 발간됐었다. 저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기후에 투표하라.” “차기 대선은 기후에 관한 사실상 운명이 걸린 선거다. … 대통령과 의회 모두가 한 배에 올라타야만 지구촌의 다른 나라들과 함께 노력해서 탄소배출량 감축에 성공할 수 있고 그래야만 최종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권력자들이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

기후변화 부정론이 과학이 아닌 정치의 문제라면 그 해법 또한 정치적 문제일 것이다. 이 책의 제안대로 지금 당장 ‘스키장 최상급자 코스’ 모양의 그래프를 그리며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 화석연료에 기반한 경제와 단절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자본주의의 초기부터 쌓아 올려진 화석연료 산업의 권력에 도전해야 한다.

그러나 친환경주의자 행세를 하는 미국 대통령 바이든이 내놓은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치는 지구 기온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줄이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이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나라인데도 그렇다. 또한 화석연료 근절 계획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탄소중립 계획을 30년이나 미뤄 운동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윤의 논리로 돌아가는 자본주의 체제가 지구를 망치고 인류의 운명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음이 분명해지고 있다. 그런데 정치, 권력 지배자들은 이 위험천만한 시스템을 유지하고 운영하는 데에 사활적이다. 이들에게 의존해서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없는 까닭이다.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고, 누구와 싸워야 할지가 점차 중요한 물음이 되고 있다. 화석연료 기업과 이들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정치인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강력한 권력자들이다. 따라서 이들에 맞서야만 획기적인 변화를 이룰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성장하는 기후 위기 반대 정서와 행동은 그럴 잠재력이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기사 추천>

이 글은 ‘권력자들은 정말로 기후 위기를 해결할까?‘에서 많은 부분을 참고했다. 그밖에도 다음 글과 영상도 도움이 될 것이다.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세 추진: 노동자와 빈국에 책임 떠넘기는 보호무역 정책

[온라인 토론 영상] 바이든 주도로 세계 정상들은 기후 위기 해결에 힘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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