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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있지만 없는 아이들》
이들의 권리는 곧 우리의 권리, 미등록 이주 아동의 현실을 들여다보다

나유정(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

 

은유 지음,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창비

한국에는 미등록 이주민이 약 40만 명 있고, 그중 약 2만 명이 미등록 이주 아동이라고 추산한다.

‘미등록 이주 아동’이라는 말은 ‘이주 노동자’, ‘난민’이라는 단어에 비해 생소할 수 있다. 미등록 이주 아동은 이주민 부모를 따라 한국으로 이주했거나 한국에서 태어난 아동 중 부모의 체류자격 상실, 난민 신청 실패 등 다양한 이유로 체류자격이 없는 아이들을 말한다. 그들은 태어나자마자 혹은 어느 날 갑자기 ‘불법’적인 존재가 된다.

미등록 이주 아동들이 처한 현실은 열악할 따름이다. 이들은 주민등록번호가 없어서 휴대폰 개통도 어렵고, 웬만한 인터넷 사이트 회원가입조차 할 수가 없다.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고 나서 n분의 1로 계좌이체를 할 수도 없다. 통장 개설 자체가 과정이 복잡하고 까다로워 하늘의 별따기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식당 등에 출입할 때에도 본인 명의 QR코드가 없어 출입 자체를 주저하게 되곤 한다.

《있지만 없는 아이들 – 미등록 이주아동 이야기》(은유 지음,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창비)은 한국 미등록 이주 아동의 현실을 9명의 목소리를 통해 담아낸 책이다. 5명의 이주 아동, 그리고 이주 아동의 어머니, 이주인권 활동가, 이주 아동 지원 변호사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미등록 이주 아동에게는 죄가 없다

이 책은 미등록 이주 아동들이 겪는 고통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한국에서 태어난 몽골 국적의 마리나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한국에서 떠나야 하는 처지였다. 한국 정부가 미등록 이주 아동이 만 18세가 지나면 체류를 더는 허가하지 않고 본국으로 송환하기 때문이다. 의료보험에 가입을 못하니 아파도 병원에 갈 수가 없고, 사회복지사라는 꿈이 있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강제퇴거 명령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 꿈을 제대로 준비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현재는 강제퇴거 조처가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고, 2020년 5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법무부에 마리나의 강제퇴거를 중단하라고 권고한 상태이다.)

카림도 마리나와 마찬가지로 꿈이 있었지만 주민등록번호가 없어 자격증 시험 하나 못보는 현실에 좌절해 수능을 포기했다. 카림의 동생 달리아는 한국어로 시를 맘껏 써내려 갈 만큼 창작에 재능이 있다. 하지만 오빠 카림처럼 고3이 되자 대학 입시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페버는 등록 이주 노동자이던 아버지가 고향에 갔다가 돌아오지 못하면서 갑자기 미등록 처지가 됐다. 그는 법무부에 탄원서를 제출해 강제퇴거 명령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거절 이유 중 하나는 ‘한국에 폐를 끼친다’는 것이었다.

“왜 한국에서 계속 살고 싶으냐고 묻는 사람이 있어요. 저는 이 질문을 한 사람에게 그대로 되돌려주고 싶어요. 그럼 왜 당신은 한국에서 살고 계시나요? 똑같아요. 저는 이곳에서 태어나 자랐어요. 그러니까 여기서 사는 거죠. 만약에 제가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나 자랐으면 아마 거기 살지 않았을까요? 꼭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페버, 강조는 인용자)

이란 출신 김민혁 군은 학교 친구들과 함께 난민 인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 끝내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참고 기사: https://wspaper.org/article/21108). 민혁 군은 이란 정부의 종교적 박해를 이유로 난민 신청을 했지만 난민으로 인정받기까지 그 과정은 지난하고 고통스러웠다. 난민 심사 면접에서 찬송가나 기도문을 제대로 못 외웠다는 이유로 난민 불인정을 받기도 했다. 그는 난민 심사를 받으러 갔던 것이지 사제 시험을 보러 간 것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누구라도 어떤 이유로 난민이 될 수 있어요. 저도 한국에 왔을 때는 그냥 외국인이었는데 하루아침에 난민이 된 경우예요. 난민이나 이주노동자들을 무조건 한국에 돈 벌러 온 사람, 우리의 일자리를 뺏으려 온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는데 이들도 그냥 사람이에요. 일자리를 뺏는 것도 아니죠. 취직을 할 수 있는 데가 정해져 있어요. 전문직이 아닌 단순노동이고, 한국인들이 잘 안 하는 일자리로 가야 해요.”(김민혁, 강조는 인용자)

미등록 이주 아동은 한국에서 살고 있지만 없는 존재가 돼버리기 일쑤다. 코로나19로 전국 중학생에게 비대면학습지원금이 지급됐는데, 외국 국적인 학생들은 모두 배제되는 일도 있었다. 이와 같은 기본적인 지원에서조차 배제당하는 미등록 이주 아동들의 심정은 어떨까.

그러나 이주 아동들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부모를 따라 어려서 타지에서 한국으로 오게 됐거나, 어쩌다 태어난 곳이 한국인 것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난민 가정의 자녀들은 출생 등록을 못해 ‘무국적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출생 등록을 부모의 국적국 대사관에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은 의무교육 대상자가 아니어서 학교에 사정을 해 입학해야 하고, 건강보험 가입도 불가능하다.

미등록 이주 아동들은 한국 국적 아동과 동일하게 충분히 잘 교육받고, 치료받고,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저희는 한국에서 평생을 생활하고 있잖아요. 태어난 건 죄가 없는데 왜 차별당하고 고통받고 꿈도 못 이루고 살아야 하는지 솔직히 이해가 잘 안 돼요. 최소한 제 동생들, 여기서 태어난 사람만이라도 체류자격이 주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카림)

 

미등록 이주민 합법화

이주 아동이 미등록 상태가 되고, 고통받는 이유는 대부분 부모들의 불안정한 체류 문제와 연결돼 있다. 미등록 이주민은 이주민 5명 중 한 명으로 적지 않은 비율은 차지하는데, 이주민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미등록 상태가 된다.

예를 들어, 고용허가제는 이주 노동자를 단기간에 최대한 이용한 뒤 돌려보내고 새로운 노동자를 충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래서 이주 노동자들은 한국에 가족을 데려올 수도 없다. 이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애초에 정주를 막는 방식으로 제도가 설계돼 있다. 사업장 변경도 제한돼 있어 이주노동자들은 극도로 열악한 조건을 강요받는다.

그러다 보니 노동조건을 견디다 못한 이주 노동자들이 사업장을 벗어나면 미등록으로 전락하기도 하는 것이다. 또 애초에 가족과 함께 살 권리가 보장되지 않다 보니 이주 노동자들이 배우자나 자식을 몰래 한국으로 데려올 수밖에 없는데 이때 그 가족들은 ‘미등록’ 상태가 된다.

애초에 합법적 이주의 문턱이 너무 높은 것 때문에 미등록 이주민이 양산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고용허가제를 통하지 않고 관광 비자 등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한 뒤 미등록이 되는 이주민의 비율이 상당하다(2021년 4월 기준 전체 미등록 이주민의 약 75퍼센트). 한국에서 일하며 살고 싶은데 ‘합법적으로’ 들어오기가 쉽지 않다 보니 처음부터 미등록 처지를 감수하고서 한국으로 들어 오는 것이다.

법적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해 미등록 처지가 되는 난민들도 많다. 한국 정부는 박해나 곤궁을 피해 피난처를 찾아온 난민을 보호하기는커녕 대부분의 난민을 ‘가짜 난민’으로 취급하고, 취약한 처지로 내 몬다. 앞서 살펴봤듯이 난민 가정의 아이들은 아예 출생 등록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정부의 부당한 이주 규제 때문에 많은 이주민들이 미등록 신분이 돼서 불안에 떨며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고 가족도 덩달아 미등록 상태로 떨며 지내야 한다. 미등록 이주 아동의 문제가 해결되려면 근본적으로 이주민, 난민들이 안정적으로 일하고 살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미등록 이주민들을 조건 없이 전면 합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연대의 중요성

정부는 이주 규제와 통제를 정당화하려고 이주민에 대한 편견을 부추긴다. 이주민이나 난민이 국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거나 우리의 복지와 세금을 뺏는다는 식으로 말이다.

이주민과 난민은 한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존재가 아니다. 실업에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경기 변동, 경제 위기, 기업주와 정부의 정책 등이지 이주민 유입이 아니다. 이주민은 한국에서 일하며 경제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고, 특히 내국인이 기피하는 열악한 일자리에서 일하며 부족한 일손을 돕고 있다.

2016년 한 해 동안 이주노동자가 생산 효과 54조 6000억 원, 소비지출 효과 19조 5000억 원 등 총 74조 1000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일으켰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국내 이민자의 경제활동과 경제기여 효과〉, IOM 이민정책연구원).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일자리를 찾기 위해 이주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 누구든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살고,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가족들이 함께 생활하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 이것은 정말이지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이다.

이주민들이 이렇게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기여를 하는데도 정부와 기업주들이 이주를 규제하고 편견을 조장하는 것은 이주 노동력을 되도록 값싸게 이용하고 손쉽게 통제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동자들 사이에 이간질을 부추기기 위함이다.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차별과 분열 지배는 자본주의 지배자들에게 유용하고 필수적인 도구다. 그래서 지배자들의 차별 논리에 분명하게 반박하고 이주민과 난민에 연대해야 한다.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는 이주민이 더 열악한 처지를 강요받는다면, 내국인 노동자들의 처지도 함께 끌어내리는 압력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노동자들이 함께 단결한다면 더 나은 조건을 쟁취하는 데에서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우리는 노동계급의 관점에서 이주민, 난민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들이 더 안전하고 나은 조건에서 일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연대해야 한다. 이 책에서도 난민 지위를 얻기까지 연대의 힘이 발휘된 경험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은 미등록 이주 아동들이 처한 안타까운 현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주, 차별 문제에 관심이 있고 이런 현실이 바뀌기를 원하는 학생들이라면, 그 현실을 이해하는 첫 출발로서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 참고 자료

《왜 난민을 환영해야 하는가?》 김어진 외 지음, 노동자연대

《이주노동자, 일자리를 빼앗는 적인가 함께 싸워야 할 동지인가?》, 이정원 지음, 노동자연대

‘2021년 4월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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