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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거리 , 학생 기고글

《고통에 이름을 붙이는 사람들》을 읽고
죽음의 일터가 더는 없으려면

김지은(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

 

오늘도 출근했다가 돌아오지 못한 노동자들이 있다.

# 한국에서 위상이 가장 높다는 서울대에서 2년 사이에 청소 노동자 두 명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 6월 26일, 서울대 기숙사에서 근무해 온 청소 노동자가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노동자는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의 대형 쓰레기 등을 계단을 오르내리며 직접 날라야 하는 극심한 노동강도와 관리자가 청소 업무와 무관한 필기시험을 치르게 하는 등 갑질에 시달렸었다. 2019년 8월에는 한 청소 노동자가 무더운 낮, 창문 하나 없는 열악한 지하 휴게실에서 잠들었다가 깨어나지 못했다.

# 기후위기도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한다. 건설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휴식 공간 하나 없는 현장에서 폭염으로 고통받고 있다. 지난 7월에만 건설 노동자 온열질환 추정 사망이 4명이나 된다.

# 올해 4월에는 평택항 하역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23살 청년 고 이선호 씨가 무게 300킬로그램인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사망했다.

# 택배노동자들은 과로사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에 16명이 세상을 떠났고, 올해 5명이 또과로사했다. 기후변화가 심화하면서 폭염이 계속되는데도, 선풍기 하나 없이 야외에서 일하다 쓰러지는 사고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2분기 실적이 사상 최대인 대기업들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의 여전한 영향 속에 노동자, 서민들이 겪는 불평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와 같은 ‘K자형 회복’에는 세계 주요 정부와 기업들이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와 서민에게 전가하는 것이 한몫하고 있다. 특히 한국이 매일 평균 노동자 6명이 사망(OECD 평균 3배 이상)하는 OECD 산재사망률 1위 국가라는 사실은 실은 이 나라 경제가 노동자들을 갈아 넣어서 굴러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고통에 이름을 붙이는 사람들》(2021, 포도밭)은 우리 주변 노동자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이 책을 기획한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1988년 수은온도계 공장 노동자이던 중학생 고 문송면 씨가 수은 중독으로 사망하고, 그해 원진레이온에서 유기용제 중독으로 쓰러진 노동자들의 직업병 인정을 위해 싸운 결과로 만들어진 곳이다. 이 책은 지난 20년 동안 노동자들의 산재와 건강 문제들을 세상에 널리 알리면서 만난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고통의 절벽에 내몰리는 노동자들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 노동자 고 김용균 씨가 석탄이송용 벨트컨베이어를 점검하던 중 벨트와 롤러 사이에 끼는 끔찍한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정규직을 꿈꾸던 24살 청년은 “최소한의 안전도구인 랜턴도 없이 깜깜한 어둠 속에서 휴대폰 불빛에 의지한 채 (인원 부족으로) 홀로 일하다가 참변”을 당했다. 사고 전 노동자들이 위험한 작업 환경에 대한 대책을 수차례 요구했었지만 발전소 측은 이를 무시했고, 결국 고 김용균 씨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기업이 더 많은 돈을 번다고 노동자들의 처지가 자동으로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택배업계는 코로나19로 호황을 맞았지만, 택배 노동자들은 극심한 과로에 시달려 왔다.

택배 노동자 대부분은 특수고용 노동자로,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인 노동3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임금을 택배 건당 수수료로 받는데, 수수료가 낮아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분류작업은 말 그대로 공짜노동이다. “산재보험 가입이나 적정량 이상의 물량 강요, 담당 구역에 대한 택배회사의 갑질 논란도 이러한 고용형태가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어두운 면인 것이다.” 이로 인해 근골격계 질환은 택배 노동자들이 대표적으로 앓는 과로성 질병이다.

최근 현대중공업에서는 도료로 인해 노동자들 사이에서 집단피부병이 발생했다. 이처럼 유해물질 노출로 인해 암에 걸릴 확룔이 높은 조선소 노동자와 소방관, 극심한 노동강도로 자살 위험으로까지 내몰리는 간호사와 콜센터 노동자들까지, 노동자들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책은 풍부한 사례들을 통해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노동자들의 고통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책을 읽을수록 왜 정부와 기업은 노동자들의 고통을 계속 외면하는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누가 이 고통을 뿌리뽑을 수 있을까

이 책이 지적하듯이 노동자들의 고통에는 정부와 기업이 책임이 있다. 다만 정부와 기업을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함께할 수 있는 주체로 볼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의 지난 행보는 정부가 스스로 나서서 노동자들의 산재를 막고 건강을 위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

박근혜 퇴진 촛불운동의 수혜를 입어 당선한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 존중’을 하겠다며 산재사망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산재사망률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났다. 2020년 9월 국민청원 10만 명 동의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정부는 시간만 질질 끌면서 개악안을 내놓았고, 결국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합의로, 이 책이 비판하듯이 누더기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됐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개악을 집요하게 요구해 왔고, 정부는 또다시 후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동자들의 안전하고 인간다운 삶을 위해 필요한 다른 정책들도 휴지통에 들어갔다.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은 진작에 폐기해 버렸다. 내년 최저임금은 9160원으로 고작 1.5퍼센트(440원) 인상됐다. 문재인 정부의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7.2퍼센트로 심지어 박근혜 때보다 낮다! 이는 최저임금에 못 미치거나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킬 것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3권 보장 약속도 입발린 말에 불과했다. 정부는 무늬만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추진하다가, 그마저도 민간위탁 부문의 전환은 아예 포기했다. 다른 공단들처럼 직접고용 하라고 요구하며 싸운 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 콜센터 노동자들을 외면한 채 코로나 방역을 빌미로 집회조차 가로막았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 요구도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윤 경쟁 속에 안전을 위한 비용을 아까워하고, 노동자들을 위험에 내몬다. 자본주의 국가는 이렇게 기업들이 노동계급을 착취해 더 많은 이윤을 얻고, 자본주의적 축적을 효과적으로 하는 것에서 국가 운영을 위한 조세 수입을 얻고 다른 국가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때때로 기업주들과 정부가 분열하거나 갈등을 빚지만 노동자들을 더 잘 착취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이해관계는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 아래로부터의 저항 때문에 압박이 커지면 일시적 개선책을 내놓기도 하지만, 후퇴하기 십상이다. 문재인 정부도 여기에서 예외가 아니었던 것이다.

오히려 노동자들의 고통을 줄이려면 정부와 기업과의 협력이 아니라 이들에 맞선 노동자들의 강력한 투쟁이 강화돼야 한다.

최근 택배 노동자들은 과로사 방지를 위해 분류 인력 충원을 못박는 성과를 얻었다. 그간 정부와 택배사들은 약속 이행을 미뤄 왔는데, 노동자들은 파업 투쟁을 벌여 인력 충원 완료 시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투쟁에 대중적 지지도 컸다. 택배 노동자들은 이를 통해 얻은 자신감으로 개별 사업장 곳곳에서 투쟁을 이어가며 요구들을 쟁취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투쟁과 연대가 강화될수록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도 개선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더 나아가 이윤 축적 경쟁이 동력인, 노동자들을 갈아 넣음으로써 유지되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무너뜨릴 때, 노동자의 몸에 가시처럼 박힌 고통을 완전히 뿌리 뽑힐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가 될 수 있고, 어쩌면 노동자일 많은 학생·청년들이 노동자들의 고통을 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길에 함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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