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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거리 , 학생 기고글

서평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죽음의 일터로 내몰리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생들, 비극의 고리를 끊자

연은정

 

오는 5월 28일은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가 사망한 김 군(당시 19세)이 사망한 지 5년이 되는 날이다. 당시 김 군은 안전 수칙에 따라 2인 1조 작업을 해야 했지만 서울메트로 원청과 하청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만약 김 군이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20분 만에 을지로4가역(9개역을 이동해야 하는 거리)에 도착했어야 할 정도로 김 군은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 세상에는 김 군처럼 지독하게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착취당하고 꽃다운 나이에 목숨을 잃은 청소년들이 많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은유(지은이), 임진실(사진), 돌베개, 252쪽, 15,000원)을 집필한 은유 씨는 수많은 특성화고 현장실습생들의 산재 사고와 죽음이 “특성화고 아이들의 ‘세월호’나 다름 없었다”고 말한다. 그는 ‘겸손한 목격자’로서 현장실습생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문제가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주목받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이 책의 1부는 현장 실습 중 장시간 노동과 폭력으로 목숨을 끊은 김동준 군을, 2부는 김동준들을 다룬다. 2017년 산재로 사망한 이민호 군의 아버지, 특성화고 재학생과 졸업생, 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동조합 위원장, 특성화고 교사의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다. 이야기들이 생생해서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책을 다 읽고 나면 특성화고 학생들의 현실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대안을 고민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최전선

김동준 군은 심성이 착했다. 선생님께 혼이 나도 불만을 갖기보다 그러려니 넘기고 친구관계도 원만했다. 부모와도 자주 대화를 나누는 착한 아들이었다. 김동준 군은 게임스토리 개발자가 되고 싶어서 동아마이스터고교에 진학했다. 이때는 이명박 정부가 심각한 청년실업에 대응한다며 ‘마이스터고 육성방안'(2008년)을 발표하고 곳곳에 마이스터고교가 생겨날 무렵이었다.

김동준 군은 입학 후 얼마 되지 않아 이곳을 졸업하면 자신이 원하는 일은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김동준 군은 CJ 진천 공장에서 꿈과는 상관 없는 소세지 포장 작업을 했다. 그는 엄마에게 CJ 안에 대학이 있으니 “돈 좀 벌어놓고 군대 갔다와서 대학 가야 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동준 군은 회사에서 온갖 괴롭힘에 시달렸다. 선배들은 기강을 잡는다며 얼차려를 시키고, 음주를 강요하고 때리기까지 했다. 김동준 군은 ‘내가 일하러 왔지 얻어맞으러 온 거 아니다. 때리지 말라’고 항의했지만, 뺨까지 맞았다. ‘윗선과 학교 담임선생님에게 보고하겠다’는 말에 선배들은 ‘밖에 알리면 너 죽여 버린다. 내 친구들 중에 주먹 쓰는 어깨들 조폭 형님들 많다’고 협박했다. 근무 중이든, 식사, 출퇴근 중 상관 없이 협박이 계속됐다.

김동준 군은 “너무 두렵습니다. 내일 난 제정신으로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요?”라는 트윗을 남기고 2014년 1월 24일 새벽, 세상을 떠났다. 김동준 군의 부모님은 “좀 더 견뎌보자”고 말하는 게 아니라 회사를 보내지 말아야 했다며 가슴을 쳤다.

사고 후 사측은 김동준 군 개인의 잘못과 불우한 가정사에 의한 죽음으로 몰아갔다. 그러나 당시 사건을 담당한 김기배 노무사는 김동준 군의 선임자에 대한 징계가 벌어진 것을 증거 삼아 산재 신청서를 제출했다. 김동준 군 사망 사건은 현장실습생 사고 중 최초로 산재로 인정받았다.

김동준 군을 보내고 아들의 흔적을 느끼고 싶어서 2년가량 진천 공장을 향했던 어머니는 “특성화고가 장인을 양성한다고 하지만 결국은 공돌이, 공순이를 만들어내기 위한 또 하나의 장치”라면서 “그냥은 안 오니까 … 감언이설로 특성화고니 마이스터고니 만들어 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 실습제는 “현대판 노예제”

이민호 군은 제주도 생수 공장에서 현장 실습 중이었다. 이민호 군은 사고 전 친구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 우리 회사 상황. 원래 있던 베테랑들이 우리 같은 초보한테 1주일 미만으로 알려주고 퇴사함. (2017년 8월 5일)

“내가 언제 어떻게 사고가 날지 모르고 내가 일하는 데 자체가 위험한 데여서 돈을 어느 정도는 남겨둬야 후환이 안 두려움. (2017년 8월 13일)

“원래 7시 30분 출근해서 6시 퇴근인데 내 거 기계 볼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나 혼자 10시 30분 퇴근.” (2017년 9월 18일)

이민호 군은 초보가 맡을 수 없고 숙련노동이 필요한 일을 혼자 도맡았다. 2017년 11월 19일, 이민호 군이 생수를 쌓을 때 기계가 갑자기 멈췄다. 이민호 군은 혼자 컨베이어 벨트를 멈추고 기계 안으로 들어갔다. 이런 일이 벌써 세 번째였다. 하지만 이날 이민호 군의 목과 가슴은 기계에 끼고 말았다. 공정 중 한 군데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전 공정이 멈춰야 정상이지만 컨베이어 벨트는 계속 돌아갔다. 결국 이민호 군은 열흘간 중환자실에서 투석기에 의존하다가 사망했다. 사측이 유가족에게 내민 산업재해 신청서에는 사고 원인이 이민호 군의 잘못으로 돼 있었다.

이민호 군의 아버지는 “대한민국 국회는 있는 사람들을 위해 법을 만들어요. … 제가 느낀 게 뭐냐면요. 대한민국에 살면서 말 잘 들으면 죽는다는 것[입니다]”라며 울분을 터트렸다.

이민호 군 사건은 산재 처리가 됐지만 사고의 원인 규명과 진정한 책임자 처벌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다.

2017년 1월에는 LG 콜센터 해지 방어 부서에서 일하던 홍수연 양이 극심한 감정 소모, 실적 압박에 시달리다 저수지에 몸을 던졌다.

특성화고에서 오랜 시간 학생들을 가르쳐 온 장윤호 교사는 현장실습생으로 나가는 학생들을 두고 “우리 사회의 가장 열악한 부분을 최전선에서 만나는” 아이들이라고 했다.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익명의 공고 졸업생은 현장실습을 나간 학생들이 너무 힘든 노동 조건 때문에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고 학교에 연락을 하면 참으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어떤 학생들은 결석 처리를 하겠다며 협박 아닌 협박도 들었다고 한다. 특성화고에 대한 편견이 가득해 무시를 당하는 일도 부지기수고 자기 전공에 맞지 않는 현장실습은 일상이다. 교사들이 실습 현장을 꼼꼼하게 보고 싶어도 회사가 싫어해서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책은 고졸 졸업 청년들이 겪는 차별도 담았다. 악착같이 노력해 공기업 인턴에 들어갔던 특성화고 졸업생 이은아 씨는 인턴을 뽑을 때 “대졸전형”, “고졸전형”이 나뉘어 있었지만 합격자가 하는 일이 똑같아 허탈함을 느꼈다.

현장실습생 제도 덕분에 기업주들은 ‘현장 학습’이라는 명목으로 고등학생 청소년들을 값싸게, 비정규직으로 착취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역대 정부들은 청년 실업 증가의 원인을 대학 ‘과잉’ 진학 탓으로 돌리면서 대학 구조조정과 고졸 취업을 강조했다. 양질의 공공 일자리를 만들기는커녕 청년들을 열악한 처지에 내몰고, 기업주들을 지원해 온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고졸 취업 활성화 대책, 선취업 후진학 정책을 추진하며 마이스터고교, 특성화고, 일반고 직업계열을 크게 확대했다. 박근혜 정부는 아예 현장실습제도를 더 확대해 3학년 2학기에 할 수 있었던 현장실습을 2학년부터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도 이 기조를 따르고 있다. 이민호 군 사망 후 현장실습생 제도 폐지 요구가 들끓자 당시 교육부 장관 김상곤은 전면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실습 기간이 6개월에서 3개월으로 줄었을 뿐, “학습중심 현장실습”이라는 이름으로 제도는 유지되고 있다.

개악된 점도 있다. 현장 실습은 노동이 아닌 교육이라면서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고,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다. 최저임금 대신 현장실습수당을 지급하게 해서 이제 10명 중 8명이 월평균 100만 원 이하의 임금을 받는다. 임금이 절반가량 줄었든 것이다. 월 20만 원을 받고 실습을 나가는 사례들도 있었다.

청소년∙청년 노동자들의 안전과 노동조건을 뒷전으로 한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평택항에서 300킬로그램짜리 컨테이너 상판에 깔려 이선호 씨가 목숨을 잃었다. 안전 장치 없는 현장에서 일하다 비극을 맞은 이민호 군의 사건과 많이 닮았다. 사실 2년 전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발전소 컨테이어 벨트에 끼어 사망하고서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만들어졌지만 억울한 죽음을 막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두 법을 누더기로 만든 공범이다. 취임 4주년 기념 연설에서 문재인은 “경제 성장률 4퍼센트 이상 달성”을 강조했지만 산업재해는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그러는 사이 비극은 계속되고 있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은 이 비극의 민낯을 우리에게 전달한다. 아마 많은 독자들이 이 현실을 그냥 둬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근본적으로 현장실습생 제도는 청소년을 열악한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로 부려먹는 정책이다. 특성화고를 저임금의 노동계급을 양산하는 곳으로 이용하는 정책도 사라져야 한다. 학생들이 비용 걱정 없이 교육 받을 권리와 취업과 생계 부담 없이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특성화고에 대한 편견이 점차 줄어들고 특성화고 학생들은 위험한 노동조건을 당연한 듯 감내하라고 강요받지 않을 것이다. 양질의 공공부문 일자리가 대폭 늘어야 하고 학생들이 비용 걱정 없이 교육 받을 권리와 취업과 생계 부담 없이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생명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사회 체제에서 득을 보는 기업들과 이를 지원하는 국가에 맞서서 안전과 생명을 우선하는 사회로 바꿔야 한다.

이 세상의 수많은 김동준, 구의역 김 군, 이민호 군 등을 기리며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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