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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기고글

고 김용균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 2주기

오늘도 6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스러진다

약속 안 지키는 문재인 정부, 이윤이 우선인 비정한 자본주의

박혜신(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

 

‘오늘은 다치지 말아야지’, ‘죽더라도 보이는 곳에서 죽어야지’.

2년 전 세상을 떠난 고 김용균 노동자의 동료들은 여전히 출근할 때마다 퇴근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24살 청년 김용균은 공기업 취업을 준비하다 좌절 후, 화력발전소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했다. 그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도 공기업 입사 시험을 준비했다. 대학 졸업 후에도 취업이 어려워 일용직이나 비정규직 일자리를 전전하는 전형적인 우리의 또래였다. 그리고 그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홀로 일하다가 참변을 당했다.

그의 죽음은 또래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남겼다. 산재 사고가 왜 끊이지 않는가? 많은 청년들은 왜 위험한 일자리에 내몰리는가? ‘산재 사망 절반∙비정규직 제로’를 공약했던 문재인 정부는 왜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가? 어떻게 죽음을 막고 양질의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을까?

2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바뀌었고 김용균의 죽음 앞에 또래들이 다짐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왜 산업재해는 사라지지 않는가

문재인 정부는 김용균 씨가 사망한 지 두 달여 만에 당정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참사의 원인을 밝히고, 2인 1조 근무를 위한 인원 충원과 삭감없는 노무비 지급 등을 약속했다.

이후 ‘고(故)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 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김용균 씨의 죽음의 원인으로 발전소 외주화, 비정규직, 인력 부족 등을 꼽았다. 특조위는 발전소 민영화∙외주화 철회, 비정규직 정규직화, 노무비 착복 금지, 인력 충원, 1급 발암물질에 대한 신속한 대책 마련,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을 권고했다.

그러나 “특조위의 권고를 최대한 존중”하겠다던 문재인 정부는 김용균 씨가 사망한 지 2년이 다 되도록 자신이 말한 것들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김용균의 동료들은 여전히 저임금을 받는 비정규직이고, ‘죽음의 발전소’는 오늘도 돌아가고 있다.

2018년 말 문재인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이것이 “김용균법”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 문재인이 직접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한 법률”이라고도 했다. 김용균 씨의 사망 문제가 해결되고, ‘위험의 외주화’가 금지된 것처럼 보이게 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이 법은 김용균 없는 김용균 법이었다. 개정된 산안법은 기존 법보다 원청의 책임 범위를 좀 더 넓히고 처벌을 약간 강화하고 산재 보호 대상을 조금 늘렸지만, 개선 수준이 너무 꾀죄죄해 노동자를 제대로 보호하기에 한참 모자라다. 김용균 씨 죽음의 원인으로 꼽힌 외주화도 금지되지 않았고, 원청의 책임 범위는 여전히 협소하다.

그래서 고 김용균의 동료들은 여전히 죽어가고 있다. 올해 9월 10일 태안발전소, 11월 28일 영흥발전소에서 화물 노동자 2명이 작업 중 설비에 깔리고 추락해 사망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김용균 씨 사망의 책임으로 처벌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지난 11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0년 9월말 산업재해 발생현황에 따르면, 9월까지 사망한 노동자는 1571명이다. 하루에 6명 이상 사망하는 것이다. 2017년 1957명, 2018년 2142명, 2019년 2020명 등 매해 2000여 명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 한다.

이윤을 위한 경쟁에 기초한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비용 절감과 최대 이윤은 기업주들의 지상 과제다. 그래서 기업주들에게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한 비용은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뒷전이 된다.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외주화와 열악한 노동 환경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기업주의 이윤을 건드리지 않으려는 정부는 그들의 책임을 강제하기는커녕 자기 책임마저 회피하고 있다. 정부는 기후 위기에 대처한다며 2034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60호기 중 30호기 폐쇄 계획을 발표했는데, 일자리 대책에 대해선 언급이 없어 노동자들의 불안감이 크다. 정부와 사측은 이를 기회로 임금삭감 시도를 하고 있다.

 

희망

문재인 대통령은 “사람이 먼저”라고 했었다. 그러나 이 정부에게는 기업주가 먼저이고, 평범한 사람의 생명과 안전은 뒷전이다. 예컨대, 문재인 정부는 값싼 인력을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을 위해 고 김동준, 김동균, 홍수연, 이민호 군을 죽음으로 내몬 현장실습 제도도 부활시켰다.

산업재해 발생 시 기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김용균 사망 2주기 하루 전날 연내 처리가 중단됐다. 그러나 노동시간은 늘리고 임금은 줄일 탄력근로제 확대는 착착 추진하고 있다.

그뿐인가? 기업의 이윤을 위해 방역 단계를 높이는 것은 주저하면서 코로나19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다. 유급휴가와 재난지원금 지급에는 인색하다. 공공병원은 짓지도 않고 예산 배정도 안 하면서 노동자 저항을 단속하려고 “방역 치안” 운운하며 경찰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말로는 개혁을 내세웠지만, 실천한 것들은 노동자와 서민의 착취와 억압을 완화할 조처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정책들은 진정한 기반인 기업주들을 대변하는 데 충실했다. 이를 통한 한국 자본주의의 경쟁력과 효율성 제고가 관심사였다. 문재인 정부를 통한 개혁이 불가능한 까닭이다.

김용균의 죽음을 기억하고, 비극을 끝내고 싶은 청년들은 바뀌지 않은 현실에 누가 책임이 있는가를 분명히 하고 여기에 맞서야 한다. 그러려면 노동자들의 고통과 죽음을 먹고 자라는 자본주의 체제와 단절해야 한다. 그리고 이 체제를 수호하는 문재인 정부와도 단절해야 한다.

우리에겐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인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것을 쟁취할 동력은 바로 노동자・청년들의 저항에 있다.

청년 고통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여전히 많은 우리 또래 노동자들이 일하다 끔찍한 죽음을 맞는다. 홀로 엘레베이터를 수리하다가 사망한 27살 하청 노동자, 아파트 외벽 청소 중 로프가 풀리며 추락사 한 31살 하청 노동자, 한 건설 현장에서 추락사 한 특성화고 졸업생…

또 한편에서는 실업과 저질 일자리로 고통받는 청년들이 있다.

올해 청년 넷 중 한 명은 실업 상태다. 취업이 쉽지 않아 구직 기간이 길어지니 일단 비정규직 일자리로 뛰어드는 청년들이 많아졌다. 고 김용균도 그렇게 일하며 더 나은 일자리를 준비했었다. 그러나 경제 위기가 더 심화돼 이런 기대는 좌절되기 십상이다.

일자리의 질도 나아지지 않았다. 청년(15~29세)의 47.7퍼센트가 첫 일자리를 그만둔 사유로 “근로여건 불만족”을 꼽았다.(통계청, 2020년 5월)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는커녕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약속을 파기했고, 단기 저질 일자리를 한국형 뉴딜로 포장하고 있다. 정부의 청년추가고용장려금제도, 청년내일채움공제제도, 청년구직활동 지원금 등은 액수가 턱없이 적고, 취업을 간접 지원하는 수준이다.

만연한 이 고통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깊어지는 세계경제 위기와 코로나19 위기 속에 사장들과 지배자들은 그 대가를 노동자, 서민들이 지게 만들고 싶어 한다. 기업주들은 이윤을 보전하려고 투자를 꺼리고, 임금 삭감, 해고, 저질 일자리 양산이 뒤따랐다. 역대 정부들은 오히려 이런 기업주들의 행태를 제도와 법률로 뒷받침해 줬다.

실업과 저질 일자리는 자본주의 체제의 산물이다. 자본주의는 노동자들을 착취해 이윤을 뽑아내지만, 기업주들은 자본주의 이윤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노동절약적 기술과 기계에 계속 투자를 늘린다. 더 적은 노동자로 같은 양의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더욱 줄이고 기존 노동자를 해고하고, 남은 노동자들을 더 쥐어짠다. 경제 위기가 극심할수록 실업과 노동자 혹사도 더 극심해진다.

마르크스는 이러한 실업자를 “산업예비군(상대적 과잉인구)”이라 불렀다. 이 중 일부는 취업이 불규칙적인 노동자 집단이다. 가령 저임금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청년들 말이다. 이런 “산업예비군”의 존재 덕택에 기업주들은 기존 노동자들을 더욱 쥐어짜기 수월해진다. 그래서 자본주의는 한 쪽에선 과로노동(심지어 과로사!)이, 한쪽에선 대량 실업 상태가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하는 체제다.

청년들의 실업, 저질 일자리, 비극적 죽음의 책임은 자본주의 시스템과 이를 운영하는 지배자들에게 있다.


👉  “우리의 친구, 故 김용균을 만나러 가다”

이 영상은 노동자연대 학생그룹이 지난해 故김용균 사망 1주기를 앞두고 광화문에 찾아가 故김용균 노동자의 동료들을 만나 인터뷰한 영상입니다. 이 인터뷰를 보면,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도 죽음의 현장은 여전하고 문재인 정부가 여태 약속을 지키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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