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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로 세상보기 대학 청년학생 기고글

비리와 부정이 만연한 대학
자본주의 이윤 논리가 대학을 지배한 결과

연은정(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

10월 26일 21대 국회 국정감사가 끝났다. 올해 국감에서도 어김없이 사학비리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특히 올해는 개교 이래 종합감사를 받지 않은 대규모 사립대학 16곳(재학생 수 6000명 이상)에 대한 교육부의 종합감사가 진행됐다. 국내 사립대의 약 40퍼센트가 개교 이래 한 번도 교육부 종합감사를 받지 않았다. 이번 종합감사의 대상은 경희대·고려대·광운대·서강대·연세대·홍익대·가톨릭대·경동대·대진대·명지대·건양대·세명대·중부대·동서대·부산외대·영산대이다. 교육부는 내년까지 차례로 검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지난 7월 연세대와 홍익대, 9월에는 고려대의 감사 결과가 발표됐다.

결과는 충격적이다. 지적 건수만 각각 86건(연세대), 41건(홍익대), 38건(고려대)이었다. 세 대학 모두에서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조성된 교비 회계에서 부정 운용이 적발됐다. 연세대와 고려대에서는 교수가 자기 수업을 들은 자녀에게 성적을 높게 준 일을 두고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고려대에서는 일부 교수들이 단란주점 비용(약 6600만 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여기에는 장하성 주중대사도 포함돼 있다. 이 외에도 밝혀진 부패와 비리가 수두룩하다. 이런 일들은 사립대학 비리가 일부 부패한 재단의 문제가 결코 아님을 보여 준다.

이에 학생들은 ‘이러고서 등록금 반환할 돈이 없다고 했느냐’ 하며 정당한 분노를 쏟아 냈다. 천문학적 수준의 등록금을 내며 수업을 듣고, 경제 위기로 말미암은 실업난 속에서 스펙을 쌓으려 이를 악물고 살아야 하는 학생들과 그 부모들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대학들의 부패와 비리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 회계 감사 결과 동의과학대, 수원과학대, 한국열린사이버대, 한국관광대 등에서 교비회계 부정 운용이 적발됐다. 단란주점에서 법인카드로 1억 5000만 원 상당의 돈을 결제한 백제예술대, 전 이사장의 며느리가 이사장으로 취임하고 수억 원가량의 재단자금을 횡령한 건국대 등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1호 폐교 대학인 서남대도 재단 이사장이 5년 동안 횡령한 돈만 1004억 원에 달했다.

교수 임용 부정 개입 사례도 흔하다. 상지대에서는 이사장을 공개 비판한 교수 등 18명이 파면되거나 재임용이 거부됐다. 대기업이 서원대를 인수하려 하자 이에 반대한 총장을 재단 측이 파면한 일도 있었다.

‘부모 찬스’를 이용한 학점 특혜도 연세대, 고려대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니다. 이런 일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조국 사태가 떠오르게 하는데, 자신의 권한을 사회적 지위와 부를 대물림하는 데 이용했다는 점에서 노동계급의 학생과 부모들이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대학교육의 시장화

한국 자본주의가 급성장하면서 대학도 급팽창했다. 한국의 지배계급은 대학이 기업들의 이윤 향상에 도움이 되는 기술과 숙련 노동력을 효과적으로 공급해 한국 자본주의의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 하기를 바라 왔다. 특히 한국 자본주의가 세계 시장 진출을 강화하던 1990년대 중반에 대학이 경제 성장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졌다. 이는 1995년 김영삼 정부가 본격적인 시장주의 교육정책인 ‘5·31 교육개혁안’(세계화·정보화 시대를 주도하는 신교육체계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방안)을 발표하는 것으로 이어졌다.[1]

이 과정에서 정부는 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은 최소화하며, 사립대학을 늘리는 방향을 택했다. 김영삼 정부는 사립대학 설립을 인가제에서 허가제로 바꿔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자유롭게 대학을 설립할 수 있게 해 줬다(‘대학설립준칙주의’).

그 결과 한국은 전체 대학 중 사립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77.8퍼센트(2018, OECD)로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다. 반면 국공립 대학 비중은 제일 낮다.

뿐만 아니라 역대 정부들은 대학교육의 내용을 기업의 필요에 맞게 재편하게끔 부추기고, 대학의 이윤 추구 행위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줬다.

이에 따라 대학교육이 사립 재단의 손아귀에 내맡겨지고 대학이 그저 이윤 창출의 수단이 되는 경향이 심화돼 왔다. 이제 대학이 기술지주회사나 ‘학교 기업’을 설립해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과 상품·서비스를 팔아 수익을 남기고, 대학이 기업의 후원을 받거나(발전기금) 기업의 연구를 의뢰 받는 일도 흔하다. 심지어 한 교수는 옥시에게 연구비(와 뒷돈)를 받아 가습기 살균제에 유독성이 없다는 거짓 실험 보고서를 작성했다.

대학들이 수익성을 강조하면서, 학생들도 대학 당국의 돈벌이 대상이 됐다. 2011년 반값등록금 투쟁 전까지, 10년 동안 물가인상률이 31퍼센트 인상됐고 국립대 등록금은 82.8퍼센트, 사립대 등록금은 57.1퍼센트 대폭 인상됐다(한겨레).

대학 당국들은 예결산 차이를 뻥튀기하는 등으로 이월적립금을 쌓았다. 현재 1위 부자 대학 홍익대가 7570억 원의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고 연세대 6371억 원, 고려대 3312억 원을 갖고 있다. 이 외에도 적립금 1000억 원 이상인 대학은 모두 20곳이다. 대학 당국들은 부당하게 쌓은 이월적립금은 학생들에게 돌려주기는커녕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해 왔다.

재단들이 이렇게 배를 불리는 동안, 노동자들은 쥐어 짜이고 있다. 비정규직 교수와 직원들이 늘어나고, 경쟁도 강화됐다. 여전히 많은 대학의 청소 노동자들이 저임금에 시달리며 제대로 된 휴게 공간도 없이 일하고 있다. 상업적·실용적 필요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학과의 정원을 줄이거나 통폐합시키는 일들도 거듭 벌어지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대학 운영자들은 민주주의를 거추장스러워 하고, 학생과 노동자들의 민주적 통제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사립대학들의 비리가 끊임없이 벌어지는 까닭이다.

대학 운영비의 대부분이 등록금에서 나오는데도 대학 당국들은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공개조차 하지 않는다. 대학을 운영하고 통제하는 사립재단들은 자금뿐 아니라 인사∙채용 같은 행정에 두루 영향력을 행사한다. 대학이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는 압박 속에 정치 권력과 유착하는 일들도 벌어진다. 2016년에 드러난 정유라 이화여대 입학 비리가 단적인 예다.

대학의 비리와 부패 문제는 대학교육이 자본주의 시장 논리에 내맡겨진 현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다.

▲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해 대학 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을 요구하고, 대학 시장화에 맞선 저항이 중요하다

교육공공성 강화하라

그동안 대학을 감시하고 규제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는 이 문제를 외면하거나 방관해 왔다. 사립대학들은 국가로부터 지원과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도 자신들 마음대로 학교를 운영해 왔다.

가령 역대 정부는 무작위로 매해 3곳만 선정해 종합감사를 진행해 왔는데, 그 결과 개교 이래 종합감사를 받지 않은 대학이 113곳에 이를 정도다. 많은 대학들이 그동안 ‘셀프 감사’를 진행해 왔다. 대학이 지정한 회계사가 감사를 하는 식인 것이다. 그래서 비리가 발생해도 밖으로는 알려지지 않고 묻히기 일쑤였다.

사립학교법은 비리를 잡아내는 게 아니라 사립재단들의 재산권을 지키는 수단이 돼 왔다. 예를 들어 사립학교법은 비리 재단이 폐교 후 잔여 재산을 귀속할 수 있도록 보장해 왔다. 2018년 말에 재산 귀속을 제한할 수 있게 개정이 되긴 했지만, 여러 조건을 둬 사립재단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문을 열어 뒀다.

이에 더해 역대 정부들은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기는커녕 정반대로 국립대 법인화 등 대학교육을 더한층 시장에 내맡기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쥐꼬리만한 정부의 고등교육(대학) 지원금을 늘릴 생각은 하지 않고 말이다. 정부의 고등교육 지원 수준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7퍼센트로 OECD 평균보다 낮다(2015년 기준).

올해 초 문재인은 “교육 공공성을 강화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고등교육재정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늘리겠다던 약속은 온데간데 없다. 반면에 문재인 정부는 군사비로만 5년간 301조 원을 쓸 계획이다. 정부의 재정 지원을 대폭 강화하는 공영형 사립대학을 설립하겠다던 공약도 공염불이 되는 듯하다. 최근 교육부는 이 사업 이름을 ‘사학혁신 지원사업’으로 슬쩍 바꿨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대학 구조조정 계획도 거의 그대로 이어받았다.

교육 공공성을 강화하려면 국가가 교육 재정 부담을 늘려야 하고, 더는 소수의 사학 재단들 손에 대학을 내맡겨선 안 된다. 원하는 사람들 누구나 질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대학은 민주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이런 일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지배 이데올로기에 도전하는 것이자, 우선 순위에 도전하는 것이다. 더 나은 교육을 쟁취하는 일은 자본주의 자체에 도전하는 과제와 연결돼 있다.

[1] 정선영 2019, ‘친기업적 구조조정 이어가는 문재인 정부 고등교육 정책’, 《마르크스21》 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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