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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논평]

인천국제공항 직접고용 논란

문재인의 미온적 개혁 때문이다

우파는 반사이익 얻으려는 것일 뿐 · 제대로된 정규직화 필요

최근 인천공항공사가 외주업체 소속인 보안검색 노동자 1902명을 직접고용하기로 발표한 후 이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청와대 국민 청원란에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중단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며칠 만에 20만 명이 넘게 서명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우파 언론들은 정규직화가 문제인양 비난하고 있고, 통합당도 이 사안을 정부에 대한 공세를 높이는 데 이용하고 있다.

자신은 물론이고 자녀 입시와 취업 특혜 부패가 끊이지 않아 온 사회 지배층 인사들이 ‘공정성’을 운운하고, 청년들의 불만을 이용하려 나서는 것은 위선이다. 전임 보수 정부들은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는데도 청년들이 ‘눈높이가 너무 높다’, ‘노력이 부족하다’며 청년 탓하기에 바빴다.

무엇보다 이들은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동시장 유연화와 차별 정당화가 필요하다고 노골적으로 주장하고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런 일이 벌어지면 청년들이 처음부터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에 취업할 가능성 자체가 대폭 줄 것이다.

결국 우파의 진정한 속셈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배신으로 자라난 불만을 이용해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것이다.

 

우파나 정부 여당이나 위선자들

인천국제공항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의 1호 사업장이자 상징이었지만 그 결과는 기만적이다. 이번 논란은 정부가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려고 일부만 정규직화 대상으로 삼고, 전환 방식에도 차등을 두면서 차별을 유지해 각 부문 간 갈등과 논란을 부추긴 결과이다.

인천공항 전체 비정규직 9800여 명 중 2143명만 직접고용(22퍼센트)하고 나머지는 자회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는 2017년 12월에 노사가 3000여 명을 직접고용하기로 합의했던 것에도 못 미친다. 이번에 직접고용 되는 보안검색 노동자 중 정규직 전환 논의가 시작(2017년 5월 12일)된 후 채용된 800여 명은 경쟁 채용 과정에서 탈락할 위험도 크다.

직접고용이 돼도 기존 정규직과는 구분되는 별도 직군으로 두고, 임금과 처우는 자회사 수준과 동일하게 맞추겠다는 계획이다. 그래서 자회사로 전환된 노동자들의 조건은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직접고용 규모, 처우 개선 모두 언론에서 다룬 내용들이 결국은 부풀린 숫자가 될 확률이 높은 것이다.

다른 공공부문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뿐 아니라 공공부문에서 대규모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던 약속도 뒤집혔다. 문재인 정부는 또 다시 호들갑 떨며 자화자찬하지만 그 수준이 필요 인력 수준에도 못 미친다. 우체국과 철도 노동자들이 과로사와 야간 노동으로 고통받는데도 정부는 인력 충원을 한사코 거부했다.

위선적이게도 청와대는 이번 논란을 보면서 “청년들의 절박함을 마주했다”고 말했다. 지금 많은 청년들은 오래된 경제 침체에 최근 코로나19가 겹치면서 고용난이 심각해지고, 괜찮은 일자리를 구하기 더 어려워진 상황 탓에 큰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진정한 해결책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형 뉴딜로 2022년까지 일자리 55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헸는데, 그 내용을 보면 공공데이터 입력 작업 등 비대면·디지털 일자리 10만 개와 하천 쓰레기 줍기, 산불 관리 등 취약계층 공공일자리 30만 개 등이다. 사실상 ‘단시간 청년 IT 공공근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올해 최저임금 수준을 두고도 문재인 정부는 경영계 편을 들고 있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 결정에 “경영 상황”을 고려하겠다고 밝혔고, 경제부총리 홍남기도 “속도조절”을 언급했다.

이런 약속 불이행과 꾀죄죄한 개혁, 거듭된 배신 때문에 청년층과 서민층 사이에서 정부를 향한 불만이 자라 온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보잘 것 없는 개혁도 세금낭비 운운하며 공격해 온 보수야당이 “청년 문제 해결” 운운할 자격이 없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공정 경쟁’이 대안일까?

일각에서는 이번 직접고용이 공정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시장 경제 하에서 공정 논리, 즉 ‘노력에 따른 공정한 보상’이라는 접근은 커다란 맹점이 있다.

채용 시험이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좋은 기업에 취업하는 데 유리한 기회를 잡으려면, 좋은 대학에도 가야 하고, 알바 따위 하지 않고 학업과 시험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이미 부모의 사회 경제적 조건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주어진 조건에 따라 출발선이 다르고, 노력할 수 있는 조건 자체에서 이미 유불리가 형성되므로 이에 따르는 결과가 공정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이 사회 지배층은 시험 결과는 노력에 따른 결과라며 개인들에게 실패의 책임을 떠넘긴다. 취업 실패는 청년 개인 탓이라는, 냉혹하기 짝이 없는 책임전가 논리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지금 같은 경제위기 시기에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꺼리고 정부는 저질 단시간 일자리만 만들어 청년들의 취업 기회는 더 좁아졌는데도 말이다.

이처럼 공정성 논리는 이 사회의 진정한 불평등은 가리고, 경쟁의 결과에 따른 차별은 정당하다는 생각을 부추긴다.

이는 해당 기업에서 수년 동안 투여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력은 보상받지 않아도 되는가 하는 문제와 연결된다.

컵밥으로 허기를 채우며 고시원에서 수년간 살아야 하는 이른바 “공시생”들의 불운이 그들 탓이 아니듯, 현재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을 꿈꿔서는 안 되는 인생인 것도 아니다.

이 노동자들은 열악한 처우와 차별 속에서도 업무 수행에 요구되는 훈련을 받았고, 대부분 최소 수년 동안 자신의 직무를 잘 수행해 기여하고 검증된 사람들이다. 오히려 상시 지속적 업무를 하면서도 비정규직으로 고용돼 차별을 받은 것이 문제였다. 이 노동자들은 정당한 대우를 받기 위해 정규직화를 요구할 자격이 있다.

 

연대와 단결이 중요하다

경제 위기가 심화되자 불평등·부정의·불공정에 대한 제기가 빈번하다. 그러나 불만과 분노의 화살이 애먼 사람들에게 돌아가선 안 된다.

문재인 정부를 포함해 역대 정부들은 정규직-비정규직, 청년-노동자를 이간질하며 책임을 전가해 왔다. 이번에도 정부와 여당, 보수 야당은 내부 파이 나눠먹기 논란으로 욱여 넣어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비정규직과 청년을 앞세워 정규직의 처우를 악화시키면서 정작 제대로 된 일자리를 늘리거나 처우 개선은 하지 않아 왔던 것이다. 이런 책임 전가는 정부와 기업들이 비용을 줄이는 데는 이득이 되지만 청년과 노동자들의 조건을 향상시키는 데 해롭고, 반목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는다.

오히려 정규직 노동자들의 조건이 악화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역시 하향 압박을 받아왔기 때문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의 조건 향상을 요구하는 일이 필요하다. 비정규직의 제대로 된 정규직화는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청년들의 처지를 개선하는 데에서도 필요한 일이다.

이번 논란은 문재인 정부식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이 상당수 노동자들을 배제하고 전환 방식도 차이를 둬서 한계가 많을 뿐 아니라 노동자들을 반목시킬 위험성도 크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동시에 직접고용 대상이 된 보안검색 노동자들은 조건 후퇴에 반발해 항의에 나서 직접고용을 다시 얻어냈다는 것도 시사적이다.

정부에 의존하지 말고 노동자들이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동력으로 삼아 요구를 쟁취하고, 연대를 건설해 나가는 것이 진정으로 격차를 해소하고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를 늘리는 데에서 이롭다. 경제 위기와 청년 실업의 책임이 노동자, 서민들이 아니라 정부와 기업주 같은 이 사회 지배자들에게 있음을 분명히 하면서 일자리를 늘리고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투쟁과 연대를 건설하는 것이 필요하다.

 

2020년 7월 3일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 이 글은 <노동자 연대> 329호에 실린 동 제목의 기사를 참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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