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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기고글

[영화평]

〈소년은 울지 않는다〉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 낸 트랜스젠더 혐오의 현실

이지원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

전 세계적으로 트랜스젠더에 대한 폭력과 혐오 범죄가 늘고 있다. 성소수자 권리가 증진됐다는 미국에서도 트럼프 등장 이후 트랜스젠더 혐오 살해가 증가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살해를 포함한 트랜스젠더 혐오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트랜스젠더에게 혐오와 차별은 삶을 위협하는 실질적인 위험이다.

영화 〈소년은 울지 않는다〉(1999, 킴벌리 피어스 감독)는 트랜스젠더 혐오의 현실을 날 것 그대로 보여 주는 영화다. 현실을 가감 없이 그려, 해피 엔딩을 기대하고 보면 실망할지 모른다.

주인공 브랜든 티나 역을 맡은 배우 힐러리 스왱크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수많은 상을 받았다. 그를 비롯한 여러 배우의 열연 덕분에 영화에 더욱 몰입할 수 있다.

〈소년은 울지 않는다〉는 충격적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1993년 미국 네브라스카 주에서 트랜스 남성 브랜든 티나가 혐오 범죄로 살해당했다. 그는 원치 않게 비수술 트랜스 남성임이 밝혀지게 되고 연인을 비롯한 여러 사람 앞에서 공개적으로 모욕당한다. 심지어 폭행과 강간까지 당한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브랜든의 삶을 담담하게 그려 낸다. 비수술 트랜스 남성으로 살아가며 가슴을 가리고 생리를 숨기는 장면, 정신 상담을 받고 호르몬 주사를 맞으라는 의사 얘기에 “돈 모으려면 늙어 죽을 것”이라며 화내다가도 “내가 수술을 견딜 수 있을까?” 하고 눈물을 글썽이는 장면 등. 비극적이게도 그는 여성 교도소에 갇히게 돼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브랜든이 원했던 삶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단지 ‘남성’으로 살아가는 것이었다. 브랜든은 ‘잘나가는’ 트랜스 남성은 아니지만, 친구들과 파티를 즐기고, 자동차 과속 딱지를 받고, 연인과 행복하게 데이트하는 등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트랜스젠더는 멀리 있는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의 친구고 가족이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영화의 결말은 더욱 씁쓸하다.

브랜든은 ‘여자여도 남자여도 상관없다’는 연인과 함께하는 행복한 미래를 그리지만, 결국 살해당한다. 살해범들은 자신들이 ‘레즈비언 처형식’을 하는 것이라며 이죽댄다. 브랜든의 죽음은 너무나도 허망하다.

트랜스젠더 혐오와 천대의 현실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를 추천한다. 이 영화가 개봉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오늘날에도 전 세계에서 여전히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비극적이다. 영화는 왜 우리가 계속 트랜스젠더 차별에 맞서 싸워야 하는지 보여 준다.

영화를 보면, 해마다 트랜스젠더 수백 명이 살해당한다는 수치조차 다 담아내지 못하는 트랜스젠더의 처절한 삶과 비극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노동자 연대〉 신문 웹사이트에도 실렸습니다. ☞ https://wspaper.org/article/23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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