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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기고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중국 대중, 시진핑에 분노하고 지식인들 항의하다

뒤늦게 공개 행보에 나선 시진핑 ⓒ출처 중국정부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을 최초로 경고한 의사 리원량 씨(이하 모두 존칭 생략)가 2월 7일 사망했다. 그의 사망에 대한 애도의 물결이 일었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는 ‘리원량 의사가 사망했다’는 해시태그가 붙은 글의 조회 수가 6억 7000만 건을 기록했다.

애초에 리원량은 SNS에서 신종 코로나를 경고했다가, 유언비어를 퍼뜨리면 처벌당할 수 있다는 당국의 위협을 받았다.

중국 대중은 리원량의 용기 있는 행동에 고마움을 표한다. 이런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를 원한다(我要言论自由)’라는 해시태그도 유행하고 있다.

2월 7일 우한 시내에서는 리원량을 기리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사람들은 오후 9시 전후 10분 동안 그를 추모하는 소등 행동을 했고, 내부고발자 리원량을 상징하는 의미로 호루라기를 불었다.

애도 열기가 크게 번지자 중국 당국은 황급히 리원량을 영웅으로 미화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시진핑 정부의 사태 은폐에 맞서다 희생된 ‘내부고발자의 비통한 죽음’으로 여긴다.

변호사인 시민기자 천추스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우한으로 가 현장을 취재했다. 그는 1월 30일 올린 영상에서 이렇게 말했다. “무섭다. 내 앞에는 바이러스가 있고, 내 뒤에는 공안이 있다. 살아 있는 한 여기서 보도를 계속할 것이다. 죽는 게 두렵지 않다.” 그는 지난해 8월 홍콩 항쟁을 취재하며 중국 정부의 거짓말과는 달리 홍콩에서 평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런 천추스가 2월 6일 중국 공안에 붙잡힌 후 행방불명됐다.

이윤을 앞세우며 공중위생과 보건, 방역 문제를 등한시해 온 중국 자본주의는 그 흉악한 몰골을 또다시 드러냈다. 신종 코로나 사태는 세계 2위 경제대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런데도 지금 시진핑 정부는 대중의 안전과 건강을 책임지기보다 잘못 감추기에 급급하다.

열악한 의료 체계 속에서 불안에 떨던 대중의 목소리는 정부의 초기 대응에서부터 뭉개졌다. 중국 정부는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자는 엄중 처벌하겠다고 을러댔다. 그러나 권위주의 정부의 강력한 언론 통제는 오히려 더 큰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법이다.

학자들이 시진핑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 시작했다. 2월 6일 칭화대 법대 교수 쉬장룬이 외신과 SNS를 통해 중국 정부의 신종 코로나 대응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베이징대 법학 교수 장첸판도 리원량 사망일을 ‘언론 자유의 날’로 지정하자고 제안했다.

2월 9일 우한 화중사범대학 국학원 원장 탕이밍과 동료 교수들이 공개서한을 내놓았다. 교수들은 이렇게 지적했다. “리원량의 경고가 유언비어로 치부되지 않았다면, 모든 시민이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다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 이 국가적 재앙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2월 4일 인권운동가 쉬즈융은 웹사이트 ‘공민자유운동’에 시진핑 퇴진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올렸다.

신종 코로나 발병 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한동안 공식석상에서 도통 보이지 않았다. 비판이 거세지자, 2월 10일 뒤늦게 베이징 티단 병원과 베이징 차오양구에 위치한 질병예방통제센터를 공개 방문했다. 그러나 우한이 아니라 수도 베이징에서 공개 행보를 한 것은 분노한 대중을 달래기에는 속이 너무 뻔히 보이는 전시 행정이었다. 이런 행보가 ‘시진핑 책임론’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음 날인 2월 11일 시진핑은 후베이성 보건당국인 위생건강위원회 주임과 당서기를 면직시켰다. 정작 본인은 후베이성에 발도 들이지 않으면서, 중간급 관료 몇몇에게 사태의 책임을 떠넘겨 대중의 시선을 돌리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도도 잘 먹히지는 않는 듯하다.

시진핑의 행보는 중국 정부의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보여 준다. 대중의 건강과 제대로 된 사태 수습보다 책임 면피와 체제 안정이 더 중요한 것이다.

중국 자본주의의 우선순위가 초래한 재앙

신종 코로나 사태가 촉발한 공공연한 정부 비판과 반감 이면에는 중국 대중의 더 커다랗고 누적된 분노와 불만이 도사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사회주의’를 표방하지만, 현재 중국에서 농민공(농촌을 벗어나 도시로 이주한 노동자들)을 비롯한 노동자들은 노조 할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한다.

중국공산당은 ‘마르크스주의’의 전통을 계승했다고 얘기하지만, 최근 대학가의 마르크스주의 동아리들이 노동자 투쟁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탄압받았고 관련 학생들이 잇달아 실종됐다.

오늘날 중국 지배자들은 안팎의 산적하고 어려운 문제들에 봉착해 있다. 특히, 미국과의 경제·군사적 갈등, 이윤율 저하 등은 중국 지배 관료의 큰 골칫거리다.

이런 맥락 속에서 시진핑은 사실상 장기 집권을 위해 ‘시진핑 사상’을 강조하며 내부 통제를 강화해 왔다. 또한 티베트·위구르의 소수민족, 노동운동가들에 대한 탄압도 강화했다.

그러나 시진핑 정부는 최근 잇달아 대중의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해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져 온 홍콩 항쟁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신종 코로나 사태로 시진핑 정부는 다시 한 번 타격을 입었다.

2월 10일 시진핑은 “중국 경제의 장기 성장을 위한 기초는 여전히 튼튼하며, 우한 폐렴은 단기 영향에 그칠 것”이라면서도, “고용 안정과 실업 방지에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로 말미암은 경제적 타격을 염두에 둔 말이다.

그러나 이미 중국 기업주들은 신종 코로나 사태를 이용해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있다. 많은 중국 기업들이 수익성 악화로 곤란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중국 광고업계 1·2위를 다투는 회사인 신차오미디어는 2월 10일 위챗(중국의 카카오톡)에서 “기업 생존 차원에서 전체 직원 중 10퍼센트를 해고한다”고 공지했다. 해고 규모는 5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신차오미디어 최고경영자(CEO)는 해고 대상이 아닌 임직원들에게도 연봉 삭감, 성과급 포기, 임금 동결 조처가 취해질 것이라고 했다.

베이징에서 대형 노래방을 운영하는 ‘가라오케 킹’도 신종 코로나로 인한 경영난을 내세워 200명 해고와 임금 체불을 단행했다.

중국 전역에서 체인점 360여 곳을 운영하는 ‘시베’ 식당의 총 직원은 2만여 명인데, 이 회사도 경영난 때문에 임금을 제때 못 주겠다고 웨이보 계정을 통해 알렸다.

해고와 임금 체불을 강요하며 경영난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돌리는 중국 기업주들의 대응은 냉혹하고 모질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가장 많은 고통을 겪는 노동계급에 더 큰 고통을 얹어주는 것이다. 중국에서도 “해고는 살인이다.”

시간 문제

신종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터져나오는 중국 대중의 불만은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과 권위주의 정치체제에 대한 불만과 관계있다.

역사적으로, 큰 반란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모순과 불만이 끓어오르고 있다가 의외의 (우연적) 사건이 불씨가 돼 분출하곤 했다. 1968년 5월 프랑스의 역사적 총파업도 그 발단은 낭테르 대학교 여자 기숙사의 남학생 출입 금지에 대한 반발이었다.

따라서 머지않은 미래에 중국 본토에서도 홍콩 항쟁과 같은 바람이, 아니 그보다 더 크고 중대한 대중 저항이 일어날 수 있다. 어쩌면 이는 단지 시간 문제일지도 모른다.


필자 한수진은 중국에서 10대를 보낸 대학생이다.

 

 ※ 이 글은 〈노동자 연대〉 신문 314호에도 실렸습니다. ☞ https://wspaper.org/article/23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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