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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노동, 우리는 정말 알고 있을까?》
노동의 실상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책

신정 서울시립대 학생,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한 문재인 정부의 “노동 존중”은 허울 좋은 포장지였다. 정부 출범 1년 8개월이 지난 지금은 기업 이윤 추구에 꽃길을 깔겠다고 분명히 하고 있다.

이와 달리, 《노동, 우리는 정말 알고 있을까?》는 진정한 노동 존중이 절실하게 필요함을 피부로 느끼게 해 준다. 이 책은 문재인 정부 출범 7개월 뒤인 2017년 12월부터 2018년 7월까지 〈한겨레〉 기자들이 직접 노동 현장을 체험하고, 그 경험을 생생하게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은 노동 현장의 언어로 현장감 있게 상황을 묘사한다. 중간 중간 유머러스한 만화도 있어 한 번 잡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정말 알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놀랐고 사회에 분노를 느꼈다.

이 책은 제조업 주야 맞교대, 콜센터, 초단시간 노동(알바), 배달 대행 업체 등을 다룬다. 학생·청년이 많이 접하는 노동 현장이기도 하다. ‘나도 주휴수당 못 받았는데’, ‘나도 그랬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제조업 노동자, 콜센터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는 모두 더 빨리 더 많이 성과를 내라는 압박 속에서 착취당한다.

모두들 열악한 노동 환경, 살인적 노동 강도, 심각한 스트레스에 몸과 정신이 무너져도 내일이면 다시 출근한다. 출근하지 않으면, 내일의 삶을, 다음 달의 삶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각자 고용 형태는 달라도, 말 그대로 무엇 하나 자기 뜻대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을 “기계”라고 부른다.

기계 부품

주야 맞교대 제조업 공장 노동자들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에 맞춰 일한다. 머리가 아닌 손으로 일한다. 기계를 만지는 ‘언니’(노동자들이 서로 부르는 호칭)들은 대부분 작업 속도를 조정할 줄 몰랐다. 사용자가 설정한 속도 그대로 일한다. ‘언니’들의 삶마저도 “쉬지 않고 돌아가는” 기계의 속도에 맞춰진다. 사람이 컨베이어 벨트의 부품처럼 된다.

이 책은 콜센터를 “화이트 팩토리”라고 부른다. 사무실 노동도 본질적으로 공장 노동이나 마찬가지라는 비유이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일거수일투족을 실시간 감시당하며 일하는 자신들의 처지를 두고 “닭장”에서 일하는 것 같다고 한다.

이 책은 새롭게 등장했다는 ‘플랫폼 노동’ 현장도 다룬다. 이 책에 나오는 플랫폼 노동 현장은 언론과 정부의 말과 크게 다르다.

배달 대행 업체의 ‘라이더’와 대리운전 기사 등 위탁 계약을 맺는 디지털 특수 고용 노동자인 플랫폼 노동자들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지만, 업체들이 실질적 통제력을 행사한다. 사실상 업체의 직원인 것이다. 플랫폼 노동자들도 다른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노동에 대한 통제력 상실 속에서 경쟁과 위험의 질주로 내몰리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150여 년 전 마르크스가 노동자의 삶과 노동에 대해 묘사한 말들이 떠올랐다. ‘통제할 수 없는 상황’ 말이다. 이 책을 통해 노동자들의 현실을 들여다보면서, 오히려 마르크스주의가 여전히 오늘날의 자본주의와 노동자의 삶을 설명하고 분석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 개선, 특히 임금 인상이 너무나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노동 조건이 아무리 힘들어도, 먹고 살려면 잔업과 특근이 많은 일터로 노동자 스스로 찾아갈 수밖에 없어서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을 개악하고 탄력근로제를 강행하려 한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을 더 낫게 만들길 소망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 책을 읽고 대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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