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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강경을 빌미로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탄압 말라


   


11월 23일 낮 2시, 북한군은 연평도를 공격했다. 이 공격은 북한이 지난 주말 미국 과학자에게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한 다음에 벌어진 것이었다.


북한 정부는 이것이 한국 정부의 ‘호국’ 훈련에 대한 대응이라 발표했다. 그것이 사실인지도 의심스럽지만 설사 그럴지라도 무고한 사병 2명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민간인까지 공격해 수십 명이 다치게 하고 (지금까지) 2명을 죽인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만행이다. 더구나 사망한 민간인 2명은 연평도에 작업 나온 노동자들이었다. 우리는 북한 지배자들의 만행을 강력히 규탄하며,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깊은 슬픔과 함께 애도를 표한다.


이번 사건을 둘러싼 해석이 분분하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는 두 가지로 보인다.


첫째, <파이낸셜 타임스> 서울 특파원 크리스 올리버는 이렇게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 독재자 김정일이 남한을 상대로 일련의 ‘승리’를 얻는 것을 통해 셋째 아들 김정은에게 정치 자본을 쌓을 기회를 주고 권력 이양을 최대한 부드럽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북한이 진정한 사회주의나 반제국주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체제임을 보여 주는 가장 최근의 사례가 될 것이다.


전 세계 수많은 지배자들이 종종 외부 갈등을 조성해 계급 모순이 초래한 내부 갈등의 폭발을 막으려 했다(1904년 러시아 차르의 대일 선전 포고부터 1997년 한국 대선 당시 ‘북풍’까지). ‘선군 정치’를 내세운 김정은에게는 이런 반동적 행위가 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해 필요할 것이다.


북한 지배자들은 세계 제국주의의 압력에 ‘이에는 이 눈에는 눈’식의 군사적 경쟁으로 대응해 왔다. 스탈린 통치 아래 러시아부터 마오쩌둥 하 중국에서 오늘날 북한 정권에 이르기까지 역대 스탈린주의 정권들은 이런 방식으로 서방 제국주의에 맞서 왔다. 그들은 노동자와 서민을 쥐어짜(착취) 사회적 부의 최대한 많은 부분을 중공업 생산에 투입했다.


착취와 자본축적이 사회의 우선순위인 측면에서 이들은 모두 자본주의 체제였다. 동시에, 자신보다 훨씬 덩치가 큰 서방 제국주의 체제의 군사력과 대결해야 했기 때문에 노동자와 서민에게 양보할 여지가 별로 없었고 독재 통치를 통해 그들을 억눌러야 했다. 북한 일당 독재 정치는 3대 세습이란 측면에서 약간 독특할진 몰라도 근본적으로는 후진국이 세계 제국주의 체제 압력에 반동적 방식으로 맞선 결과였던 것이다.


“전략적 무시”


둘째, 북한 지배자들의 행태에는 미국의 대북 압박이라는 좀더 장기적인 요인이 배경으로 놓여 있다.


‘아들 부시’ 정부부터 오바마 정부까지 미국 정부는 6자회담 합의 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북한에게만 선(先)행동을 강요해 왔다. 북한이 미국을 협상장에 불러내기 위해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할 때마다 제재를 더 강화해 왔다.


오바마는 자신의 대북 정책의 기조를 아예 “전략적 무시”로 정해 북한이 먼저 굴복하지 않는 이상 자신은 북한 정부와 협상을 벌일 생각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 때문에 북한 정부의 교역과 대북 국제 지원이 크게 제한받았다.


통일연구원의 최진욱은 이렇게 지적했다. “이번 행동[우라늄 농축 시설 공개와 연평도 공격]은 계획된 것으로 북한 정부의 미국에 대한 당혹감이 갈수록 커진 결과입니다 … 미국 정부는 북한 정부에 귀를 막았습니다. 그래서 북한 정부는 ‘여기 봐. 우리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우릴 계속 무시할 순 없을 걸’ 하고 말한 것입니다.”


물론, 이명박 정부의 책임도 잊어선 안 된다. 이 정부는 전반적으로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 틀을 따르면서 대북 인도주의 지원을 중단했을 뿐 아니라 종종 호전적 발언을 해 긴장을 고조시켰다.


최근 천안함 사건 후 미국과 함께 북한 코앞에서 대규모 군사 작전을 반복적으로 편 것도 그중 하나다. 불과 며칠 전에도 국방장관 김태영은 ‘미국에게 전술 핵무기 한반도 재배치 요청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런 미국의 제국주의적 압박과 이명박의 대북 강경책이 북한 지배자들에게 반동적 행동에 나설 근거를 제공해 준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해서는 육해공군이 힘을 합쳐 몇 배의 화력으로 응징해야 한다”는 이명박의 발언, “몇 배, 몇십 배의 힘으로 적을 압도”하자는 이회창의 발언 등은 사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이번 사태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예상하긴 쉽지 않다. 북한 문제 전문가 에이단 포스터 카터는 미국 정부가 결국 북한과 협상을 시작해야 할 거라고 전망했다. “미국에겐 좋은 대안이 없다. 그래서 미국은 어떤 형태로든 협상을 벌여야 할 것이다. 비록 얼굴에 오물을 뒤집어 쓰고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회담을 벌이겠지만 말이다. 회담 과정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지난할 것이고 판돈은 오히려 그전보다 더 클 것이다.”


과연 조만간 협상이 개시될 것인가는 불확실하지만 미국이 북한에 대해 군사적 공격을 감행할 여유가 별로 없다는 지적은 옳다.


미국이 다른 전쟁(특히 아프가니스탄)에 발이 묶인 상황이 지속되는 한 전면전같이 판돈이 매우 큰 결정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고 이것은 한국 정부의 호전적 행동의 폭도 제한할 것이다. 지금 금융시장의 국외 투기꾼들이 패닉에 빠져 한국 시장에서 당장 돈을 빼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앞으로 정세가 꼭 낙관적일 것임을 뜻하지는 않는다.


정부와 우익들의 (과장 섞인) 호언장담은 북한뿐 아니라 국내 반대 세력을 노린 것이기도 하다. 그들은 이번 사건을 대포폰 파문 등 당면한 정치적 곤경을 덮어 버리고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 같은 중요한 계급투쟁을 억누르는 데 이용하고 싶어 한다.


또 우려되는 것은 이명박과 오바마 정부가 교전 수칙을 바꾸고 초대형 항공모함을 포함하는 한미 합동 훈련을 펴는 등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조처를 도입하려 한다는 점이다. 천안함 사태 후 북한의 책임을 묻는답시고 반복적으로 대형 군사 훈련을 한 것이 지금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볼 때 이런 계획들은 결코 해결책이 아니다.


위험


게다가, 그런 호전적 활동은 동아시아 패권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일본 간 제국주의 경쟁과 맞물린다면 이 지역을 더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


예컨대, <뉴욕 타임스>는 11월 28일부터 열릴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은 미국이 “중국에게 말 듣지 않는 동맹을 통제하지 못할 경우 더 많은 군사력을 중국 코앞에 배치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중국이 이번 사건에 어떻게 대처할지 아직 불확실하지만 자국 영토 근처에서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훈련을 벌인 것을 잊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 지배자들도 이번 사건을 자신의 제국주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이용하려 들 수 있다. 예컨대, 이번 사건 발생 직후 일본 정치인들은 이런 사건에 주변사태법을 적용할 수 있는가를 둘러싼 무시무시한 논의를 진행했다.


위기에 처한 세계 자본주의와 제국주의 간 갈등의 격화가 이 세계를 갈수록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


결론적으로, 북한 지배자들의 군사 모험주의는 미국 제국주의 압박에 반동적 방식으로 대처하는 것으로 결코 지지할 수 없다. 동시에, 우리는 북한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와 이른바 ‘국제 사회’의 위선을 절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따라서 미국과 동맹들의 제국주의적 대응에 반대해야 한다. 그것은 한반도와 동아시아 긴장을 해결하기는커녕 더 고조시킬 뿐이다.


진정한 대안은 이 지역의 평화를 짓밟고 있는 남북한 지배자들과 제국주의에 맞서 투쟁을 벌이는 사람들을 지지하고 그 투쟁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당장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에 연대하고 그들이 승리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모으는 것은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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