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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대 비민주적 총장 인준 안 부결 비민주적 학사 운영과 불통 정책에 제동을 걸다

9월 28일(수), 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는 정기 총회에서 한신대 강성영 총장 인준 안건을 62.4퍼센트(찬성 2백13표, 반대 3백65표)의 반대로 부결시켰다. 또, 학내 구성원들의 민주적인 투표 결과를 무시하고 강성영 총장 임명을 강행한 한신학원 이사회의 총사퇴 결의안도 통과시켰다.
한국기독교장로회는 한신대학교의 재단으로 총장 임명에 관한 최종 승인권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사회를 재구성해 한신대 총장 재선임을 해야 한다.
이로써 지난 수 년 동안 한신대 구조조정과 비민주적 학사 운영에 맞선 학생들의 투쟁이 완전히 정당했음이 입증됐다. 학생들은 기장 총회의 결정을 환영하며 기뻐하고 있다.

총장 선출제

한신대 당국은 박근혜 정부의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을 가장 충실히 이행한 대학 중 하나다. 대학 당국은 학과통폐합과 상대평가제도를 일방으로 밀어붙이고, 재정 긴축을 이유로 학과 조교수를 줄이고 실습비를 삭감하는 등 학생들의 쥐꼬리만 한 복지마저 후퇴시켜 왔다.
지난 몇 년 동안 채수일 전임 총장이 비민주적 학사 운영과 한신대 구조조정을 진두지휘 했다. 그는 학생들의 민주적 의사를 철저히 묵살하고, 학교 정책에 반대한 학생들을 징계위에 회부하고 경찰에 고소하는 등 탄압을 일삼으며 박근혜 식 교육 정책의 첨병 노릇을 톡톡히 했다.
지난해 말 채수일 총장이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중도 사임하자, 그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학내 구성원(교수 · 학생 · 교직원)의 총투표를 통한 민주적 총장 선출’ 운동으로 발전했다. 당시 부산대에서 총장직선제와 학내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투신한 고(故) 고현철 교수의 투쟁이 민주적 총장 선출 운동에 불을 붙였다. 결국 한신대 당국은 학내 구성원들의 압력과 사회적 여론에 직면해 민주적 총장 선출을 위한 투표(학생·교수·직원 총투표를 통해 1, 2순위를 이사회에 상정)를 용인해야 했다. 많은 대학들이 박근혜 정부의 압력에 따라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는 상황에서 진일보한 것이었다.
그러나 학교 당국은 ‘무늬’만 민주적 총장 선출 투표를 허용하되, 그 결과에 상관없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총장으로 임명하려고 단단히 마음먹고 있었던 듯하다.
학생 투표를 앞두고 <한신학보>가 총장 후보 4명의 공청회 소식을 호외로 보도하자, 학교 측은 후보 소개 순서와 분량이 다르다며 호외를 모두 수거하고 <한신학보> 편집국장과 대학부장의 사임을 종용했다. 사실상 학교가 내정한 후보가 부각돼 있지 않자 호외를 모두 수거하고 담당자들의 ‘편파성’을 운운하며 공격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한신대 학생들은 학교의 바람과는 달리 류장현 총장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다(교수 63.06퍼센트, 학생 54.63퍼센트). 당시 류장현 총장 후보는 비민주적 학사 운영을 되돌리는 등 ‘올바른 개혁’을 실시하고, 학교 당국 · 교수 · 직원 · 학생 대표가 참가하는 ‘4자 협의회’를 활성화 해 민주적으로 학교를 운영하겠다는 공약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다.

‘특수 감금’

그러자 한신대 당국은 학생들의 투표 결과를 철저히 무시해 버렸다. 심지어 투표 결과 공문을 수령해 한신학원 이사회에 제출해야 하는데도 이를 거부하고, 학생들이 법인 사무실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자 학내에 경찰을 부르기도 했다. 결국 학생들은 농성을 벌인 후에야 그 공문을 건넬 수 있었다.
그러나 끝내 한신학원 이사회는 학생들의 투표 결과를 외면했다. 압도적 지지를 받은 류장현 총장 후보를 밀어내고, 겨우 3순위(교수 9.72퍼센트, 학생 13.33퍼센트) 강성영 후보를 총장으로 임명했다. 아래로부터의 압력 때문에 총투표를 합의해 놓고, 투표가 끝나자마자 정관 상 이사회가 반드시 1, 2순위 후보 중에 총장을 임명해야 할 필요가 없다며 반민주적으로 뒤집은 것이다. 거기다 이사회는 총장 임명 이후 담화문을 발표해, 투표 자체가 “왜곡되고 불법적인” 투표라 원천 무효라 선언하기도 했다. 선거 기간에는 단 한 차례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다가, 자신들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가 나오자 투표를 ‘무효’ 처리 하려 한 것이다.
‘한신대 공동대책위를 준비하는 학생모임’ 등 학생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학교 당국과 이사회의 결정을 비판하며 끈질기게 투쟁을 이어 갔다. 비상총회 소집에 학생 1천여 명이 서명하고, 3백여 명이 모여 강성영 총장 퇴진의 뜻을 모으기도 했다. 학교 당국의 무리수는 한신대 학부모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학교 당국이 ‘특수 감금’ 혐의로 고소한 학생들의 학부모에게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아 달라’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보낸 것이 화근이었다. 학교 당국의 바람과는 달리, 학부모들은 학내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싸운 자녀들의 투쟁이 정당하다고 항의하며 ‘학부모 모임’을 구성하고 함께 싸우기 시작했다. 교수협의회 공동의장인 남구현 교수가 경찰 고소 철회와 학내 사안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요구하며 17일 동안 단식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제동

기장 총회에서 강성영 총장의 인준 안이 부결된 것은 이러한 저항이 누적된 결과였다. 짧게는 올해 3월부터, 길게는 지난 수년 동안의 투쟁이 학교 당국의 비민주적 학사 운영과 불통 정책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이사회가 총투표 결과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총장을 임명한 것은 구조조정 강행 의지를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신대 당국은 박근혜 정부의 신자유주의 교육 개혁을 최선두에서 수행해 왔다. 막무가내 식 구조조정과 비민주적 학사 운영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교육 정책의 핵심 키워드였다.
그러나 지금 박근혜의 정책은 곳곳에서 커다란 저항에 직면해 있다. 특히 이화여대 학생들은 점거 투쟁으로 평생단과대학 설립을 막아냈고, 경찰 병력을 동원해 농성 학생들을 짓밟으려 한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한신대에서도 파열음이 나기 시작했다. 강성영 총장의 인준 안 부결이 이를 상징한다.
총회에서 총장 인준 투표가 진행되기 전, 한신학원 이극래 이사장은 총장 인준 안이 부결되면 자신도 사임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연히 학내 구성원들의 민주적 투표를 무시하고, 학생들의 요구를 경찰병력으로 짓밟으려 한 이극래 이사장과 한신학원 이사회는 기장 총회의 결의대로 모두 사퇴해야 마땅하다. 또, 당장 ‘특수 감금’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학생 20여 명에 대한 조사와 사법처리 시도도 중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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