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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에 단호하게 맞서 싸우자

양효영

5월 17일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이다.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WHO)는 동성애를 정신 질환 목록에서 삭제했다.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은 이를 기념하며 전 세계 곳곳에서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고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행사들이 진행되는 날이다. 오는 5월 16일 서울역에서도 2015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공동행동이 진행된다. 한국에서도 매해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기념해 왔는데 올해는 처음으로 큰 규모의 집회를 연다. 이를 위해 대구, 전주, 부산에서도 ‘무지개 버스’가 출발한다.

올해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힘을 모아 치르는 이유는 우익들이 날로 더 신경질적으로 성소수자들을 비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퀴어문화축제’(이하 성소수자 자긍심 행진)에서 우익들은 ‘동성애는 죄입니다’, ‘회개하라’ 등의 팻말을 들고 행사를 방해했다. 심지어 이들은 길바닥에 드러누워 행진을 가로막기도 했다. 우익들은 지난해 성소수자 차별 금지 조항이 담긴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을 무산시키는 데에도 집요하게 달려들었다.

박근혜 정부도 이런 시도에 가세하고 있다. 지난해 말 박근혜 정부는 방송에서 동성애 혐오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최이우 목사를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임명했다. 얼마 전엔 보수 기독교 단체들이 연 ‘탈동성애인권포럼’이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렸다. 그동안 동성애 비난에 앞장서 온 것으로 유명한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최근 초중고에서 성교육을 할 때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내용을 삭제하라는 ‘학교성교육표준안’ 지침을 내렸다. 얼마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여고생끼리의 키스 장면을 포함한 케이블 드라마에 ‘경고’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심의위원들은 “성소수자들이 다수와 다르게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다”며 공공연하게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부추겼다. 일부 심의위원들은 동성애 차별에는 반대하며 중징계에는 반대했지만, 청소년 키스신은 문제가 있다는 보수적 관점으로 경징계에는 찬성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와 보수 기독교 단체 같은 우익들이 성소수자들을 공격한다고 해서 사회 전체적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후퇴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목소리는 날로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성소수자 자긍심 행진 참가자 수가 빠르게 불어나고 있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올해는 성소수자 자긍심 행진 개막식을 드디어 서울 도심 한복판인 시청광장에서 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이번 성소수자 자긍심 행진도 서울시는 여러 핑계를 대며 서울시청광장을 쉽게 내주지 않으려 했고 총 7번의 광장 사용 신청을 받은 후에야 비로소 광장을 내줬다. 이렇게 우익들과 운동 진영 사이에 눈치를 보며 오락가락하는 행보는 개혁주의 정치인으로서 박원순 시장의 한계를 보여 준다. 박원순 시장은 자신이 자본주의 국가 기구를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는 것을 기성 체제의 환심을 사는 방식으로 입증하려 한다. 유력한 대선 후보인 그는 집권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논란이 되고 우익들에게 공격받을 만한 쟁점을 회피하고 싶을 것이다.

 

자본주의와 성소수자 차별

우익들은 성소수자들을 ‘변태’로 몰거나, 정상이 아니기 때문에 ‘치유’할 대상으로 본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동성애는 결코 늘 차별받지 않았다. 정신 질환은커녕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남성 동성애를 “천상의 사랑”이라 불렀다. 봉건제 시대 때 동성 간 성행위에 대한 억압이 있었지만, 자위, 수간 등 생식과 관계없는 성적 행위를 비난하는 맥락이었지, 오늘날처럼 ‘정상인’과 구분되는 ‘별종’에 대한 체계적인 탄압이 아니었다. 이마저도 시기에 따라 억압의 수위가 달랐다. 오히려 수도원에서 동성애가 성행했던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체계적인 성소수자 차별은 자본주의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성소수자 차별이 체계화되는 과정은 이성애 중심의 ‘정상가족’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자본주의에서 더는 가족은 생산의 단위가 아니다. 봉건제 시대와 달리 개별 노동자는 가정을 꾸리지 않아도 자본가에게 고용돼 먹고 살 수 있다. 그러나 자본가 계급은 가족을 다시 공고화하는 것을 통해 출산, 양육, 교육, 노인 요양 등을 개별 가정에 떠넘기고 자신들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정상가족’은 자본가들이 착취하는 노동자들과 차세대 노동자들을 거의 공짜로 재생산할 수 있게 해 주고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편견을 강화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성소수자들은 자본주의 가족의 기능과 성역할을 거스르는 사람들이다. 체계적 차별은 이 때문에 시작됐다. 과학과 의학의 이름으로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 부추겨져 왔다. 정치인들은 동성애를 처벌하는 법을 입법하고, 법관들은 동성애자에게 중형을 구형했다. 동성애와 에이즈의 관련성을 입증하고, 동성애자와 이성애자의 뇌의 차이를 입증하는 데 수많은 돈이 투여됐다. 그러나 이런 시도들은 날조와 왜곡으로 가득 차 있었다.

수십 년간 성소수자들의 투쟁으로 이런 혐오와 편견은 도전받고 변화했다. 지금 한국 사회도 그런 과정 중에 있다. 그러나 성소수자의 인권이 신장된 유럽과 미국에서도 여전히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범죄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투쟁한 성과로 여성과 흑인에 대한 차별이 광범한 비난에 부딪히고, 소수의 여성과 흑인은 사회에서 지배적인 위치에 오를 수 있었지만 여전히 다수의 평범한 여성과 흑인의 삶은 열악하다. 마찬가지로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도 전 세계적으로 진보하고 있지만 여전히 다수의 성소수자들은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정상가족’을 필요로 하는 자본주의 체제가 존속하는 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계속될 것이다. 차별과 억압을 계속 만들어내는 자본주의 체제에 맞서서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다. 다가오는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이 성대하게 성사돼 매년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키워나가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추천 책 – 《무지개 속 적색 – 성소수자 해방과 사회변혁》

해나 디 지음, 이나라 옮김, 256쪽, 12,000원, 책갈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 (아이다호) 공동행동

일시 : 2015년 5월 16일 저녁 6시(본행사) *오후 2시(부스행사), 오후 4시(무지개버스 한마당)
장소 : 서울역광장
<노동자 연대> 148호 | online 입력 2015-05-14
http://wspaper.org/article/15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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