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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신여대 학생들
이사회의 비민주적 총장 선임에 항의하다

이현주  노동자연대 청년학생 조직자

 

5월 24일 성신여대 학생들은 1100여 명이 모여(전체 정원 1만 명) 학생총회를 성사시키고 이사회를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4월 성신여대를 운영하는 법인인 성신학원 이사회가 직선제로 치러진 총장 선거 결선투표에서 2위 후보자를 총장으로 선임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이사회가 학교 구성원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자신의 입맛에 맞는 2위 후보자를 총장으로 선임한 것이 커다란 반발을 낳고 있는 것이다.

성신여대에는 지난 2018년에 총장직선제가 도입됐다. 2017년 심화진 당시 총장이 학교 공금 수억 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일이 배경이었다.

심화진 전 총장은 성신학원 설립자인 이숙종의 외손녀로, 10여 년의 재임 기간 동안 공금 횡령, 입시 부정, 인사 비리 의혹 등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설립자 일가가 대학을 주무르며 온갖 비리를 저지른 사학비리의 전형이었던 것이다.

결국 2017년에 심화진이 학교에서 내쫓기며, 문재인 정부가 파견한 인사들로 이사회가 새롭게 구성되고, 총장직선제가 도입됐다.

직선제 취지 무시

총장직선제는 학교 구성원들에게 수년간의 극심한 혼란 속에서 학교를 ‘정상화’하는 첫걸음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번 선거는 총장직선제로 실시된 두 번째 선거다.

그런데 이사회는 직선제 투표 결과를 간단하게 무시했다. 이사회에 2위 후보자를 선임할 권한이 있다고 하지만 변명일 뿐이다.

첫째, 그런 형식이 내용상 비민주성을 정당화하진 못한다. 선거에는 교수, 직원뿐 아니라 학생들도 대거 참여했다. 학생들 다수가 1위 후보자를 지지했다. 학생들은 이럴 거라면 애초에 직선제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분개한다. 이사회의 오만한 결정에 대한 정당한 반발이다.

게다가 이사회 사무국장 등 2위 후보자 측 인물들이 이사회의 표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하려고 모의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드러난 것은 더한층의 공분을 샀다.

둘째, 학생들은 “이사회가 의무는 지키려 하지 않고 권리만 행사하려고 한다” 하고 비판한다. 이사회가 부실 운영으로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켜 학생들에게 피해를 준 것도 모자라 권한만 행사하려 든다는 것이다.

지난해 성신여대는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 일반재정지원사업’에서 탈락했다.(올해 5월에 이의신청을 통해 구제됐다.) 이 과정에서 학교 법인이 지난 3년 동안 법인전입금을 거의 내지 않아 학교 재정에서 그 비율이 0퍼센트에 이른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대학이 학생들의 등록금에 거의 전부 의존해 운영돼 왔던 것이다.

또, 지난 4년간 총장을 역임한 양보경 총장이 재정 지원 제한 대학에 선정된 것에 책임을 지겠다며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사퇴해 놓고서 2위 후보자가 임명되도록 2위 후보자 측과 공모한 것도 드러났다.

학생총회

성신여대에서 학생총회가 성사된 것은 심화진 전 총장의 비리가 드러나자 퇴진을 촉구한 이래 6년 만이다. 지난 박근혜 퇴진 촛불 운동 이후 대학 내 운동이 활발하지 않은 분위기에서 이례적인 일이라 할 만하다.

총회에 모인 1100여 명의 학생들은 “대학 민주주의를 훼손한 이사회 결정을 규탄한다!” 하고 외쳤다.

5월 24일 학생총회가 열리는 광장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성신여대 학생들 ⓒ이현주

1위 후보자에 대한 지지 여부와 무관하게 학교 당국의 행태는 비민주적인 것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비민주적 처사를 규탄하는 것이 반드시 다른 한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뜻하진 않는다.)

한편, 성신학원의 현 이사진은 문재인 정부하에서 추천된 사람들로, 민교협(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과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이른바 ‘사학 민주화’를 위해 일정한 구실을 해 온 단체의 출신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그런데도 민교협은 이번 사안에 대해 한마디 비판도 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전에 민교협 같은 단체가 사학 비리 재단에 맞서는 데서 일정한 구실을 해 왔음에도 이제는 출세주의자들의 디딤돌이 돼 온 씁쓸한 현실도 보여 준다.

학생들과 일부 교수, 직원들의 정당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사회와 학교 측은 부총장과 처장단 등을 임명하며 사태를 밀어붙이고 있다. 방학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그때까지 버티면 된다는 심산일 것이다.

성신여대 총학생회는 학생총회 이후인 5월 30일 양보경 전 총장의 퇴임식 앞에서의 시위를 계획했지만, 학교 측은 사전에 정보를 입수했는지 퇴임식을 취소(또는 행사장 변경)했다.

성신여대 이사회는 비민주적인 총장 선임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

*이 글은 <노동자 연대> 신문에도 실렸습니다. https://wspaper.org/article/27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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