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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초심자를 위한 자본주의 역사 설명서
자본주의를 바꾸고 싶다면 이 책부터 읽자!

김태양(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리오 휴버먼, 책벌레, 2000)는 1936년에 처음 쓰여진 책이다.

85년 전에 쓰여진 책이 오늘날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계가 수많은 심각한 문제들로 가득차 있음을 부정하긴 어려울 것이다. 빈곤, 실업, 전쟁, 인종차별, 기후위기와 팬데믹 등 인류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세상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이렇게 뒤틀린 세상을 들여다 보면 절로 탄식이 나온다. 한편으로, 이런 문제들은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접해온 것이라 어찌 손써 볼 여지조차 없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이 책이 오늘날에도 의미가 있는 한 가지 이유는 상황이 1936년에도 비슷했다는 것이다. 당시는 1929년 대공황이 전 세계에 드리운 어둠이 채 가시기 전이었고, 4년 전에 독일에서 히틀러가 집권한 상황이었다. 3년 뒤에는 제2차세계대전이 일어나 수천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도처에 만연한 실업과 빈곤 때문에 사람들은 점차 자본주의 자체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이하 ⟪바로 알기⟫)는 바로 이런 상황에서 쓰였다. 세계 곳곳에서 파시스트가 성장하고, 경제 위기, 코로나19 팬데믹, 기후위기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박살내는 지금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은 상황에서 말이다.

이 책은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님을 보여 준다. 그 문제들은 매일매일을 근근이 살아가는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 탓도 아니다. 진정한 원인은 자본주의 체제다.

자본주의는 “이윤 창출을 제1의 목적으로 하는 상품의 자유 교환에 기초한 … 사회 체제”다. 자본가들이 이윤에 목을 메는 이유는 그들이 서로 경쟁하기 때문이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재투자를 위해 더 많은 이윤을 남겨야 한다. 이윤이라는 목표 앞에 인간의 존엄, 환경, 풍요는 모두 뒷전으로 밀려난다.

이 책은 이러한 자본주의의 민낯을 생생하고 구체적인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유럽에서 엔클로저 운동으로 가난한 농민들이 몰락하고, 10살 미만의 어린이들이 공장과 광산에서 혹사당하고, 아프리카와 아시아 식민지에서 토착 주민들이 끔찍하게 죽어나간 토대 위에서 자본주의는 성장했다.

물론 이 과정이 순탄하게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자본가들은 이윤을 늘리려면 노동자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처음에는 고용주나 의회에 청원했고, 나중에는 노동조합을 조직해 격렬히 저항했다. 전 세계적으로 자본주의는 가는 곳마다 저항을 퍼뜨린 셈이다.

 

역사유물론

자본주의의 성장 과정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을 알게 된다.

저자는 자본주의 옹호론자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역사를 서술한다.

이 관점에 따르면 이 체제는 자본주의 예찬론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역사의 종말도 아니고, 친자본주의 경제학자들이 발견한 “변함이 없고 영원한” 법칙의 산물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자본주의 체제는 역사적으로 일시적인 사회 형태다. 마치 봉건제로부터 자본주의가 발전해 나왔듯이, 자본주의도 그 속에 훨씬 나은 사회를 만들어낼 가능성을 품고 있다. 이런 가능성은 결정적으로 경제적 힘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실현될 것이다.

이를 역사유물론이라 한다. 인간과 사회를 둘러싼 물질적 조건에 대한 분석을 출발점으로 삼는 유물론은 전에도 있었지만, 이를 사회변혁의 도구로서 재정립한 것은 마르크스와 엥겔스였다. 그런데 이런 관점은 흔히 ‘경제결정론’이라는 비난을 마주하곤 한다. 사상, 문화, 정치 등 다양한 계기를 무시하고 역사적 변화를 경제적 결과로 환원해서 설명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흔한 오해와 달리 역사유물론은 모든 역사적 변화를 경제 문제로 환원하지 않는다. 역사는 경제적 힘 외에도 앞서 말한 다양한 계기들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이다. 이런 계기들이 경제적 힘에 영향을 미치거나 제약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런 상호작용은 앞서 구축된 경제적 토대 위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따라서 궁극적인 요인으로서 경제적 힘을 분석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게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주장한 핵심이었다.

도식적이고 기계적이지 않은 유물론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바로 알기⟫를 보면 된다. 예컨대 저자는 상업이 자본주의의 토대를 놓는 과정에서 어떻게 종교적 교리의 변화를 이끌어냈는지를 보여 준다.

“[중세] 교회는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주는 것은 곧 고리대금이고, 고리대금은 죄라고 말했다. ∙∙∙ 도시 정부와 나중의 국가 정부도 고리대금을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화폐가 경제 생활에서 더욱더 중요한 역할을 하기 시작하자 그런 교리는 [화폐를 이용한 상업적 거래에] 현실적인 장애가 됐다.”

“낡은 경제에 알맞도록 만들어진 교회 교리가 신흥 중간 계급이 대표한 역사적 힘(세력)과 충돌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굴복한 것은 교리였다. ∙∙∙ 종전과 다른 결정을 통해 서서히 조금씩 그렇게 됐다.”

다양한 관념들이 이윤과 이자의 존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등장했다. 돈벌이가 정당화될수록 돈벌이는 더욱 수월해졌기 때문에, 새롭게 부상하는 경제 체제에서 이런 관념들은 제 구실을 톡톡히 했다.

물론 이것은 오랜 기간에 걸쳐 일어난 변화였다. 또 이런 변화는 의식적이지도, 모든 지역에서 똑같이 벌어진 것도 아니었다. 봉건 지배계급의 일부는 시류를 거슬러 자본주의에 저항했다. 1934년 미국의 코네티컷 주에서는 두세살 어린이들을 고용한 선대 제도가 여전히 남아 있을 정도였다. 이전 시대의 잔재가 끈질기게 살아남아 변화를 가로막은 것이다.

 

반복되는 위기

안타깝게도 이 책은 처음 쓰인 1936년까지의 상황만을 담고 있다. 그래서 역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런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제2차세계대전 전후로 복지국가들이 등장하지 않았나? 국가의 개입이 강화되면서 시장의 변덕과 파괴적 영향력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게 되고 사람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았나?’

그러나 ⟪바로 알기⟫는 자본주의 체제에 끊임없이 위기를 낳는 경향이 내재해 있다고 주장한다. 제2차세계대전 후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것이 사실임을 알 수 있다.

제2차세계대전 직후 세계 경제는 다시없을 호황을 누렸다. 노동계급과 평범한 사람들의 삶도 전보다 나아졌는데, 호황 덕에 자본주의가 개혁(높은 소득, 일자리, 연금 등)을 제공할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자본가들이 투자한 것 대비 얻는 이윤의 양, 즉 이윤율이 떨어지면서 투자와 생산이 느려졌다. 자본주의가 전만큼 넉넉하지 못하게 되자 각국 정부는 이윤을 압박하는 요소들을 최대한 없애는 작업에 착수했다. 부자들의 세금을 낮추고, 환경 등 각종 규제를 풀고, 공공지출을 삭감했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조건을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삶이 팍팍해졌다.

2017년에 나온 ‘세계불평등보고서 2018’을 보면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 전 37년 간 전 세계 상위 0.1퍼센트인 700만 명의 부자가 가져간 부가 하위 50퍼센트인 38억 명의 몫과 같다.’ 이것은 소수의 자본주의 지배계급이 나머지를 쥐어짠 결과다.

그러나 위기의 근본 원인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각국 정부가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데도 한계는 있고, 무엇보다 이런 조처에도 불구하고 이윤율이 전혀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체제의 지배자들이 위기의 고통을 평범한 사람들에게 떠넘기는 데서 맘을 달리 먹을 것 같진 않다. 당장 문재인 정부만 해도 ‘노동존중’ 운운하면서 집권했지만, 중대재해법을 난도질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열망을 배신하고, 온갖 개혁 약속을 저버리지 않았던가.

결론을 내리자. ⟪바로 알기⟫는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가 어디서 왔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해 준다. 그리고 자본주의가 새로운 사회를 위해 자리를 내줘야 한다는 점도 보여 준다.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정신에 충실하면서도 구체적이고 생생한 설명이 단연 장점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운영되는 사회가 가능하고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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