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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기고글

故 이은장 집배원 과로사 순직인정, 갑질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무료노동 즉각중단 결의대회에 다녀와서

석중완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

 

5월 20일 공주우체국 앞에서 열린 ‘故 이은장 집배원 과로사 순직인정, 갑질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무료노동 즉각중단 결의대회’에 참가했습니다.

최근 집배원 3명이 연이어 세상을 떠난 소식이 알려지면서, 집배원 노동자들의 살인적인 노동조건 실상이 조명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집배원들이 처한 살인적인 노동조건과 과로사 문제는 결코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닙니다. 집배원들의 연 평균 노동시간은 약 2,700시간인데, 다른 직종 노동자들보다 대략 87일을 더 일하는 셈입니다. 지난 해에만 25명이 사망했고(근 10년 간 최대), 올해만 7명이 사망했습니다.

故 이은장 씨는 우편물과 등기를 배달하던 34세 청년 상시 집배원이었습니다. 故 이은장 씨는 비정규직 집배원으로서 극심한 과로와 관리자들의 무료노동 강요 등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故 이은장 씨가 사망한 날 자기 전 머리맡에 두었던 ‘정규직 전환 지원서’에 적힌 말은 정말로 가슴을 미어지게 합니다.

 

“행복과 기쁨을 배달하는 집배원이 되는 것이 꿈입니다.”

그런데 우정사업본부 사측은 故 이은장 씨가 근무 중 사망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과와 순직 인정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심정지로 인한 사망이 집배원들의 전형적인 과로사 유형임을 모르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사측의 뻔뻔한 태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에 맞서 사측의 책임을 묻기 위해 故 이은장 씨의 유가족들, 전국 각지의 집배원들과 민주노총 조합원들,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 진보•좌파 단체 활동가들, 故 이은장 씨의 고향인 공주시 용암리 주민들 등 100여 명이 공주우체국 앞에 모였습니다. 이 날 집회에서 집배원들과 故 이은장 씨 유가족의 발언을 통해 살인적인 노동조건과 뿌리깊은 분노를 생생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故 이은장 씨의 형은 그가 처했던 노동조건을 생생하게 증언했습니다.

틈 날 때마다 헌혈을 하고, 자전거로 전국 종주를 할 정도로 건강하던 제 동생은 공주우체국에서 일하면서 파스와 각종 약들을 달고 살다가 생을 마감했습니다. 집배원으로 일한 2년 반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입니까? 우정사업본부는 잘못을 인정하고 당장 사과하고 순직 인정과 갑질 관리자 처벌에 나서야 합니다. 제 동생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여기 계신 분들이 함께 해 주세요.

집배원들은 하나 같이 자신의 일터인 우체국을 ‘죽음의 현장’으로 불렀습니다.

내일도 누가 죽지는 않을지, 옆에 있는 동료가, 내가 그렇게 되지는 않을지 항상 노심초사합니다. 마치 죽음을 사이에 놓고 매일매일 핑퐁 게임을 하는 것 같습니다.

끝 없는 ‘죽음의 현장’을 바꿔내야 합니다. 이은장 씨의 사진이 우리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투쟁!

노동자들이 “공주우체국장 나와라!”라고 계속 외치자, 공주우체국장은 뻔뻔하게도 ‘영정 사진을 두고 국장실로 올라오라’고 관리자를 통해 전했습니다. “당장 내려와서 무릎 꿇고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어딜 오라가라냐”는 노동자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유가족들과 대표단이 영정 사진을 들고 로비에 들어가 우체국장에게 내려오라고 요구했습니다.

공주우체국장은 1층으로 내려와 순직인정 절차에 필요한 자료 제공에 협조하겠다며 사과했습니다. 압박을 느꼈는지 한 발짝 양보한 것입니다. 이에 노동자들은 박수를 치며 유가족들을 위로했습니다.

故 이은장 씨가 처했던 현실은 장시간·중노동에 시달리는 집배원들의 살인적 노동조건, 비정규직의 차별과 설움을 한 눈에 보여 줬습니다. 그런데도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들의 절실한 요구인 인력 충원과 토요택배 폐지 등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후보 시절 집배원 일일 체험을 하며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던 문재인 정부의 책임도 지울 수 없습니다. 일일 체험은 정말 하루로 끝났고, 청와대가 나서서 만든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에서 합의한 집배원 인력 증원을 우정사업본부가 이행하고 있지 않은 데도 수수방관 중입니다. 그러는 사이 노동자들은 과로에 병들고 심지어 죽고 있지 않습니까? 정부와 우정사업본부는 즉각 예산을 투입해 인력을 대폭 증원해야 합니다.

인력 충원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은 열악한 일자리로 내몰리는 학생•청년들에게도 이롭습니다. 학생•청년들은 괜찮은 일자리가 없어 극심한 경쟁에 내몰리는 한편, 노동자들은 오히려 너무 많이 일해 사망에 이르는 이 상황의 책임은 정부와 자본가들에게 있습니다. 집배원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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