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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낙태죄 위헌 심판을 앞두고
여성 자신이 낙태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낙태죄 위헌 소송의 선고가 4월 11일에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낙태한 여성과 낙태 시술을 한 의료인을 처벌하는 형법 조항(269조 1항과 270조 1항)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심판 대상이다. 현재 형법은 임신한 여성이 낙태를 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의사 등 의료인들이 요청을 받아 낙태를 하면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낙태죄 폐지

한국에서 낙태로 실형 선고가 나오는 일은 드물지만, 낙태죄가 ‘사문화’된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지난해 말 남해 경찰서가 낙태 수술 여성을 색출하려 했다. 낙태가 형법상 범죄로 남아 있는 한 자신의 삶을 위해 낙태를 한 여성들을 죄인으로 만들어 괜한 죄책감이 시달리게 한다. 게다가 의사도 위축시킨다.

이 때문에 여성들이 병원에서 낙태를 거부당하는 일이 증가하고 낙태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 최근 〈여성신문〉이 7개 산부인과 병원을 조사했는데, 수술비가 임신 7주에 무려 80만~100만 원이었다. 임신 13주에는 100만~180만 원이었다. 임신 초기에 안전하게 낙태할 수 있는 약인 미프진이 이미 수십 년 전에 개발됐지만 한국에서는 이를 합법적으로 구입할 수 없다.

이런 현실 때문에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여성들은 발을 동동 구르기 십상이다. 특히 노동계급을 비롯한 평범한 여성들, 그리고 학생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낙태(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에서는 여성들이 남몰래 낙태 가능한 병원을 찾느라 전전긍긍하고, 비싼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낙태 후 제대로 쉴 수 없는 현실이 드러났다. 2012년에는 18세 여성이 낙태 수술중에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일도 있었다. 2012년 세계보건기구의 발표를 보면, 세계적으로는 낙태의 절반가량인 2200만 건이 ‘안전하지 않은 낙태’이다.

우파 트루스포럼의 역겨운 위선

낙태 반대론자들은 “낙태는 살인”이라며 낙태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대학가에서도 트루스포럼이 “자식이 될 뱃속 태아를 마음대로 죽이도록 해달라는 게 여성 인권인가?” 하는 제목의 입장을 냈다. 5년 전 안타가운 목숨들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의 한 책임자인 박근혜를 탄핵시킨 일이 “언론의 거짓 선동에 휘둘려” 이뤄졌다고 하는 단체가 생명 운운하니 같잖다.

낙태 반대론자들의 궤변과 달리, 태아는 결코 모체와 별개 독립적 생명체가 아니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태아가 살아 숨쉬는 여성의 삶보다 우선 수 없다. 여성은 단순히 태아를 담는 인큐베이터가 아니다. 임신과 출산에서 여성의 선택이 우선시야 한다. 낙태가 불법임에도 많은 여성들이 낙태를 선택하는 것은 그만큼 출산이 여성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보여 준다. 트루스포럼 등의 태아 생명 운운은 위선일 뿐이다.

대중 운동

낙태죄 폐지 여론은 계속 성장해 왔다. 청년·학생 쪽에서도 두드러진다. 올해 2월 정부 실태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75.4퍼센트가 낙태죄 개정에 찬성했다. 3월 29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특히 20대와 30대는 각각 85퍼센트, 94퍼센트의 압도적 비율로 ‘필요시 낙태 허용’에 찬성했다.

그러나 헌재는 매우 보수적인 국가기관이므로 이런 여론과 염원을 반영하지 않을 수 있다. 지배자들은 ‘심각한’ 저출산 때문에 생산 가능 인력이 부족해져 ‘국가경쟁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다. 특히 현 헌법재판관의 다수가 위헌 입장은 아닌 듯하다. 더욱이, 이번 낙태죄 심판의 주심인 조용호는 낙태죄 유지 입장이다.

낙태권 운동이 헌재 판결에 좌우되지 말고 장기적 시각에서 아래로부터 운동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아일랜드 낙태 합법화는 수십 년 동안 일어난 낙태권 운동이 최근 몇 년 간 대중 운동으로 성장한 덕분이었다. 기층에서 조직된 거리 시위가 수만 명 규모(한국으로 치면 수십만 명에 해당)로 몇 차례 일어났다. 

여성의 몸은 여성의 것이다. 낙태죄는 폐지되고 여성이 안전하게 낙태할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그 누구도 여성에게 원치 않는 임신을 지속하도록 강요해서는 안 된다.

 

2019년 4월 9일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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