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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릿]
예멘 난민 배척 논리를 반박한다

예멘 난민 배척 논리를 반박한다_리플릿

예멘 난민 배척 논리를 반박한다

** 이 글은 신문 <노동자 연대> 251호 기사(https://ws.or.kr/article/20563)를 편집한 것입니다.

최근 몇 개월 동안 예멘인 500여 명이 제주도로 입국해 한국 정부에 난민 지위를 신청했다. 예멘은 2014년 내전이 발발했고, 2015년부터는 미국·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연합군이 개입해 폭격을 퍼부어 생지옥이 된 곳이다. 유엔난민기구는 “폭력, 질서의 부재, 대규모 실향, 기근 등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한 예멘으로 그 어떤 예멘인도 강제 송환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익들은 이슬람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기초로 거짓 선동을 한다. 이를 철저하게 반박한다.

벌러 들어온가짜 난민’?

‘가짜 난민’이라는 공격은 난민들이 본국에서 정치적 탄압을 받지 않는데도 경제적 동기에 따라 한국에 들어온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쟁에 의한 난민을 정치적이냐 경제적이냐 칼같이 나눌 수 없다. 난민은 여정 도중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고향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처지를 알아야 한다.

일각에는 한국에 와서 난민으로 정식 인정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근거로 한 ‘가짜 난민’ 주장이 있다. 그러나 한국의 난민 인정률이 낮은 것은 난민 심사가 비현실적인 탓에 생기는 문제이지 ‘가짜 난민’이 많아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 예멘처럼 국제 사회가 공인하는 생지옥의 국민이더라도 정부가 자신을 콕 집어 탄압한다는 강력한 물증을 제시해야만 난민 지위를 인정한다. 게다가 난민 지위를 인정받으려면 정부가 발급한 정식 여권도 제시해야 한다. 무차별 폭격 때문에 황급히 집을 떠난 사람은 당연히 둘 중 어느 것도 충족시키기 어렵다. 그래서 2017년 한 해 동안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2퍼센트에 불과했다. 이는 오히려 한국 정부가 난민들에게 폐쇄적임을 보여 주는 근거일 뿐이다.

난민 때문에 복지 예산이 부족해진다?

난민 때문에 복지가 부족해진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복지가 부족한 진정한 이유는 난민(이나 이주민)에 대한 지원이 대폭 늘어서가 아니다. 정부가 복지 확대 요구에 한사코 귀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난민에 대한 지원은 쥐꼬리만하다. 한국에서 난민 신청자 1인 생계 지원액은 한 달에 최대 43만 2900원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난민 신청 후 6개월까지만 지급받을 수 있고, 난민 지원 시설을 이용하면 지원금이 절반으로 깎인다.

난민 신청을 한다고 지원금이 자동으로 나오는 것도 아니다. 별도로 지원금 신청을 해야 하고, 또 심사를 거쳐야 한다. 현실에서는 지원금 심사 자체가 50일가량 소요돼 난민들은 법이 보장한 6개월 중에서도 초기 50일가량은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한다.

게다가 2017년 통계를 보면, 지원금을 신청한 난민의 절반 정도만이 지원금을 받았다. 난민 신청자 전체로는 단지 2퍼센트만이 지원금을 받는 실정이다. 난민 절대 다수는 의료보험 혜택도 전혀 받지 못한다.

또한 난민 신청자는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다 합쳐 3만 명에 불과하다. 국내 인구의 약 0.06퍼센트인 것이다.

난민이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

난민이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는 주장도 원인을 애먼 데서 찾는 것이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 통계로도 난민 유입과 실업 사이에는 상관 관계가 없다. 최근 한국에서 실업이 심각해진 것은 고용 상황이 8년여 만에 최악으로 나빠졌기 때문이다. 조선업 구조조정 등 정부의 탓이 크다. 올해 5월의 월별 취업자 증가 수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만 명가량 줄었는데, 난민 유입 규모는 이와 비교도 안 되게 작다.

그런데 제주도에서 노동조합이 반대해 정부가 예멘 난민들에게 일자리를 주선한 것이 취소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19명을 한림수협 어선에 취업시켰지만, 수협노조의 반발로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경제 위기 시기에 일자리·복지·사회 불안 등의 문제를 난민·이주민에게 돌리는 것은 문제의 진정한 원인을 가리고 노동계급의 구성원들을 이간질해 단결을 가로막는다. 이런 이간질이 먹힐 수록 노동계급의 힘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민주노총이 “생존과 안전을 위해 찾아 온 난민들이 따뜻한 삶터를 꾸릴 수 있도록” 연대하겠다고 밝힌 것은 옳다. 이런 흐름이 더 많아져야 한다.

이슬람은 교리상 여성차별적이다?

이슬람 교리가 다른 종교에 비해 유난히 여성차별적이라고 볼 근거는 없다. 이슬람은 오히려 이혼, 여성의 재산권, 상속권을 초기부터 매우 구체적으로 보장했다. 기독교에서는 최초의 남성이 여성 때문에 죄를 짓게 됐다고 보지만(‘아담과 이브’ 신화), 이슬람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여성의 권리인 낙태도 한국에서는 아직도 불법이지만, 튀니지, 터키에서는 임신 10~12주까지 낙태가 합법이다. 파키스탄(1989년), 방글라데시(1991년), 인도네시아(2001년)에서는 한국보다 수 년 앞서 여성이 총리나 대통령에 올랐다.

여성 할례는 분명 끔찍한 일이지만, 압도적으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벌어지고 있고 종교가 아니라 아프리카의 낙후한 사회 조건의 산물이다. 여성 할례의 기원은 이슬람이 아니다.

인터넷에서는 ‘스웨덴은 성폭력 발생이 세계 2위로 높은데 난민을 많이 받아들여서 그렇다’는 가짜 뉴스가 최근 다시 돌고 있다.

그러나 스웨덴이 통계상으로 성폭력 발생률이 증가한 것은 성폭력 집계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남편에게 1년 동안 매일 같이 성폭력 당했다’고 신고하면 이전에는 1건으로 집계했지만 365건으로 집계하기로 바꾼 것이다(스웨덴 범죄예방국가위원회). 스웨덴이 2015년에 난민 신청자 16만여 명을 받아들인 것과는 전혀 무관하다.

무엇보다 다른 종교와 마찬가지로 이슬람은 획일적이지 않다. 이슬람교 신자인 무슬림이 다수인 나라들은 아프리카에서 동남아시아에 이르기까지 방대하게 걸쳐 있고, 무슬림은 전 세계에 16억 명 이상 존재한다. 다른 많은 종교와 마찬가지로 이들 중 성폭력이나 테러를 일으키는 사람은 극히 소수다. 특정 종교와 그 신자 일반을 성폭력이나 여성차별과 연결시키는 것은 억지다.

이슬람=테러?

이슬람을 믿으면 테러에 빠지기 쉽다는 생각도 틀렸다. 테러의 진정한 원인은 서방이 아랍 세계에 가한 끔찍한 제국주의 정책이지 이슬람이 아니다. 2010~2011년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쓴 아랍 혁명은 많은 무슬림들이 세상을 바꿀 수단으로 테러가 아니라 대중 행동을 택하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 줬다.

당연하게도 난민·이주민 때문에 한국인이 위험해진다는 생각은 틀렸다. 한국에서 인구 10만 명당 범죄자 수에서 외국인은 내국인보다 적다. 미등록 이주민(“불법 체류자”)이 범죄를 더 많이 저지를 것이라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2007~2011년 통계를 보면, 미등록 이주민은 전체 외국인 중에서도 범죄율이 더 낮았다.

오히려 무슬림·이주민들은 불법 행위나 인권 침해를 당해도 어디 가서 호소할 수가 없어 범죄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는 난민을 지원하라

10월 17일 정부가 제주 예멘 난민 심사 2차 결과를 발표했다. 난민 신청을 철회한 3명을 제외한 458명 중 339명에게는 ‘인도적 체류’ 지위를 부여했지만, 단 한 명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9월 14일에도 23명에게 인도적 체류 지위만 부여한 바 있다.)

생지옥과 다름없는 예멘의 상황이 잘 알려져 있어 강제 송환은 부담스럽기 때문에 불안정한 체류 지위만을 부여한 것이다. 심지어 34명에게는 인도적 체류 지위조차 주지 않고 난민 불인정 결정을 내렸다.

예멘 난민들은 한국 정부도 일조한 전쟁의 피해자들이다. 한국 정부는 예멘 난민을 받아들일 책임이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다면 법 규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난민 지위를 부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책임을 회피했다.

단 한 명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은 냉혹한 한국 정부를 규탄한다. 정부는 예멘 난민들에게 법적 난민 지위를 부여하고 실질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아직 면접을 하지 못했거나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이번에 심사 결정을 보류한 나머지 85명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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