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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고려대]

미래융합대학이 “기초능력, 기본적 자질 함양” 위함이라고? 학교 당국은 궤변 말고 미래융합대학 전면 폐지하라

 

고려대 당국이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문제투성이인 미래융합대학(‘크림슨 컬리지’) 설립을 강행하고 있다. 이에 반대하며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이 중심이 돼 학생 · 교수들이 항의 행동을 진행하는 동안, 학생처는 학생처장의 명의로 미래융합대학을 정당화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고려대 학내 구성원 모두에게 발송했다.

학교 당국은 미래융합대학 설립 반대 목소리가 커질까 우려해서인지, 학생 · 교수들이 “오해”하고 있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나 학생처의 이메일 내용은 미래융합대학 설립 반대가 왜 정당한지를 오히려 더 분명히 보여 준다.

첫째, 이메일을 보면, 학교 당국은 ‘프라임 사업’과 연계해서 미래융합대학 설립을 추진하고 있었다. 프라임 사업은 박근혜 정부가 주도해 온 대학 구조조정 프로그램이다. 그것의 방향은 대학 교육을 “산업 수요”(기업의 필요)를 위해 재편하는 것이다. 역시나 미래융합대학은 박근혜 정권의 교육개혁의 일환이었던 것이다. 이화여대가 이런 방향에 먼저 부응해 지난해 “신산업융합대학”을 세웠다. 바로 정유라가 다닌 단과대다.

둘째, 학교 당국은 미래융합대학이 “기초 능력”, “기본적 자질 함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융합지식의 학습을 지향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학교 당국의 설립안을 보면, 이런 주장은 ‘기업과의 연계 강화’라는 본질 감추기 위한 말 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학교 측이 “미래융합대학”을 “미래대학”이라고 바꿔 부르는 것도 그 본질을 감추려는 의도일 것이다.

‘데이터 융합, 엔터테인먼트 사이언스, 바이오 인포매틱스, 미래 에너지 환경’ 등 응용학문 중심의 커리큘럼과 삼성, CJ와 같은 기업들과 파트너십 맺기, 기업의 직접적 투자 유치 등등 학교 측의 말과 달리 그 내용은 모두 산학협력 강화를 분명히 하고 있다. 실제로 “기초 능력” 함양을 위한 것이라 해도, 무엇을 위한 기초 능력, 기본적 자질 함양이란 말인가? 학교 당국이 진정으로 기초 학문 능력을 강화하고 싶다면 미래융합대학을 만드는 게 아니라 각 단과대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셋째, “귀족 대학”이 아니라는 말도 우습다. 학교 당국은 “적정한 수준의 등록금을 설”하겠다고 주장했지만, 미래융합대학 설명회에서 학교 당국은 ‘설립 후 3년이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언급하며 그 속내를 드러냈다. “수익” 창출이 우선시되면, 등록금은 언제든 상향 압력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모든 강의를 영어로 진행하는데다 입학할 때 수상경력 등을 따지는 까다로운 전형을 고려하면, 일반계 고등학교 학생들이 가기엔 너무 문턱이 높은 것이다. 자유전공학부 학생회가 지적한 “기회의 균등 파괴”다.

넷째, 학교 당국은 애시당초 학생들과 민주적으로 소통하지 않은 채, 거의 1년 가까이 물밑에서 미래융합대학을 추진해 왔다. 그래 놓고 학생들에게 고작 4주 동안 의견을 듣겠다고 하는 것이다. 학교 당국이 준비한 설명회와 토론회가, 사실상 학생들에게 미래융합대학을 통보하면서 ‘소통’했다는 보여주기밖에 못 되는 이유다. 따라서 자유전공학부가 중심이 된 학생, 교수님들의 토론회 무산 항의 행동은 매우 정당한 것이다. 비민주적인 것은 학생들이 아니라 바로 학교 당국이다.

만약 미래융합대학이 추진된다면 고려대는 더한층의 기업 이윤, 수익성 논리에 휩쓸릴 것이다. 평범한 학생, 노동자, 교수들은 더욱 경쟁을 강요받고, 기업의 입맛에 따라 “기업에게 필요한” 획일화된 교육을 받을 것이다. 등록금 인상, 학과 통폐합, 학교 안팎의 경쟁 강화, 노동자 쥐어짜기가 대학 구조조정의 미래다.

지난주 중앙운영위원회가 학생총회 소집 요구에 따라 11월 28일(월) 학생총회를 공고했다. 안건은 ‘박근혜 퇴진 운동 적극 동참’, ‘미래대학 전면 폐지’, ‘학사제도 개악안 전면 폐지’다.
부패의 몸통 박근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동시에 비민주적 학사 행정, 교육의 전당을 돈벌이 전당으로 전락시키려는 학교 당국에 맞서 학생총회로 모이자!


산학협력 = 기업의 이윤 추구 뒷받침하는 교육

학교 당국이 미래융합대학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산학협력 강화는 대학 교육을 더한층 기업의 이윤 논리에 종속시킬 것이다. 기업들은 이윤을 위해 평범한 학생, 노동자들의 안전과 필요를 희생시켜 왔다.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구의역 참사 등은 기업의 이윤 추구가 낳은 끔찍한 결과다. 산학협력 강화는 대학 교육을 기업의 이윤 추구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더한층 전락시킬 것이다.

실제로 산학협력은 곳곳에서 문제를 낳고 있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쟁점이 됐던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보자.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유 교수는 옥시에게 연구비(와 뒷돈)를 받았기 때문에 가습기 살균제에 유독성이 없다는 거짓 실험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서울대에서도 이미 비슷한 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다. 2005년 황우석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황우석의 연구실은 ‘황금알을 낳는 오리’였고 정부와 기업주들이 막대한 지원을 했다. 그래서 당시 황우석이 과학을 왜곡하고 난자 확보를 위해 비윤리적 행위를 서슴지 않았음에도 그의 연구가 대국민 사기극이었음이 명백해지기 전까지는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온갖 비호를 받았다.

이런 일은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켄터키대학교는 나이키와 산학협력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계약서에 따르면, 대학에서 나이키 브랜드나 제품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면 기업이 2천5백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있다.

기업의 입김이 강화될수록 연구만이 아니라 교육도 왜곡된다. 당장 기업 이윤에 도움이 되는 학과는 집중 지원을 받지만 장기적 연구가 필요한 학과는 지원이 축소된다. 상대평가제가 강화되거나 졸업요건 등이 강화되는 것도 학생들을 줄 세워 선별하기 위한 기업주들의 필요 때문에 벌어진 일들이다.

또 대학에 기업들은 많이 들어 오지만 학생들을 위한 시설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산학협력을 통해 기업들의 재정 지원은 늘었을지 몰라도 수익성 논리가 강화되며 교직원들의 처지는 더 열악해졌다. 교수들에게 연봉제·계약제·성과제 등이 확산되며 경쟁 압박이 강해지고, 비정규직 교수와 직원도 늘어났다.

산학협력의 강화는 지금 학생들이 가장 분노하고 있는 쟁점인 학내 민주주의의 파괴를 가속화할 것이다.
산학협력 강화가 아니라, 교육에 대한 정부의 지원 강화, 교육의 공공성 강화가 필요하다. 기업들이 돈으로 대학을 좌지우지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이들에게서 세금을 거둬 대학을 지원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2016. 11. 21.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
(국어교육3 연은정 / 010-7113-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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