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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고려대] 공간 문제 해결 위한 문과대 학생들의 요구 지지한다
SK미래관에 강의실, 자치공간, 교수 연구실 추가하라

지난해 말부터 ‘SK미래관’(이하 SK관)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이다. SK관은 염재호 총장이 후보 시절, 문과대의 만성적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용하겠다고 약속한 건물이다. 문과대 건물 신축은 지난 10년여 간 문과대 구성원들의 요구였다. 그러나 공개된 도면에는 강의실, 자치공간, 교수 연구실 등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에 문과대 학생들은 지난 21일, 총장이 책임지고 이 사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며 7년 만에 문과대학 학생총회를 열었다! 추운 날씨에도 문과대 학생 360여 명은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켰다. ‘민주적으로 SK미래관의 공간을 활용하라’는 안건은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다.

 

우선순위

고려대 당국은 꾸준히 건물을 신축해 왔다. 그러나 공간 부족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 바로 학교 당국의 우선순위가 학내 구성원에게 있지 않기 때문이다.

‘SK미래관 즉각 대응 특별위원회(이하 특별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문과대학 전공 중 문과대학 건물인 서관에서 열리는 강의 비율은 43.6퍼센트에 불과하다(경영대 99.2퍼센트, 사범대 98퍼센트, 공과대 71.6퍼센트, 정경대 52.6퍼센트).

문과대 학생수는 4000여 명에 달하는데 건물은 서관 하나뿐이라 학생들은 인문계 캠퍼스에 있는 10개 건물을 돌아다니며 수업을 들어야 한다. 동아리들의 자치 공간도 턱없이 부족하다. 문과대 소속 여러 교수들도 서관에 공간을 배정받지 못해 학교 전역에 흩어져 있다. 문과대 학생들의 분노와 요구는 지극히 정당하다.

건물의 활용 방법을 학교가 일방적으로 결정해 통보하는 것도 문제다. 학교 당국은 학생들이 강의실, 자치공간 부족 문제 등을 호소하면 언제나 ‘돈이 없어서 건물을 신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예산이 잡히고 건물을 짓기 시작하면 학교 당국은 학생들의 필요가 아닌 학교 당국의 필요에 따라 건물 활용의 방식과 성격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SK관도 마찬가지다. SK관의 설계 도면을 보면 지하 1층은 상업시설로 주되게 채워질 예정이다(특별위원회 성명서). 5층은 창업 목적 활동 공간으로 채워졌다. 지상 1, 2층의 대부분은 아고라, 라운지로 활용된다. 이런 식이 아니라 문과대 학생들의 절실한 필요를 반영해 공간을 조정 해야 한다.

또 학교 당국은 ‘개척하는 지성’ 육성을 위해 주입식 교육이 아닌 ‘거꾸로 교육’을 하겠다며 강의실 없이 세미나실 111개와 캐럴(개인연구공간) 111개를 만들겠다고 한다. 물론 세미나실과 연구 공간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문과대 구성원들이 교육에 가장 기본적인 강의실이 부족해 고통을 겪는 상황에서 세미나실 확충 등의 문제는 문과대 구성원들의 필요와 조화롭게 해결할 방안을 민주적으로 찾아 가야 한다.

예를 들어 특별위원회와 문과대학생회 ‘서로소리’는 ‘민주적인 SK미래관 공간 활용을 위한 연서명’에서 SK관에 강의실과 자치공간, 연구공간 확보를 요구하는 동시에 총장이 대관 가능한 건물을 늘리고 대관 규정을 완화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문과대뿐 아니라 다른 단과대 소속 학생들에게도 이롭다. 건물은 많지만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 학교 밖 카페를 전전하는 현실을 돌아보더라도, 학생들이 자신들의 단과대뿐 아니라 교양관 같은 건물을 자유롭게 대관할 수 있다면 세미나실 문제 등 공간 부족 문제를 크게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이 교육기관임을 상기해 본다면, 학교 당국은 학생들의 교육과 자치 활동을 안정적으로 진행할 공간을 제공하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단호한

그동안 학교 당국은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공간을 ‘그냥’ 보장하지 않았다.

2001년 학교 당국은 교양관을 신축하면서 교양관 자리에 있던 문과대 자치공간을 대책없이 없앴다. 이에 학생들은 인간 띠잇기를 하며 교양관 공사를 막아섰고 학교 당국은 임시 공간으로 홍보관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학교는 교양관 완공 후 교양관에 학생들의 자치공간을 주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어겼다. 또, 2005년 교육투쟁의 성과로 단과대 구분 없이 교양관 대관을 약속했지만 이후 지키지 않았다.)

백주년 기념관에 컴퓨터실, 열람실을 보장받은 것도 2003년 말 교육투쟁이 승리했기 때문이다. 2010년 사범대 자치공간 사대분관이 일방적으로 철거될 위기에 놓였을 때 투쟁한 사범대 학생들이 있었기에 라이시움 5층을 대안공간으로 보장받을 수 있었다.

공간 투쟁은 아니지만 당장 지난해 말, 우리는 박근혜 표 대학 구조조정 정책이었던 ‘미래대학’ 설립안을 단호한 본관 점거 투쟁으로 철회시켰다. 후보 시절 자신의 약속을 어기고 있는 염재호 총장은 비민주적으로 정책을 강행했을 때 강력한 항의 행동에 부딪혔던 과거의 경험에서 배워야 할 것이다. 총장은 이 상황을 책임지고 학생들과 민주적으로 공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학은 총장과 총장 집행부의 사유재산이 아니다.

문과대 학생들은 학생총회에서 학교 측이 25일까지 공사를 중단하고 학생들과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26일부터 공사장 점거에 들어가기로 했다. 더 나은 교육 여건을 위한 문과대 학생들의 요구는 정당하다. 이 투쟁이 승리한다면 문과대뿐 아니라 다른 단과대에서도 학교 측이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학생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기 힘들 것이다. 문과대 학생들의 공간 확충 투쟁을 적극 지지하자!

2017. 12. 24.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
(국어교육4 연은정 010-7113-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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