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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기고글

인하대에서 열린 기본소득 강연회에 참가하고 든 생각들

5월 25일(목) 인하대에서 ‘기본소득인천네트워크’ 주최로 ‘청년에게 기본소득은 왜 필요한가?’ 강연회가 열렸다.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의 저자인 오준호 작가가 연사로 참여했고, 노동당 · 알바노조 · 인천사람연대 등 활동가들과 인하대 학생들 등 30명 정도가 강연장을 찾았다.

기본소득은 “국가가 모든 구성원 개개인에게 아무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이다. 일부 국가에서 기본소득 도입을 실험하고, 특히 스위스에서는 부결되긴 했지만 기본소득 도입 국민투표도 진행되는 등 기본소득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지지가 꾸준히 높아져 왔다.

“19세기는 노예 해방의 시대, 20세기는 보통 선거권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기본소득의 시대!”, “기본이 안 된 한국 사회에 기본을 만드는 소득”과 같은 재치 있는 슬로건으로 강연을 시작한 연사는 기본소득 아이디어의 기원과 개념 등을 흥미롭게 설명했다. “기본소득으로 받으면 뭐 할 거에요?”라고 물었을 때는 생각만 해도 행복한 상상들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취업난으로 인한 무한 경쟁과 빈곤에 내던져진 청년들의 삶을 이야기할 때는 정말이지 서글펐다. 연사의 말 그대로,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득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사회가 “공유한 부에서 나오는 이익은 모두의 것”이어야 함에도 자본주의 체제는 생산수단과 생산물을 극소수가 독점하는 반면 다수는 그들에게 종속돼 노동하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게 만드는 끔찍한 사회다. 전 세계적 장기 불황으로 인해 불평등이 더욱 심화하면서, 기본소득과 같은 사회 안전망은 노동계급과 가난한 사람들에게 점점 더 절실해지고 있다.

경제 위기

그러나 연사가 강연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때문에 기본소득이 불가피하다고 한 것은 동의하기 힘들었다. 연사는 A분야로 분류한 제조업 · 건설업 · 에너지산업 · 정보통신산업 등에서는 인간 노동의 수요가 감소할 것이고, B분야로 분류한 교육 · 의료 · 문화 · 돌봄노동 · 복지 · 서비스산업 등에서는 반대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로봇과 인공지능에서 나온 소득을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이 자동으로 인간 노동의 종말과 대량 실업을 낳지는 않는다. 2백 년 전 자본주의 초기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기술들이 발명됐지만 동시에 “자기 자신의 무덤을 파는 사람들” 즉, 노동계급이 수십억 명 생겨났다. 자본가들은 새로운 가치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의 노동 없이는 이윤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술을 개발 · 보완하거나 기계(죽은 노동)를 만들고 수리하기 위한 인간의 노동(산 노동)이 필요한 것이다. 이는 자본주의 생산양식이 유지되는 한,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불리는 미래에도 여전할 것이다. 기술과 기계를 활용하고 영위하는 것은 살아 있는 인간들이며, 결국 이해관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계급 간 투쟁이 고용과 노동조건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현재의 경제 위기 하에서 이러한 투쟁은 좋던 싫던 더욱 확대되고 심화될 것이다.

나는 4차 산업혁명론이 기술 발전을 대량 해고와 노동조건 악화를 정당화하는 것은 물론, 경제 위기를 은폐하고 자신들의 지배 체제를 정당화하는 데 악용하고자 하는 지배계급의 전략적 이데올로기라고 본다. 기술 발전의 이익을 독점하고 생산력 발전을 가로막으며, 환경을 무자비하게 파괴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 자들이 도대체 누구인가? 노동계급과 천대받는 사람들의 해방을 꿈꾸는 좌파라면, 4차 산업혁명론의 물결을 과감히 거스르고 그 이면에 감춰진 지배계급의 위선을 단호하게 폭로해야 한다.

한편, ‘기본소득이 게으름을 낳을까’ 하는 편견에 대해 연사는 “기본소득을 받으면 뭐 할 거에요?” 라는 질문에 대한 강연 참가자들의 답변이 건설적이고 생산적이었다는 점을 들어 반박했다. 실제 도입 사례에서도 지급받은 사람들이 게을러졌다는 보고가 없다고 했다. 나도 기본소득을 받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게을러져 노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본소득은 정말로 “생존” 압박에 시달리는 수많은 청년들, 해고자들, 소외 계층 등에게 커다란 선물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기본소득이 자본주의 체제가 낳는 근본적인 게으름과 무기력, 소외를 없애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노동자들의 노동(과정)은 물론 생산수단과 생산물을 사회적으로 통제하고 노동의 성격을 변화시키는 것이야말로 게으름과 소외를 끝장낼 수 있을 것이다. 이 힘은 자본주의에서 대부분의 부를 생산하는 노동계급에게 있다.

강연을 듣다 보니 기본소득을 제대로 하려면 ‘재원을 얼마나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점에서 기본소득이 자본주의 내에서 개혁 전략으로 추진될 때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에 30~40만 원으로도 감지덕지이지만, 사실 누구나 그 돈으로 생활하는 데 충분하지는 않는다. 결국 사회의 대다수 부를 소유하고 있는 자본가들에게서 부를 뺏어 와야 하는데 경제 위기가 심화할수록 국가와 자본가들의 운신 폭은 줄어든다. 자본가에게 맞서 싸울 수 있는 노동계급의 투쟁이 약해진다면, 결국 노동계급의 세금을 올리거나 기본소득을 일부에게만 선별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할 것이다. 전체 파이를 키우기 위한 투쟁, 노동자들의 투쟁이 중요한 이유다.

만약 4차 산업혁명을 빌미로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에게 해고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한다면, 그에 맞선 노동자들의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고무해야 한다. 투쟁을 통해 노동자들은 하나의 계급으로서 가진 잠재력과 사회적 영향력을 자각할 수 있으며, 이는 그들의 삶과 작업장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기본소득과 같은 복지와 삶의 개선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한 가장 크고 강력한 힘이 될 것이다. 광범한 관심과 지지를 모으고 있는 기본소득 운동이 이러한 노동계급의 투쟁과 만나 함께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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