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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기고글

인하대 교수·학생·직원 5백여 명이 모여 최순자 총장 퇴진을 요구하다

5월 1일 인하대에서 최순자 총장 퇴진 집회가 열렸다. 교수 · 학생 · 교직원 · 노동자들이 함께 동맹휴업을 하고 총장 퇴진 집회를 연 것은 인하대 역사상 처음으로, 당초 예상 인원을 뛰어넘은 5백여 명이 참가했다. 특히, 임금 인상 투쟁 중인 청소노동자 1백여 명이 업무 일과를 마친 후 퇴근을 미루고 집회에 결합했다.

2월 말 한진해운이 파산해 학교가 투자했던 1백30억 원이 증발한 이후, 총장과 학교 당국은 수차례 설명회를 열어 분노를 잠재우려 했다. 그러나 이들의 거짓말과 책임 회피는 의혹을 증폭시켰고, 쌓일 대로 쌓인 학교 구성원들의 불만과 분노에 오히려 기름을 부었다. 4월 5일, 교수회와 교직원 노동조합(한국노총 소속)은 총회에서 90퍼센트가 넘는 찬성률로 최순자 총장 퇴진을 결의했다. 그리고 중앙운영위원회와 함께 4월 30일까지 총장에게 사퇴할 것을 요구했고, 매일 팻말 시위를 하며 총장을 압박해 왔다.

하지만 학교 측은 물러서기는커녕 재정난의 고통과 책임을 학교 구성원들에게 떠넘겼다. 근로기준법까지 어겨가며 신임 교원들에게 성과연봉제를 적용해 임금을 깎으려 했다. 게다가 4월 중순부터 수년 만에 임금 인상 투쟁에 돌입한 간접고용 청소노동자들을 치졸하게 탄압했다. 터무니없는 학과 구조조정도 졸속 추진하려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총장과 학교 측에 대한 저항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5월 1일 집회는 이처럼 쌓여 온 분노가 반영됐다.

△5백여 명이 모여 최순자 총장 퇴진을 외치다 ⓒ사진 출처 경영대학 학생회

집회의 첫 발언을 맡은 교수회 의장 박우상 교수는 납득할 수 없는 한진해운 1백30억 원 투자와 총장의 태도를 규탄했다.

“인하대는 대한항공과 한진해운 두 곳에만 투자를 해 왔습니다. 수천억 원씩 적자를 보는 회사에 규정까지 어겨 가면서 투자를 한 이유가 도대체 뭡니까? 재단과 총장 사이에 무슨 애틋한 사정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 총장은 도의적 · 법적 책임을 지겠다는 얘기도 일절 없습니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총장을 퇴진시킬 것을 결의합니다.”

홍미연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은 1백30억 원 손실뿐 아니라 총장의 학사 운영 전반을 비판했다. “최순자 총장 취임 이후 학내 갈등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4월 졸업식, 무분별한 학과 통폐합 등의 과정에서 총장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학생들을 논의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학교의 주인이 누구인지 최순자 총장에게 보여 줘야 합니다!”

나는 자유 발언을 신청해 재정난의 고통을 학교 구성원들에게 떠넘기는 학교와 재단에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는 1백30억 원 날려 먹고 보전 계획도 없으면서, 청소노동자들을 무시하고 탄압하는 일에는 유능하고 날랩니다. 성과연봉제로 신임 교원들의 임금을 깎으려 합니다. 학교 재정난의 잘못은 우리에게 없습니다. 재단과 학교가 나서서 1백30억 원을 배상하고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상해야 합니다! 이화여대 학생들이 몇 개월 동안 본관을 점거해 불통 정책 취소시키고 비리 총장 최경희를 끌어냈습니다. 우리도 이처럼 강하게,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것처럼 단호하게 싸우면 이길 수 있습니다!”

“최저임금만큼도 못 받고, 교통비도 없이 일해 온 청소노동자들이 오늘 노동절에 파업 찬반 투표를 하고 이 자리에 오셨습니다. 학교는 ‘임금을 올려 주려면 등록금을 올려야 한다’며 노동자들과 학생들을 이간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 문제는 우리도 미래에 맞닥뜨릴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바로 청소노동자들의 투쟁과 그에 연대하는 학생들의 힘에 있습니다.”

비정규직 시간강사 조이한 교수는 자신의 불안정한 노동조건을 폭로했다.

“비정규직 교수들은 학교에서 유령과 같은 존재입니다. 6개월을 단위로 계약을 맺어야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데, 인하대는 4개월마다 계약을 맺어 보험도 없이 일해야 합니다. 전화가 오지 않으면 짤리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에 떱니다. 임금 수준도 가정 꾸리고, 자식 낳고, 제대로 된 생활을 누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12년 동안 일하다 참다 못해 ‘열린 총장실’ 온라인 게시판에 처우를 개선해 달라고 글을 올렸는데, 총장님은 ‘돈 많이 주는 곳으로 가라’ 하고 답했습니다.

“지금 많은 학생들이 열악한 조건에서 알바를 하고 있고, 대학을 졸업해도 노동자,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것입니다. 저는 인하대에서 비정규직 교수 노동조합을 만들 것입니다. 아주 기본적인 권리인 노동조합조차 선뜻 만들기 힘든 이 현실을 바꾸고자 용기를 냈습니다. 아는 강사님들에게 홍보해 주시고 저와 함께 연대해 주세요!”

자신들의 임금 인상 투쟁을 알리고 지지를 호소한 여성노조 인하대분회 박명순 분회장의 발언은 큰 호응을 얻었다. “요즘 학생 여러분께 시끄럽고 불편하게 한 점 죄송합니다”라는 말에 학생들은 일제히 “아니에요!”, “괜찮아요!”라고 말하며 박수로 응원했다.

부당한 처우를 폭로할 때는 안타까운 탄식이 터져 나왔다. “수십 년을 꼭두새벽에 나와 똑같은 일을 해도 정규직 임금의 반만큼도 못 받습니다. 용역 회사에 미루지 말고 진짜 사장인 인하대가 우리의 임금 인상 요구를 수용해야 합니다. 인하대 학생 여러분들도 저희들의 투쟁에 연대해 주세요!”

△최순자는 퇴진하라! 생활임금 보장하라! ⓒ오선희

△”청소노동자 투쟁 지지합니다” ⓒ오선희

이후 참가자들은 총장실이 있는 본관으로 행진을 진행했다. “최순자는 퇴진하라!”와 “생활임금 보장하라!” 두 구호가 자연스럽게 함께 울려 퍼졌다. 현수막 수십 개를 떼 버리거나 경찰을 불러 노동자들의 학내 행진을 가로막으며 학생들과 노동자들을 이간질하려던 학교 측의 대응이 완전히 실패한 것이다. 청소노동자들의 투쟁과 학생들의 꾸준한 연대가 모여 빛을 발했다.

단위 대표들은 총장실을 방문해 총장에게 퇴진 공동 결의문을 낭독했다. 학생 수십 명은 총장실 앞에 포스트잇과 팻말을 붙이고 퇴진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다. 집회가 모두 마무리된 뒤, 몇몇 학생들은 여운이 남았는지 본관 앞에 무리 지어 앉아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한 참가자는 “인하대 학생들이 특히 보수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까 완전 틀린 것 같다”며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노동자연대 인하대모임은 리플렛 5백 장을 제작해 참가자들에게 배포했는데, 먼저 달라는 학생들은 물론 한 움큼씩 가져가서 자기 대열에 직접 나눠 주는 학생들도 있었다. 청소노동자들은 자신들의 투쟁 소식과 연대 호소를 담은 글을 읽고 회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노동자 연대> 가판에서 신문과 간행물에 관심을 보이거나 구매한 학생들과 노동자들도 있었다.

인천지검은 최순자 총장과 조양호 이사장을 배임죄 혐의로 조사를 시작했다. 청소노동자들은 압도적인 찬성률(90퍼센트)로 파업을 결의해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최순자 총장은 충실한 친박계 인사로, 총장 부임 이후에도 새누리당 유지들과 지속적인 연계를 맺는 등 정치 활동의 끈을 부여잡고 있으므로 순순히 물러서려 하지 않을 것이다. 1백30억 원 손실의 실질적 책임자이자 총장 인사권을 보유한 재단 역시 고분고분한 총장을 쉽게 버리거나 손실금을 선물하지는 않을 것이다. 틈을 노리며 반격을 꾀하고 있을 학교와 재단에 맞서 총장 퇴진과 1백30억 원 배상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점거와 시위 등 더욱 강력한 투쟁으로 이들을 압박해야 한다.

△총장실 앞에서 포스트잇을 붙이며 항의하고 있는 학생들 ⓒ석중완

△총장실 앞에 붙은 항의 펫말과 포스트잇 ⓒ사진 출처 공과대학 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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