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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반쪽짜리 총장 '직선제' 방안 발표
최경희 적폐 청산을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

지난 4월 14일 이화여대 이사회가 16대(최경희 총장 다음) 총장 선출 방식을 확정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에 확정된 방식은 몇 달 전에 통과시켰다가 반발에 부딪힌 원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 학생들이 그간 요구해 온 수준에 턱없이 못 미친다.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회 대표자들은 교수, 직원, 학생 투표를 동등하게 반영해야(각 33퍼센트) 한다고 요구해 왔다. 그런데 이사회는 학생 투표 결과를 겨우 전체의 8.5퍼센트 반영하기로 했다(교수 77.5퍼센트, 직원 12퍼센트, 총동창회 2퍼센트). 지난 여름 학생들의 투쟁으로 쟁취한 총장 직선제인데 정작 학생들의 목소리는 조금만 반영하게 된 것이다.

직원 중에서도 학내 비정규직 교수·직원, 이화의료원 노동자들은 배제됐다. 최경희 총장 사퇴를 반대한 보수적인 총동창회는 투표권을 갖게 됐다.

최다 득표를 한 후보 두 명 중 한 명을 이사회가 최종 선출하는 방식으로 직선제의 취지를 훼손하는 조항도 있다. 이사회가 1등을 떨어뜨리고 2등을 총장으로 임명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온갖 책략이 판을 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2016년 한신대 이사회가 학생 투표에서 3위를 한 후보를 총장으로 임명해 큰 반발이 일기도 했다.

한편 총장 후보 피선거권에서 연령 제한(61세 이하) 조처는 폐지됐다. 연령 제한 조항에 따르면 지난 여름 학생들의 본관 점거를 지지했던 김혜숙 교수(철학과) 등 일부 교수들이 선거에 못 나오기 때문에 이들을 지지하는 학생들이 반발했다.

운동의 압력

장명수 이사장은 “4자(교수, 학생, 직원, 동창) 모두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으나, 6개월이 지나도록 총장을 선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더는 기다릴 수 없는 사정을 양해”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책임을 학내 구성원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이사회의 원안이 큰 반발을 사 번복되고 개정안 마련을 위해 꾸려진 4자 협의체는 학교 당국(교무처장이 배석)이 회의를 주재했는데, 서기록 작성과 참관이 허용되지 않는 등 폐쇄적으로 운영됐다.

더욱이 교수평의회 대표가 학생들의 요구에 부정적이었기 때문에 이견이 분명했고, 이런 상황에서 원만한 합의를 통해 이상적인 총장 선출안에 도달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러자 이사회는 “학내 구성원들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며 시간을 끌었다. “사실상 이사회의 책임 회피 전략”(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이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4자 협의체에 매달리기보다는 회의장 밖에서 투쟁을 건설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투쟁 건설 시도는 있었다. 학생회 대표자들은 3월 29일 총회를 열어 민주적 총장 선출 요구안과 공동행동(채플 거부)을 결의하려 했다. 지난해 본관 점거를 이끌었던 이화이언 커뮤니티에서도 일부 학생들이 민주적 총장 선출을 위한 ‘총장TF’를 꾸려 활동했다.

그런데 총회 직전 4자 협의체가 성과 없이 파행될 조짐을 보이자, 이화이언 ‘총장TF’는 ‘학생회가 무리하게 투표 비율 동수를 고수하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학생 투표 비율 요구를 먼저 양보하고 그 대가로 연령 제한 폐지와 총동창회 배제를 얻어내자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에는 김혜숙 교수 같은 ‘개혁적’ 총장이 일단 선출되면 학생들의 여러 요구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었다.

그러나 제대로 싸워 보지도 않은 채 요구안을 낮추는 것은 현명하지 않은 태도였다. 섣부른 요구 삭감은 우리 편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투쟁의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요구안 성취를 위한 힘을 갉아먹는 것이다. 노동자연대 이대모임은 총회 때 리플릿을 반포해 “원칙적인 요구를 내걸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서 싸우는 게 학생 투표 반영 비율을 조금이라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하고 지적했다.

전체학생총회는 정족수 1천5백 명을 훌쩍 뛰어넘는 2천1백 명이 참석해 성황리에 성사됐다. 이는 학생회가 제출한 총회 요구안에 대한 학생들의 높은 공감과 관심사를 보여 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화이언 ‘총장TF’는 총회 당일 학생회 대표들이 제안한 민주적 총장 선출 요구안과 공동행동 안건 모두 반대하자고 선동했다. 이들은 대강당 입구마다 자리잡고 리플릿을 나눠 주며 안건 부결을 적극적으로 선동했다. 비표를 드는 학생에게 소리를 지르며 위협하기도 했다. 그에 비해 총학생회는 단호하지 못했고, 이화이언의 공세에 다소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찬반토론에서도 총학생회 측 발언은 수세적이었다.

결국 투표 비율 동수 요구안은 부결됐다. 많은 학생들이 이화이언 측의 안하무인 격 태도에 불쾌해 하면서도 총학생회의 자신없는 태도를 보며 표결에 기권한 듯하다. 그럼에도 2천1백여 명 중, 5백여 명이 총학생회의 요구안에 지지를 보냈다. 적극적으로 원안의 정당성을 방어했다면 총학생회 요구안이 가결됐을 가능성이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총학생회가 현장에서 ‘학생 투표 비율 확대’로 수정동의안을 내고, 이것이 가결됐다. 그러나 적지 않은 학생들은 싸워 보기도 전에 김빠지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총회 이후 결정된 공동행동 참여율이 떨어진 것은 이 때문이다.

민주적 총장 선출과 최경희 ‘적폐 청산’

총학생회를 비롯한 중앙운영위원회는 4월 17일 “총장 후보 선출 개정안은 학생들의 요구에 턱없이 모자란 규정”이라며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나 “학생들의 요구안에 대한 담론이 후보들 사이에서 형성될 수 있게 하려고” 선거 자체는 참여하기로 했다. 교수와 직원도 불만은 있지만, 이사회 개정안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아직 투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직선제 선거 과정에서 학생들의 요구가 반영되게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새로 뽑힐 총장이 개혁적 성향일지라도 대학 구조조정의 압력 등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부터 최경희 전 총장이 남기고 간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비리 교수 처벌, 프라임 사업 등 대학 구조조정 반대, 등록금 대폭 인하 등.

특히 학내 진보·좌파 세력들이 비판의 칼날을 세우고, 투쟁의 발판을 건설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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