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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기고글

개정 최신판 – 서울대 시흥캠퍼스 철회 투쟁 정당하다! 훈계보다 연대를!

이 글은 2월 22일자 기사에 2월 28일의 전학대회 결과 보고를 추가하고 약간 수정한 최신판이다.

△4개월 넘게 점거 투쟁을 이어가는 서울대 학생들. ⓒ이미진

서울대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위한 학생들의 본부 점거 투쟁이 4개월 넘게 계속되고 있다. 학교 당국이 징계를 위협하고, 본부 단전·단수를 하고, 신입생들에게는 “불법 점거”를 하고 있는 선배들과 함께 새터도 가지 말라며 온갖 압박을 했음에도 학생들은 끈질기게 투쟁을 이어 가고 있다.

한때 2월 9일 열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를 앞두고 학교 측은 압박의 강도를 높였었다. 학생처장이 직접 나서서 직원들을 동원해 유인물을 뿌리며 홍보전을 하고, 학과장들을 동원해 전학대회 구성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점거 해제를 결정하라고 압박했다.

동시에 서울대 교수 6백40명은 점거를 해제하라며 학교 측에 힘을 싣는 연서명을 했다. 친민주당계 지식인으로 알려진 조국 교수 등이 이 연서명의 발기인으로 참가했다.

교수들은 “실시협약을 철회한다면 서울대의 명예와 신뢰가 추락”하고 “심각한 피해”가 초래된다며 전학대회에서 본부 점거 철회를 결정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업처럼 변한 대학의 현실을 걱정하는 스승들이라면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을 철회시키는 것이 진정으로 “서울대의 명예”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라고 주장해야 할 것이다.

서울대의 학벌이 부동산 투기에 이용되고, 그 학벌을 팔아 호텔, 부유층을 위한 실버타운, 키즈카페 등을 짓겠다는 것이야말로 상업주의적으로 변한 오늘날 대학의 현실을 보여 준다. 학교 당국은 학생들의 반대를 묵살하고 시흥시에 기숙사를 지어 학생들을 보내겠다는 거래를 했다. 또, 건설업자와 지역 정치인들과의 신의만을 중시하며 학내 구성원들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날치기로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이런 잘못된 정책은 하루빨리 철회하는 것이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일 것이다.

학생들은 지금 돈벌이에 눈이 먼 대학의 현실에 물음을 던지고 있다. 서울대 본부 점거 학생들의 투쟁은 수익성을 위해 학내 구성원들의 권리를 후퇴시키는 시장 지향적 대학 교육에 맞선 더 폭넓은 운동의 일부이다.

지난 20년간 한국에서 시장 지향적 교육 개악이 추진돼 오면서 대학들의 자산은 늘어났지만 구성원들의 삶과 민주적 권리는 더욱 후퇴해 왔다. 학생들의 등록금은 오르고, 교수들에 대한 통제와 압박이 강화되고, 비정규직은 늘어나고, 학문과 교육은 이윤 논리에 따라 왜곡돼 왔다. 서울대의 비정규직 비율이 법인화 이후 증가해 2015년 전국 국립대 중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것이 이런 현실을 보여 준다.

일각에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학이 수익성을 추구하며 기업화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냉소도 존재한다. 그러나 수많은 학생과 교직원, 노동자들이 이런 대학을 숙명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교육은 상품이 아니다” 하고 외치며 끊임없이 저항해 왔다. 대학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 등록금 인상 반대 투쟁,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한 투쟁, 강사들의 권리를 위한 투쟁, 국공립대 법인화에 맞서는 투쟁, 학내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 등이 그것이다. 정부와 대학 당국들이 수익성 중심의 교육 개악을 추구하는 과정에도 국가장학금이 도입되는 등 일부 개선이 벌어진 것은 이런 투쟁들의 성과였다.

서울대 시흥캠퍼스에 맞선 투쟁은 이런 저항의 전통을 잇는 것이다. 특히 이 투쟁은 지난해 이화여대의 점거 투쟁이 박근혜 퇴진 운동의 도화선이 되고, 고려대에서 점거 투쟁을 통해 학교 당국의 시장 지향적 구조조정 정책을 철회시킨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서울대 학생들의 점거 투쟁이 촛불 집회에서 그토록 큰 지지를 받은 것이다. 일부 서울대 교수들은 학교 당국의 편을 들었을지라도 데이비드 하비, 알렉스 캘리니코스 등 세계적 석학들은 본부 점거를 지지했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전국교수노조, 학술단체협의회,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등 전국적으로 주요한 교수 단체들과 1백 개에 가까운 진보진영의 단체들도 점거를 지지했다. 심상정 등 진보 국회의원과 박노자 등 진보 지식인, 사회의 주요한 진보 인사들도 학생들을 지지했다. 서울대 내에서도 최갑수 교수, 박배균 교수 등과 학교에 맞서 투쟁해 온 민주노총 대학노조, 음대 강사 등은 용기 있게 학생들을 지지하고 있다.

점거의 향방을 결정할 권한

학교 당국은 2월 9일 전학대회에서 점거 해제가 결정되도록 총력을 기울여 압박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당시 전학대회에서 투쟁 계획안과,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 요구를 접고 학교 당국과 협상한다는 안(이하 타협안)이 상정됐는데, 1차 투표 때는 41대 48로 타협안이 더 많은 표를 얻었지만 과반은 얻지 못했다. 추가 토론을 거친 이후 타협안에 찬반을 묻는 2차 투표를 했을 때 타협안에 대한 지지는 줄어 찬성 35, 반대 44, 기권 16으로 부결됐다.

2월 28일 열린 전학대회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반복됐다.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위한 투쟁 계획안과 학교와의 협상을 시작하자는 타협안이 상정됐지만 팽팽한 논쟁 속에 어떤 안도 통과되지 못했다. 그래서 본부 점거는 이어지고 있다.

2월 9일 전학대회 결과를 두고 <매일경제>,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보수 언론들은 ‘본부점거본부’(점거 학생들의 자체 의사결정 기구)의 학생들을 비난하며 흠집냈다. 전학대회에서 본부점거본부의 학생들이 “점거 해제 찬성하면 명단 공개”하겠다며 대의원들을 “협박”해 2차 투표 때 타협안에 대한 지지가 줄었다는 것이다. 보수 언론다운 황당한 왜곡이다.

애초부터 학생들은 전학대회 때 어떤 대의원이 어느 입장을 지지했는지 알 권리가 있고, 학생회는 표결 결과를 학생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한 전학대회 대의원들이 자신의 선택이 학생들에게 알려질까 두려워 타협안에 찬성을 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전학대회 대의원들의 주체적 판단을 크게 무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상을 보면, 실제 본부점거 투쟁을 책임지고 있는 본부점거본부 학생들은 대의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전학대회에서 투표권이 없었을 뿐 아니라, 충분한 발언권조차 얻지 못했다.

타협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2차 투표를 앞둔 토론에서는 본부점거본부의 학생들이 발언권을 좀 더 얻어 타협안을 받을 수 없다는 이의 제기를 강력하게 했고, 그 결과 타협안에 대한 반대가 늘었다. 많은 대의원들이 본부점거본부의 학생들의 투지를 꺾는 선택을 하기에 부담을 느꼈던 것이다. 이런 부담감은 당연한 것이다.

서울대 본부 점거는 본부점거본부의 학생들이 책임지고 이끌어 왔다. 이들은 지난 4개월 동안 온갖 징계 압박과 단전·단수, 가족을 통한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투쟁을 이어 왔다. 이들이 점거 투쟁을 이어 왔기 때문에 총장의 타협안도 미흡하나마 나올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점거 투쟁의 향방을 전학대회에서 결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전학대회 대의원 중에는 본부 점거를 지지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따라서, 실제 투쟁은 본부점거본부가 이끌고 있는데도 전학대회에서 투쟁의 향방을 결정하는 것은 투쟁을 실제 하는 사람 따로 있고, 방향을 결정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기형적인 방식이다.

학생회 대표들이 단지 선출됐기 때문에 투쟁의 향방을 결정할 권한이 있다는 것은 지극히 형식적인 논리다. 같은 논리대로라면 선출된 국회의원이나 시장 또는 시의회가 그 지역에서 벌어지는 투쟁의 향방을 결정할 권한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런 논리가 말이 되지 않듯, 학생회가 투쟁의 향방을 결정할 권한이 당연히 있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즉, 그 투쟁을 실제로 누가 책임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서울대 점거 투쟁은 투쟁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본부점거본부가 투쟁의 향방을 결정할 권한을 가져야 한다.

지난해 이화여대의 점거 투쟁은 이 점에서 모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대 본관 점거자들은 점거 투쟁의 향방을 스스로 결정했다. 물론 그들이 “운동권”을 배제하는 등 점거를 폐쇄적으로 운영한 것은 약점이었지만, 온갖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게 점거를 유지하며 승리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런 자기결정권이 핵심적 요소로 작용했다.

투쟁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점거 투쟁의 향방을 결정하는 데 참가하게 됐을 때는 학교 당국과 보수 언론들의 온갖 회유와 압박에 취약하기 십상이다.

2011년 서울대 학생들의 법인화 반대 점거 투쟁은 그런 약점을 보여 준 사례이다. 당시 서울대 본부 점거 농성에 열의 있게 참가하고 있던 학생들 중에는 점거 농성이 유지되기를 바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점거를 지지하지 않는 일부 학생회 대표자들이 전학대회에서 득세해 점거 농성을 해제하기로 결정했고, 당시 점거에 실제로 참가하던 학생들은 눈물을 흘리며 본부를 떠나야 했다.

이런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진정으로 학생들의 자발성을 고무하고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학생회 대표자라면 학교 측의 압력에 흔들려, 투쟁하는 학생들의 의지를 꺾으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본부점거본부를 지지하며 투쟁을 전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투쟁하는 학생들을 존중하며 그들을 측면 지원 하는 구실을 해야 한다.

동력이 없다?

최근 보수 언론들은 점거 투쟁의 동력이 줄어들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20~30명이 점거를 유지하고 있다며 점거 투쟁의 동력을 폄하하지만, 넉 달이나 이어온 점거 투쟁의 구심이 그 정도 존재하는 것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학생은 노동자와 달라서 상시적으로 학교에 모여 있지 않기 때문에 규모의 변동이 클 수 있다. 학생들의 구심이 단단히 존재한다면 다시금 대중적 지지를 모을 수 있다.

더구나 학생들의 지지도 결코 적은 수준이 아니다. 전학대회 결과만 보더라도 학교 측과 일부 교수들의 압박 속에서도 점거 투쟁을 지지하는 학생들이 상당수 존재했다.

무엇보다 사회 전체의 세력관계를 중요하게 봐야 한다. 박근혜 퇴진을 목전에 두고 있고, 이재용도 구속시킨 상황에서 투쟁의 세력관계는 결코 불리하지 않다. 교육 개악은 박근혜 정권의 중요한 적폐 중 하나이므로 서울대 점거 투쟁은 퇴진 운동 속에서 지지를 더욱 확대해 갈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잘 활용하면 박근혜를 등에 업고 선임된 총장 성낙인을 한발 물러서게 할 수 있다.

한편, 조기 대선을 앞두고 대선 주자들이 교육 관련 공약을 내고 있다. 그 공약 중에는 이 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학벌주의 문제와 대학 교육 문제 등도 빠지지 않고 나온다. 주요 대선 후보들에게 진정으로 학벌주의에 반대한다면 서울대 학벌을 이용해 수익사업을 확대하려는 시흥캠퍼스에 반대하고, 시장 지향적 교육 개악에 반대하라고 요구하며 사회적으로 쟁점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긴 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서울대 학생들의 투쟁이 더욱 강화되기를 바란다. 학생들을 지지하는 사회적인 연대도 더욱 확대돼야 한다. <노동자 연대> 신문도 여기에 기여하고자 애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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