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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 퇴진 12차 범국민 행동의 날 – 혹한의 추위에도 10만이 모여 “박근혜 퇴진, 재벌 총수 구속”을 외쳤다

체감온도가 영하 13도까지 떨어지는 추운 날씨에도 연인원 13만 명이(주최측 발표)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서울 다음으로 퇴진 운동이 강력한 부산에서도 오늘 1만 명이 모였다.

너무 추운 날씨 탓에 어린 자녀들과 함께 오는 가족들의 참가는 줄었지만, 조직 노동자들과 청년들의 참가가 두드러졌다. 집회 규모가 1, 2주 전보다 크게 줄었지만, 참가자들이 그 때문에 위축되거나 실망한 것 같지는 않았다. 분노가 여전히 크고, 그 정당성이 계속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군사독재 정권의 야만적인 고문으로 돌아가신 박종철 열사 30주기이기도 했고 정원스님 시민장이 있었기 때문에 가끔 숙연한 분위기들도 있었지만, 표정들도 밝았고, 정권의 공작정치나 재벌의 특권 행태들을 규탄하고 퇴진과 구속을 요구할 때는 결연했다. 그래서 행진 분위기도 힘찼다.

오늘은 박근혜 정권에서 권력 농단과 고통전가의 한 축인 기업주들에 대한 분노와 항의가 두드러졌다. 집회의 주요 요구는 “재벌도 공범이다”, “재벌 총수 구속하라”, “재벌 특혜 철폐하라”였다. 행진에서도 이 구호들이 인기를 끌었다.

ⓒ이미진

기업주들은 박근혜에게 모든 책임을 미루고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의 부패와 고통전가 정책은 특권층 비호와 연결돼 있다. 청와대 행 방송차 진행자가 “박근혜가 청년들 보고 중동 가라더니 조카 격인 정유라는 유럽에서 말 타고 편안히 지냈다”고 규탄하자 청년들이 환호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삼성은 정유라에게만 2백억 원이 넘는 돈을 지원할 계획을 세웠고 실제로도 수십억 원을 지출했다. 그 대가로 그룹 경영권을 승계하려고 국민연금을 동원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안전 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공장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반도체 노동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세계적 대기업으로 성장했지만, 국가기관의 도움을 받아 노동자들의 죽음을 은폐해 왔다.

현대자동차는 수천 명 노동자를 수 년간 불법으로 비정규직으로 부려 먹은 게 대법원에서까지 인정됐는데도, 정부의 비호 아래 정규직 전환 등을 미루고 있다. 오히려 항의하는 노동자들을 적반하장으로 두들겨 패고 해고하는 것에 열중하고 있다. 유성기업 등 주요 하청기업들의 노조 탄압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다.

SK, 롯데 등의 총수 일가는 횡령 등 범죄를 저지르고도 면죄부를 받아 왔다. SK는 그 대가로 박근혜와 최순실의 재단에 돈을 냈다. 롯데는 지역 주민들의 항의 때문에 궁지에 몰린 정부의 사드 배치 방침에, 부지 제공이라는 탈출구를 제공했다.

기업주들에 대한 항의를 내세운 만큼 오늘은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발언도 많았다. 본대회 전 본무대 자유발언대에서는 자동차 부품 생산 기업들인 유성기업과 갑을오토텍에서 발언해 큰 호응을 받았다. 본대회에서는 “[우리는] 귀족 노동자가 아니고, 배를 만들며 하루하루 살아서 퇴근할 수 있기를 바라는 그런 노동자들”이라고 말한 현대중공업 정규직 노동자가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경제 위기 이후 노동자들의 처지가 위태로운 상황이고 퇴진 운동의 주요 참가자 다수가 (꼭 노조 조속은 아니어도) 노동계급 구성원들이기 때문에 기업주들을 향한 분노가 큰 공감을 얻은 것은 자연스러웠다. 기업의 이윤 벌이를 가장 우선으로 삼는 이 체제는 노동자 민중을 계속해서 궁지로 내몬다. 재벌 특혜는 수많은 노동자, 서민, 청년들의 고통과 박탈감의 다른 이름이다. 기업주의 금고가 차는 만큼 서민들의 대출은 늘어나고, 청년들이 써야 할 이력서도 늘어 왔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이 바로 여기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은 이런 체제의 수호자를 자처해 온 만큼, 정권 퇴진 운동에 노동자들이 많이 참가해 계급적 문제를 꺼내놓고 공론화하며 지지를 넓혀가는 것은 당연하고 좋은 일이다. 우리 운동이 단지 ‘박근혜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정치적으로 얕은 운동은 아님을 오늘 집회가 또 보여 줬다. 혹한의 날씨를 뚫고 광화문광장에 모인, 그리고 청와대와 총리공관, 롯데와 SK 등 재벌 본사를 향해 도심을 행진한 수많은 사람들은 박근혜 정권 제거 그 이상을 바란다. 그리고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

박종철 열사 30주기 추모와 민주 승리 국민대회

3시 40분부터 본무대에서 열렸다. 추운 날씨에도 시작 때부터 수백 명이 모였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사람들이 계속 모였다. 각 대학의 민주동문회들뿐 아니라, 대학생 때 돌아가신 열사를 기리며 대학생 수십 명도 대학생시국회의, 여러 대학의 총학생회,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등의 깃발 아래에서 대열을 짓고 열사를 추모했다.

87년 6월 민중항쟁 초기 경찰 최루탄에 희생된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씨가 연설을 했다.

“종철이가 ‘탁 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에고, 저 부모는 얼마나 마음 아플까’ 하고만 생각했다. 우리는 언제 내 앞에 어떤 일이 닥칠지 알지 못한다. … 어서 하루 바삐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 수 있도록 이 광장에서 세 번 네 번 간청한다.”

이어진 추모 영상에서는 박종철 열사가 구명조끼를 입은 어린 학생의 손을 잡고 광장의 촛불을 바라보는 장면이 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시민사회연대회의 권태선 활동가는 87년 항쟁이 미완으로 끝났다면서 기성 정치권을 비판했다.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뽑기만 하면 될 줄 알았다. … 지금도 검증 안 된 인사를 끌어들여 구세주인양 말하고, 또 다른 6.29를 획책하는 세력이 있다. 야당도 당파적 이익을 앞세우고 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사회자는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가 한 말씀을 전했다.

“종철이가 꿈꾸던 세상은 이게 아닌데 … 종철이가 살아있으면 촛불을 들었을 것이다.”

한편, 세종대왕상 뒤에서는 박종철 열사의 생전 사진과 87년 6월 항쟁 당시 거리 시위 그림, 사진, 동영상 등을 전시했다.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 회한에 젖은 중년들이 그곳에서 사진을 찍고 어린 세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했다. 흡사 작은 역사 박물관 같았다.

광장 남단 세월호광장에는 언제나처럼 사람들이 많았다. 이 부근에서는 노동자 파업에 대한 기업주들의 마구잡이 손배가압류에 제약을 가하자는 노란봉투법 청원 서명 운동, 악랄한 노조 탄압으로 악명 높은 유성기업 사주의 구속 판결 촉구 서명 등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서명했다. 선거 연령을 18세로 낮추라는 서명 부스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본무대 자유발언대

한 중학생은 지금의 현실이 “3류 소설 같다”며 “제가 이러려고 9년간 사회 공부했나 자괴감이 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민주화 운동, 독립운동의 역사를 교실에서 배우고 싶다”며 국정교과서 강행을 비판했다.

30여 년 전 아들의 군 의문사 진실 규명을 위해 싸워 온 허영춘 씨는 “지금도 15분의 군인이 땅에 묻히지 못하고 냉장고에 있다”며 국가 폭력 범죄는 공소시효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정희 전두환 때의 비리를 이제야 밝혀낼 수 있는데 공소시효 때문에 가로막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노조 탄압에 맞서 싸우는 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 박범신 부지회장이 발언했다.

“수십 년 간 대를 이어 부를 축적한 재벌도 국정농단의 한 축이고, 그 중에서도 현대차 정몽구는 미르, K스포츠재단에 1백28억 원을 줬습니다. 박근혜를 독대한 후 비정규직을 늘리고 … 정부가 노동개악을 추진한 것입니다. … [유성기업에서] 노조 파괴를 하려고 용역을 동원해 폭력을 행사했고 집단적 괴롭힘을 자행했습니다. 이 배후가 정몽구입니다.“

8개월이 넘게 공장에서 농성 투쟁 중인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의 가족대책위도 지지를 호소했다.

“내가 믿었던 정책은 재벌을 위한 정책이었고, 따랐던 질서는 최순실의 질서였다. 지금 마치 피해자인양 행세하는 재벌들의 모습은 차마 봐주기 어렵다. … 현대자동차는 정권에 돈을 바치고 공권력을 자기 마음대로 남용한다. 회사는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교섭에 나오지 않고 있다. 우리가 7개월째 돈도 못 받고 있으니까 투쟁을 포기할 줄 알았겠지만 … 우리 아빠들은 191일째 공장에서 먹고 자고 있다. 승리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한일’위안부’합의를 규탄한 평화나비네트워크의 김샘 활동가도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그는 한일 합의가 할머니들에게 “2번의 상처를 주며 자신의 아픔을 말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고 비판했다.

사드 배치에 반대해서 민주당사에서 농성 중인 원불교 김선명 교무는 사드 배치가 이미 결정됐다는 거짓말, 사드가 국가 안보에 꼭 필요하다는 거짓말 등을 반박했다. 특히 사드 배치 반대에 미온적인 야당도 비판했다.

“국방부와 롯데 부지 맞교환하는 행위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 … 촛불 민심 뒤에 숨어, 전략적 모호성이라며 사드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하지 못하는, 민주당의 선명하지 못한 어정쩡한 스탠스, 국민들은 결코 동의하지 않고, 지지하지 않는다.”

현덕수 해직기자는 ‘이명박근혜’ 하에서 정권이 언론을 장악해 ’기레기’(기자+쓰레기)가 많이 생겨났지만 끝까지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달라며 언론 부역자들을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MBC에서 해직돼 지금은 <뉴스타파>에서 일하는 최승호 PD는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이 지금도 방송장악금지법을 막고 있다고 폭로했다.

본대회

올 겨울 최고의 한파인데도 수만 명이 본대회 전부터 모였다. 주최측인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본대회가 끝날 무렵, 연인원 10만 명이 참가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주 촛불집회 직후 소신공양하신 정원스님을 기리며 묵념할 때에는 광장을 향해 이동하던 사람들도 모두 멈춰 서서 마치 광장 전체가 멈춘 듯 했다. 대회는 범불교시국대회 공동대표 법일스님이 정원스님의 추도사로 시작했다.

본대회는 오늘 고문치사 30주기를 맞은 박종철 열사 추모 발언과 재벌 규탄, 공작정치 척결 발언이 주를 이뤘다.

함세웅 신부가 박종철 열사 30주기의 의미에 관해 발언했다.

“30년 전에 국가 폭력에 의해서 숨져간 21살의 청년 박종철 군과, 같은 해 숨져간 이한열 열사 두 분의 희생이 삼십 년 뒤 시민 혁명으로 우리를 이끌었습니다. 광화문과 전국 방방곡곡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민혁명, 평화혁명은 박근혜를 단죄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정권 퇴진 운동이 87년 민중항쟁의 전통에 서 있다는 발언은 좋았지만, 발언 막바지에 정권 교체로 운동의 과제와 바람이 다 실현될 것처럼 주장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87년 이후 30년의 교훈이 바로 그 반대인데 말이다.

김혜진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은 발언 시작부터 세월호 세대 참가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우리는 바다에서 배가 침몰하는 걸 보면서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기도하고 애원했습니다. 우리는 정말로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세금을 내고 군대와 해경 헬기를 동원할 수 있는 권력을 준 이 정부는 … 그 힘을 이용해서 유가족을 탄압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법원에 압력을 행사했습니다. 탄핵소추안에 담긴,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않은 죄가 반드시 탄핵 사유로 인용되어야 합니다.” 대열 곳곳에서 분노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집회에 참가한 많은 노동자들이 “권력을 가진 자들로부터 우리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 지지하는 마음을 표했다. “산재로, 물대포로, 가습기 살균제로 죽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 광장의 촛불이 일터와 작업장으로 번져 나가야 한다”는 주장은 큰 박수를 받았다.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뇌종양에 걸리고 이후 삼성에 맞서 싸우고 있는 한혜정 씨의 어머니는 무대에 올라 “삼성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우리의 가치는 얼마짜리인가요? 삼성의 이재용을 반드시 구속, 처벌해야 합니다” 하며 재벌을 규탄했다. 참가자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뒤이어 이선태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대의원은 비정규직들이 현장에서 받는 차별을 생생하게 소개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갈라놓는 경계선을 지워야 합니다” 하며 발언을 맺자 대열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현대중공업노조 조합원 권순섭 동지의 발언은 오늘 무대에서 가장 큰 박수를 받은 발언 중 하나였다.

“박근혜와 동기 동창이자 현대중공업 오너 정몽준은 … 그의 아들 정기선에게 기업을 세습하려 하며 무차별적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다. … 지난해 현대중공업에서 대형 장비에 끼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등 산재로 죽은 노동자들만 11명인데, 사과 한 마디 없었다.”

특히, “오늘 밤 당장, 지금 당장 박근혜는 퇴진해야 한다”는 발언은 참가자 모두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참가자들은 ‘사드 배치 철회 성주 투쟁위원회’의 호소에 따라 일제히 미국 대사관을 보고 ‘우리 땅 어디에도 미국 사드 필요 없다’, ‘미국은 사드 배치 강요 말라’며 규탄의 구호를 외쳤다.

행진

역시 청와대행 행진이 가장 많았다. 수만 명이 참가했다. 쉽게 가라앉지 않을 분노인 것이다. 기세 좋게 행진해 간 대열은 청와대 앞에서 “집 앞이다. 내려와라!”, “더 이상은 못 참겠다, 둘(박근혜, 황교안) 다 내려와라” 하고 외쳤다. 황교안의 삼청동 총리공관을 향해서도 수천 명이 대열을 짓고 행진했다.

롯데, SK 등 재벌 총수를 구속하라고 요구하는 행진에도 수천 명이 참가했다. 민주노총 노조들과 여러 사회 단체들도 깃발을 들고 함께 행진하며 재벌들을 규탄했다.

참가자들은 종로 SK그룹 본사 앞을 지나 을지로 롯데백화점으로 행진하며, 박근혜 정권의 공범인 이재용·최태원·신동빈 등 재벌 총수들을 구속해야 한다고 외쳤다. SK 건물 앞에서는 1백억 원 바치고 사면 받은 최태원을 규탄했다.

진행자가 발언하고 구호를 선창하면 참여자들은 나팔을 불면서 구호를 외치는 식이었다. 거리를 지나던 시민들 중 몇몇은 핸드폰을 꺼내 행진 대열을 촬영하고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롯데백화점 앞에서 발언에 나선, 27년 동안 자영업을 했다고 밝힌 한 참가자는 이렇게 연설했다. “박근혜와 최순실만 감옥에 잡아 넣는다고 민생이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 이들에게 뇌물을 주고 민생을 파탄 낸 재벌 그룹 총수를 구속하고 … 이들 재벌을 비호해 온 정치세력들,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에도 있는 비리 정치인들과 친재벌 정치인들을 모두 몰아내야 한다.”

참가자들은 삼성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들에 연대를 보내고 이재용 구속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 방송차는 종로2가 사거리에 멈춰 헌재 방향을 바라보고 조기 탄핵 촉구 구호를 외쳤다.

청와대와 총리 공관, 도심을 돌고 온 참가자들 3천여 명이 마지막까지 남아 정리집회를 했다. 사회자가 “최강 한파에도 모인 우리는 최강 촛불”이라고 외치자 참가자들이 뿌듯함을 담은 함성으로 답했다. 참가자들은 다음 주에 다시 한번 모이자며 “촛불은 계속된다”고 외쳤다.

부산

오늘 부산 집회는 1만 명의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박종철 열사와 정원스님을 추모했다. 박종철 씨의 아버지와 누나가 참여했다. 발언은 박종철씨의 친누나 박은숙씨가 했다.

“30년 세월 동안 저는 동생의 뜻을 이어받아 산다고 생각했는데 한 게 없다”며 박종철 열사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을 낭독해 많은 이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평범한 시민들이 도저히 참지 못해 또 다시 30년 만에 일어선 제2의 6월항쟁을 일으키고 있단다. 종철아, 전국 방방곡곡에서 일어난 촛불을 보고 있니? 종철아, 네가 살아있다면 여기서 다시 소리칠 거야, 그렇지? 되살아난 거야. 그렇지? 되살아난 것과 함께 새로운 희망을 노래하고 싶다.”(더 자세한 발언은 아래 박스 기사에)

사드 배치에 반대해 민주당사를 점거한 사람들의 정당성을 밝히는 발언도 있었다.

“사드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할 것입니다. 사드 철회 투쟁은 승리할 수 있습니다. 사드 반대 여론이 50퍼센트를 넘었습니다. 이는 촛불에 의한 것입니다. 이와 같은 힘을 모으면 사드 철회 이룰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주민들이 사드 배치에 강고히 맞서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발언에 나선 한 자원봉사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재용 구속, 당연히 해야 하고 긴급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할까요? 또 환자복 입고, 휠체어 타고 몇 번 감옥 왔다 갔다 하면 또 사면돼 온갖 것 다 누리며 살 것입니다. 우리는 70년 넘게 지속돼 온 정경유착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우리가 행복한 나라, 결코 만들 수 없습니다.”

시민들은 “사드 배치 반대한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헌재는 즉각 탄핵하라”, “공범들을 처벌하라”, “황교안 내각 사퇴하라” 하고 외치며 가야동까지 행진했다.

광장의 목소리

 

부산에서 발언한 박종철 열사의 친누나 박은숙 님(부산 시국대회)

30년 전 잔인한 고문으로 한 줌의 재가 되었던 종철아. 꿈에서라도 밝은 웃음을 보고 싶은 종철이를 불러본다.

종철아, 역사는 나락으로 떨어져 가는 이 순간을 그냥 두지는 않는 것 같구나. 평범한 시민들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도저히 참지 못해, 30년만에 또 다시 일어서 제2의 6월 항쟁을 일으키고 있단다.

종철아, 전국 방방곡곡에서 일어난 촛불을 보고 있니? 종철아, 네가 살아 있다면 여기서 다시 소리칠 거야, 그렇지? 되살아난 거야, 그렇지? 되살아난 것과 함께 새로운 희망을 노래하고 싶다.

종철아, 네가 보낸 편지가 생각난다. ‘저들이 비록 나의 신체는 구속시켰지만, 나의 사상은 구속시키지 못합니다, 어머니. 이 땅의 부당한 구조를 미워합시다.’ 30년이 넘도록 이 편지의 상황이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구나. 따뜻한 목도리를 두른 [촛불을 든] 사람들이, 부디 너 대신 성취하길 바란다.

 

416연대 상임운영위원 김혜진

박근혜가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에 관해서 헌재에 1월 10일 제출한 것들은 다 거짓말입니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로] 지시했다고 하지만, 통화 기록은 제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론의 오보 때문에 상황의 심각성을 몰랐다고 하지만, 해경과 청와대는 핫라인으로 계속 소통하고 있었습니다. 관저에 TV가 없어서 상황을 알 수 없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소위 ‘언론의 오보’는 어디서 봤단 말입니까.

우리는 바다에서 배가 침몰하는 걸 보면서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기도하고 애원했습니다. 우리는 정말로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세금을 내고 군대와 해경 헬기를 동원할 수 있는 권력을 준 이 정부는 … 그 힘을 이용해서 유가족을 탄압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법원에 압력을 행사했습니다. 탄핵소추안에 담긴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않은 죄가 반드시 탄핵 사유로 인용되어야 합니다.

권력을 가진 자들로부터 우리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 필요합니다. 전국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산업재해로, 물대포로, 가습기 살균제로 계속 죽었습니다. 이들을 생각하며, 광장의 촛불은 일터와 작업장으로 번져 나가야 합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조합원 권순섭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오늘 밤 당장, 지금 당장 박근혜는 퇴진해야 합니다.

현대중공업의 오너 정몽준은 박근혜와 동기 동창입니다. 이 자는 지금 현대중공업을 그의 아들 정기선에게 세습하려 합니다. 그것을 위해 무차별적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습니다. 노동자 수천 명이 쫓겨났고, 현대중공업 노동자 수백 명이 엄동설한에 원직 복직을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정규직이 이럴진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도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지금도 힘차게 파업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에서 대형 장비에 끼어 죽고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등 산업재해로 죽은 노동자들만 열한 명입니다. 하지만 정몽준과 바지 사장들은 사과 한 마디 없었습니다. 그들은 권력에 돈을 바치고 재벌들만 살찌는 경제를 만들고 있습니다.

여러분, [이것은] 언론에 나오는 것 같은 귀족 노동자가 아니고, 배를 만들며 하루하루 살아서 퇴근할 수 있기를 바라는 그런 노동자들이 드리는 피눈물 나는 호소입니다. 조선 산업 구조조정은 중단돼야 합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대의원 이선태

저는 대기업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기름때 묻은 작업복이 그것이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같은 회사에서 똑같은 일을 하지만 [대우는] 다릅니다. 형편 없는 임금과 명절 선물, 출근 버스와 [직원]식당에서 당하는 차별, 작업복에 찍힌 낯선 회사 이름이 우리를 작아지게 만듭니다.

노동조합 탄압을 사주하는 것은 바로 재벌입니다. 자기 회사 노조를 파괴한 재벌들이 비정규직 노조도 파괴하고 있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갈라 놓는 경계선을 지워야 합니다.

 

금속노조 유성영동지회 부지회장 박범신

대를 이어 수십 년간 부를 축적하고, 그 부를 이용해 노동자를 탄압하고 온갖 불법과 로비를 일삼는 재벌, 그 중에서도 현대차 정몽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나왔습니다.

정몽구가 보낸 뇌물이 1백28억 원이랍니다. 이 돈을 낸 정몽구는 박근혜가 독대를 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축소시키는, 비정규직 제한을 늘리고 파견 근로를 확정하는, 절대 다수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노동개악을 얻어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몽구는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 그것도 용역깡패를 투입해 폭력을 자행하고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등 가혹한 탄압을 배후 조종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다섯 번의 국정조사와 청문회, 노동부와 검찰의 조사와 압수수사에서 나온 구체적인 증거자료들로 명백히 드러난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저들은 처벌받지 않습니다. 노동자가 괴로워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데도, 저들은 어떤 처벌도, 단 한 번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최순실·박근혜에게 갖다 바친 그 1백28억 원. 알뜰살뜰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모까지 챙겨 주었던 그 알뜰한 정신, 그게 바로 우리 노동자의 권리를 짓밟고 노동자를 죽음으로 몬 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준 금액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싸우고 있습니다. 저희가 파업을 하고 행진을 하고 시민들에게 다소 불편을 끼치더라도 이해해 주시고, 넓은 마음으로 함께 바로잡아 갔으면 좋겠습니다.

 

갑을오토텍 가족대책위 위원장 김미순

[저는 이전까지만 해도]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냐’ 설득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믿었던 정책, 따랐던 질서는 재벌을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재벌 총수들이 희생양처럼 피해자 흉내를 내는 모습은 [눈 뜨고] 보기 힘듭니다. 재벌들은 더 큰 이익을 바라며 [박근혜에] 돈을 건넸고, [그 대가로] 이익을 누렸습니다.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 왔습니다. 재벌들을 놔둔 채 대통령을 바꾼다 한들 이런 일은 또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제 저의 답답한 이야기도 한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회사의 불법적인 직장 폐쇄로,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는, 충남 아산에 있는 갑을오토텍 회사[의 이야기]입니다.

2015년에는 회사의 사장이라는 자가 전직 비리경찰과 특전사 출신을 고용해 노동조합을 깨려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십 명의 노동자가 부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치가 떨리는 폭력을 경험했습니다. 다행히 폭력을 자행한 사장은 법정 구속돼 복역 중입니다.

그런데 또다시 2016년, [사측은] 노동조합 파괴를 위해 2백 명 가까운 용역깡패를 고용하고 불법으로 직장폐쇄를 했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20~30년을 함께 일해 온 사람들입니다. 그런 아빠[노동자]들을 향해 [사측은] 또다시 폭력적인 탄압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갑을오토텍의 이 같은 횡포는 박근혜 정권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현대자동차의 정권에게 돈을 갖다 바치고 공권력을 자기 마음대로 동원했기 때문입니다.

법원이 몇 번이고 교섭을 하라고 판결했음에도 이들은 여전히 [교섭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7개월째 불법 직장폐쇄를 지속하면서, 저희들은 월급을 받지 못하니 다 말라 죽을 것이라 기대하며 웃고 있겠죠. 그렇지만 우리 아빠들과 가족들은 해를 넘기면서 투쟁하고 있습니다.

촛불이 꺼지지 않고 다른 세상을 꿈꾸며 희망을 노래하듯이 저희 역시 승리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아빠들[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은 1백91일째 공장에서 먹고 자며 싸우고 있습니다.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승리를 위해 투쟁할 것입니다.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활동가 박혜신(한국외대 중국어과 4학년)

20대 평균 빚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무려 3천만 원입니다. 빛나야 할 우리 청춘은 빚 내느라 고달픕니다. 우리는 최저임금 받으며 알바 하고, 스펙 경쟁과 학점 경쟁 속에서 최저 인생을 살지만, 정유라는 인생 자체가 ‘특혜 인생’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특혜 인생’의 든든한 ‘빽’이 삼성이었습니다. 삼성은 파렴치하게도 직업병 피해자들에겐 5백만 원을 줬지만 정유라와 장시호 지원엔 아낌 없이 돈을 썼습니다. 덕분에 이재용은 고작 상속세 16억 원 내고서 삼성을 집어 삼켰습니다. 박근혜가 밀어붙인 의료 민영화, 메르스 참사 은폐 등도 삼성의료원을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까?

수십억 원 횡령해 놓고 정부에 더러운 돈 바쳐 석방된 SK 총수, 법원 판결 무시하고 비정규직 정규직화 하지 않는 현대, [정부에] 뇌물 바쳐 면세점 따낸 롯데, 모두 더러운 부패 네트워크의 일부입니다.

야당은, [박근혜가] 곧 탄핵되니 우리더러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탄핵을 만든 진짜 힘은 우리 천만 촛불입니다. 박근혜와 공범들이 감옥에 가고 그들이 저지른 온갖 나쁜 정책들을 청산할 때까지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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