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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기고글

서울대 본부 점거 두 달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 위해 연대를 확대할 것”

서울대 학생들이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하며 본부 점거를 시작한 지 두 달이 흘렀다. 학생들은 딱딱한 바닥에 은박 깔개를 깔고 잠을 청하면서도 꿋꿋하게 본부를 지켜 왔다.

2011년 서울대학교가 법인화될 때도 학생들은 28일간 본부를 점거하며 항의했다. 당시 학생들은 법인화가 대학을 기업화하고 민주주의를 더욱 후퇴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시흥캠퍼스 추진은 법인화된 서울대학교의 현 주소를 보여 주는 일이다.

시흥캠퍼스 추진 배경에는 이윤 논리가 핵심에 자리잡고 있다. 서울대학교 캠퍼스 유치를 통해 신도시 부흥을 노리는 시흥시, 개발이익을 노리는 한라건설, 이 과정에서 서울대학교 브랜드를 팔아 부지 20만 평과 4천5백억 원을 지원받기로 한 학교 당국. 이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 시흥캠퍼스는 추진됐다. 한마디로 서울대 당국이 부동산 투기 사업의 공범이 된 것이다.

이런 거래를 위해 난데없이 학교를 시흥시로 다니게 될지도 모르는 학생들은 황당할 수밖에 없다. “대학이 학생들을 사고 파는 물건처럼 여기며 시흥시 쪽과 거래하는 것에 크게 반발”(본부점거본부 이시헌 정책팀장)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학생들이 항의하자 2013년에 학교 당국은 의무 기숙형 대학(RC: Residential College)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5월 총장이 참가한 회의에서 “전인교육형 기숙대학”으로 명칭을 변경해서 RC를 “밀어붙여야 한다”는 내용이 다뤄졌다는 게 밝혀졌다. 실제로 올해 8월 서울대 총장과 시흥시장, 한라건설 대표가 밀실에서 맺은 실시협약에는 “전인교육형 캠퍼스”라는 문구가 담겼다. 총장과 관련 보직 교수들의 거짓말은 학생들의 불신을 더욱 키우고 있다.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하라 학생들이 점거 중인 서울대 본부 ⓒ출처 서울대 본부는 점거중(페이스북)

한편 서울대 당국은 시흥캠퍼스를 “4차 산업혁명”의 “허브”구실을 하는 대규모 “융·복합 연구단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미 대우조선해양과는 계약을 체결하고 시흥캠퍼스에 해양 연구 시설을 들이기로 했다.

학생들은 이것이 서울대의 교육과 학문을 더욱 이윤 논리에 종속시키고 결국 학내 구성원들에게 고통을 전가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서울대 본부점거본부 윤민정 본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시흥캠퍼스는 건립에 1조 8천억 원 가량이 들 것이라고 예상되는 대규모 사업이에요. 법인화된 서울대가 캠퍼스 운영 비용을 기업에게 의존한다면 경제 상황에 따라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대학 당국은 등록금 인상이나 인력 감축 등을 추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흥캠퍼스를 추진하면서 서울대 본부는 노골적으로 기업과의 연계를 통해서 운영 자금을 조달하고, 기업 연구소를 통해서 발전을 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될 경우 그곳에서 만들어지는 학문, 연구들이 기업의 이윤 논리에 종속될 것입니다.”

실제로 기업과 연계를 통한 캠퍼스 운영은 대학의 운명을 불안정한 시장 상황에 맡기는 일이다. 2014년에 준공한 서울대 평창캠퍼스에 입주하겠다고 밝힌 기업 38곳 중 실제 입주한 기업은 3곳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 당국이 말했던 장밋빛 전망과는 다르게 3천억 원이 넘는 돈이 들어간 평창캠퍼스는 “유령 캠퍼스”로 전락했고, 서울대의 재정이 막대하게 투입되는 ‘돈 먹는 하마’가 된 상황이다.

또 가습기 살균제의 문제를 은폐했던 연구나 황우석 줄기세포 논문 조작 등에서 기업과 연계된 연구의 위험성은 크게 드러난 바 있다. 기업의 입김이 강화될수록 기업 이윤에 도움이 되는 학과는 집중 지원을 받지만 장기적 연구가 필요한 학과는 지원이 축소되고 교육 과정도 왜곡된다.

점거 두 달

아직 실시협약을 철회시키지 못했지만 학생들은 점거 투쟁의 성과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는 점거를 유지하면서 시흥캠퍼스 추진을 지연시키고 있습니다. 점거 투쟁이 없었다면 본부가 주도권을 가지고 시흥캠퍼스 추진을 강행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싸우고 있기 때문에 본부는 추진위를 구성하지 못했고, 착공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어요. 또 점거 과정에서 본부의 거짓말도 드러났습니다. 본부가 얼마나 계획 없이 시흥캠퍼스를 추진해 왔는지도 학생들에게 많이 알려 졌습니다.”(본부점거본부 이시헌 정책팀장)

“절대로 사과하지 않겠다던 총장으로부터 결국 사과를 받았습니다. 총장은 평의원회에 학생 의결권을 준다고도 했습니다. 어제는 저희 학교에서 대량 해고됐던 음대 강사들이 원직복직 되기도 했습니다.”(본부점거본부 윤민정 본부장)

학생들은 불통 총장을 규탄하며,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위해 투쟁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계획이다. 최근 새로 당선한 서울대 임수빈 부총학생회장은 방학에도 학생들이 점거에 더 많이 참가할 수 있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제 겨울방학이라 학생들이 줄어들 수도 있는데 그런 만큼 방학 때 본부를 제2학생회관으로 활용하려 합니다. 12월 19일에 학생들과 시흥캠퍼스 점거 투쟁 평가와 전망을 하는 토론회도 할 예정입니다. 다른 학교 학생들과도 연대하면서 방학을 지나 내년 3월에도 투쟁을 이어갈 것입니다.”

본부점거본부 이시헌 정책팀장은 “실시협약 철회가 쉽지 않은 과제이기 때문에 조급해 하지 말고 끈기 있게 점거를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내기 맞이 기간에도 시흥캠퍼스의 문제를 알려 나가고, 3월 개강 이후에는 학생 총회와 같은 강력한 대중 행동을 벌여갈 생각입니다.

“총장이 굉장히 위기에 처해 있어요. 그를 총장에 앉혔던 대통령도 위기에 처해 있고, 총장 선출 과정이나 인사청탁 문제 등이 언론에서 폭로되고 있어서 함부로 본부를 침탈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길게 보고 싸움을 이어 나가야 합니다.”

윤민정 본부장은 연대가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연대를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산학협력 중심의 팽창을 추진하고 있는 대학들이 많습니다. 점거 투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대 학생들 등 여러 대학의 학생들과 연대하고, 정부의 대학 정책에 문제를 제기해 가면서 싸워야 합니다. 사회적 여론화를 통해 대학 본부, 이사회, 총장을 정치적으로 압박해야 합니다.”

성낙인 총장은 시흥캠퍼스 반대 투쟁을 해 온 학생 사찰, 시흥캠퍼스 관련 거짓말, 불통 행정, 인사 청탁뿐만 아니라 총장 임명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위기에 처해 있다. 총학생회는 총장 불신임을 하기로 선언하고 불신임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서울대 점거 투쟁은 박근혜가 임명한 부패한 총장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시흥캠퍼스 철회 투쟁은 대학을 더욱 이윤 논리에 종속시키는 신자유주의적인 대학 재편에 맞선 투쟁의 일부이다. 끈질기게 지속되는 학생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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