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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폭력 은폐∙백남기 농민 모욕
건국대 이용식 교수가 의사와 교육자 자격이 있는가

9월 25일, 지난해 민중총궐기에 참가했다가 경찰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던 백남기 농민이 끝내 숨을 거뒀다. 민중총궐기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 등에 맞선 정당한 집회였다.

고(故) 백남기 농민은 지난해 11월 14일 이 집회에서 경찰의 직사 물대포를 안면에 직격으로 맞고 의식 불명에 빠졌다. 당시 촬영한 영상을 보면 백남기 농민의 죽음이 경찰의 무자비한 물대포에 의한 것이라는 점은 매우 자명하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 때처럼 감시와 은폐를 시작했다.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았고, 책임자들은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오히려 박근혜 정부는 고인의 장례식장에 경찰력을 배치했고, 경찰은 유가족들이 원치 않는 부검 영장을 두 번이나 청구해 조건부 영장을 발부 받았다.

몇몇 새누리당 의원들은 백남기 농민에 대한 국가 폭력 책임을 회피하려 백남기 농민이 그를 구조하던 사람의 고의 가격에 의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두고 “시체 장사”, “세금 도둑” 운운하던 새누리당은 백남기 농민의 죽음도 왜곡하고 모욕한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과 나경원 의원이 이런 주장을 했다. 특히 국정감사에서 나경원 의원은 이용식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교수의 발표를 그 근거로 들었다.

건국대 이용식 교수는 ‘의학적 증명’, ‘영상 부검’ 운운하며 최근 진실 왜곡에 앞장서고 있는 ‘전문의’다. 그는 백남기 농민은 “물(대포) 맞고는 하나도 안 다쳤다”, “이렇게 되려면 주먹으로 때린”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가 말하는 영상은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얼굴에 정면으로 맞는 장면은 빼고 교묘히 편집한 것이다. 일베 같은 우익 사이트에 떠도는 쓰레기나 다름 없는 내용이 ‘전문의’ 탈을 쓰고 나온 것이다.

그러나 책임 회피에 급급하던 경찰조차 지난 5월 9일 유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백남기 농민의 외상이 “경찰 물대포에 의한 것”, “살수 압력이 그 원인인 것”이라고 밝히고 있을 정도다.

국가 폭력에 의한 살인

따라서 백남기 농민의 사인은 물대포 살수에 의한 국가 폭력이라는 것이 명백하다. 이용식 교수의 3류 시나리오 따위를 검증하기 위해 부검이 필요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부검이 아니라 책임자 처벌이다.

이용식 교수가 자신의 직함과 권위를 이용해 무고하게 희생된 고인을 우롱하는 데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용식 교수는 진실 왜곡에서 더 나아가 “살인범을 찾을 생각은 안하고 물대포 탓만 하는 그런 부인과 그런 딸은 어느 나라 사람인가요. 우리 나라 사람들이 아닙니다” 하며 백남기 농민의 유가족들도 모욕했다. 이게 의사가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게 할 말인가?

이용식 교수와 동문인 서울대 의대 재학생들과 동문 의사들은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왜곡한 서울대병원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후배들과 동문들이 용기를 내 진실의 목소리를 낼 때 권력 비호에 앞장 서는 이용식 교수는 부끄러움을 느껴야 마땅하다.

그의 분별없는 행보는 이번만이 아니다. 그는 적극적으로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한 극우익이다. 그는 <월간 조선>에 기고한 글에서 “동성애는 치료할 대상이지 합법화할 대상이 아니”라며 역겨운 표현들로 동성애 혐오를 정당화했다. 지난 6월 9일에 서울 시청 앞에서 퀴어문화축제를 허가한 서울시를 비난하며 “항문 섹스 옹호자, 박원순 시장 퇴출” 구호가 적인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나는 건국대 학생으로서 이런 몰상식한 왜곡을 일삼는 사람이 건국대 교수라는 것이 치욕스럽다. 백남기 유가족들이 “살인 정권과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다”고 울분을 토했듯이 나도 “이용식 교수와 같은 학교 안에서 교육을 받을 수 없”을 만큼 분노가 치민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진실 왜곡에 맞서 싸웠듯이, 백남기 농민 유가족도 ‘고의 가격으로 인한 사망’ 같은 황당무계한 진실 왜곡에 법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이용식 교수가 의사와 교육자로서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진실 왜곡을 즉각 중단하고, 유가족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또한 건국대 교수직과 의사직을 내려놓는 것이 도리를 아는 인간으로서 해야 하는 최소한의 반성과 자숙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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