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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을 중심으로 본 동아시아 정세[대학생 레프트 리뷰 4호]



미·중 갈등을 중심으로 본 동아시아 정세


 


영익


 


천안함 침몰 후 동아시아 정세는 정말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 8 11, 최근 남한과 북한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는 이면에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자리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미국은 천안함 사태 후 대북 제재를 놓고 갈등을 빚더니만, 이제는 서해와 그 주변에서 각자 상대방을 겨냥한 군사훈련을 연달아 실시하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그림 1 최근 동아시아 주변 군사훈련 상황(출처: 한국일보)


 


게다가 긴장은 이제 서해를 넘어 남중국해로 번지는 양상이다. 중국은 남중국해를 타협의 여지가 없는핵심적 이해관계로 보고 있다는 의사를 미국에 전달했다. 남중국해에서 자신의 패권을 천명한 것인데, 미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을 심산인 듯하다. 미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은 남중국해 문제가 “미국의 이해와 직결된 사안”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미국은 베트남과 원자력 협정을 맺고, 항공모함이 베트남을 방문해 합동 군사 훈련을 하면서 중국을 자극했다. 베트남은 중국과 1979년과 1984년에 무력 충돌을 경험한 바 있고, 지금도 남중국해의 영유권 등을 놓고 분쟁 중인데 말이다.





그림 2 미국의 개입은 남중국해의 분쟁을 더 격화시킬 것이다(출처: 동아일보)


 


또한 미국은 지난 7월 인도와 새롭게 핵연료 재처리 협정을 체결했고, 인도네시아와 군사 협력도 꾀하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중국 주변 국가들의후견인역할을 자임하고 나서는 셈이다. 당연히 중국은 미국이 자신들에 대해 “한국에서부터 인도까지 포위망을 구축”하려 한다고 반발한다.



  이런 상황을 보고 있으면 동아시아가 마치
1백 년 전으로 돌아간 듯하다. 열강들이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경제적∙지정학적 이익을 두고 무자비하게 경쟁하던 시대 말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현재의 동아시아 정세가신냉전의 시대로 접어드는 징조가 아닌지 하고 불안해 한다.



  도대체 어떤 이유에서 미국과 중국의 긴장이 커지고 있는 것인가
. 그리고 이 힘겨루기는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미∙중 갈등의 배경


아시아, 그중에서도 동북아시아가 강대국의 권력 경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는 지적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미국의 외교 전문가 브레진스키는 “어떤 측면에서 오늘날의 아시아는 불길하게도 1914년 이전의 유럽을 떠올리게 한다” 하면서 “갑작스런 충격을 받아 파괴적인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지역의 안정은 여러 아시아 국가들의 국력이 성장하면서 도전받고 있”는데, 그 핵심은 바로 “부상하는 중국”이다.



  수년 전부터 미국은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키우고 있는데
, 이것은 두 가지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중 하나는 중국의 빠른 경제 성장이다.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동아시아 역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 2000~2005년 중국은 아시아 GDP성장 기여율에서 50.7퍼센트를 차지했고, 2000년대 들어 주변 국가들의 대 중국 수출 의존도도 급격히 커졌다.


다른 하나는 중국이 경제 성장을 기반으로 상당한 군비 지출 능력을 갖추게 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국의 국방예산은 2000년에서 2005년 사이에 두 배 증가했으며, 최근 항공모함도 건조하기 시작해 지역 군사강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또 중국은 상하이협력기구 등을 통해 유라시아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제고하고 있는데
, 미국은 유라시아의 주요 국가들이 자신과 무관하게 중국과 협력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을 보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레닌과 부하린 등 고전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기업 간의 경제적 경쟁과 국가 간의 지정학적 경쟁이 결합하는 과정을
제국주의로 정의했다. ‘제국주의는 현재 중국과 미국의 관계에도 딱 들어 맞는다. 지금 중국과 미국의 갈등은 경제적 경쟁과 지정학적 경쟁이 결합하는 양상을 띠기 때문이다.



   
이것을 잘 보여 주는 사례가 에너지 문제다. 중국은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국내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자, 석유와 천연자원의 안정적인 수급처를 찾아 남미, 아프리카, 중동 등지에서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노력은 이전에 해당 지역에서 미국이 확보해 놓은 영향력을 잠식하는 결과를 낳는다.



  미국이 중동에서 자국의 패권 유지에 안간힘을 쓰는 것도 사실 중동에서 석유 공급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해 원유수입의 대부분을 의존하는 중국∙일본 같은 경쟁국가들을 통제하려는 전략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 그래서 요즘에는 미·중 간의에너지갈등이 중동에서 아시아까지 해상 석유 수송로를 둘러 싸고 양국 해군 배치와 해군력 증강 경쟁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림 3 중국의진주 목걸이 전략과 석유 수송로(출처: <마르크스21> 6)


 


미국 국방부는 중국이진주 목걸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그림4). ‘진주 목걸이 전략은 “파키스탄 과다르 항을 포함에서 중동부터 남중국해에 이르기까지 해군기지 확보와 외교 관계 증진을 병행하면서 친중국 동맹권을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맞서 미국은 막강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현재 이곳의 통제력을 확고히 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 한다.[1]



  한편
, ‘테러와의 전쟁이 위기해 봉착해 미국의 패권적 지위가 흔들리는 중에 들이닥친 경제 위기로 미국 지배자들은 더 큰 어려움에 빠졌다. 미국이 경제 위기를 해결하는 데 많은 자원을 집중해야 하므로, 그만큼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서 미국의 지위를 유지하는 데 역량을 더 투입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반해 중국은 경제 위기에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회복하면서, 그 지위가 이전보다 더 격상됐다.



  따라서 쇠퇴하는 패권을 만회하고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려는 것은 미 지배계급의 공통 과제다
.오바마의 동아시아 정책도 부시 2기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비록 오바마가 부시의 일방주의와 달리 다자주의를 채택했다고는 하나, 미국의 패권이 쇠락하는 것을 막겠다는 점에서 부시와 전략적 목표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다만 전술적 차이가 있을 뿐인데, 그래서 오바마 당선 직후 데이비드 거겐스 하버드대 교수는 “오바마 당선자가 끼고 있는 부드러운 벨벳 장갑 안에는 강철 주먹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오바마 자신이 취임 직후 첫 의회 연설에서 “우리는 재건할 것이다. 우리는 회복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이전 어느 때보다 더 강해질 것이다”라고 선언한 데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2] 그래서 천안함 사태 전부터 오바마 정부는 위안화 절상 논쟁과 대만 무기 수출 문제를 놓고 중국과 갈등을 빚어 왔다.



  물론 여전히 중국은 여러 면에서 미국에 훨씬 못 미치며
, 미국의 세계적 패권에 도전할 만한 위치에 서 있지 못하다. 최근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GDP는 미국의 1/3 수준이며 1인당 국민 소득은 3천 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통해 경제를 성장시켜 왔다
. 이를 위해 임금 억제가 불가피했고, 경제 성장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내수 진작이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따라서 강력한수출 주도형 경제성장 전략을 구사하는 중국은 자본 축적에 성공하면 할수록 세계 경제의 리듬에동조화하기 마련이다. , 중국이 언제까지나 세계 경제 위기를 거스르고 고도 성장하리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군사적으로도 중국은 여전히 미국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 위의 표에서 분명히 드러나듯이, 여전히 미국은 세계 군사비 지출 2~10위 국가들의 군비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군사비를 지출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최근 군비를 급격하게 늘리고 있으나, 미국에 필적할 만한 수준에 이르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중국은 현 상황이 미국과
정면대결로 나아가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도 마찬가지일 텐데, 국내에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경제 문제가 산적해 있으며 대외 정책에서도 여전히 동아시아보다는 아프가니스탄이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방을 견제하려고 내놓은 말과 행동 들은 이미 곳곳에 사태를 악화시킬 씨앗으로 뿌려져 버렸다
.



  예컨대 미국과 중국은 상대방을 견제하려고 미국은 인도와 핵개발 협정을
, 이에 대항하는 중국은 파키스탄과 차시마 핵개발 협정을 맺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남아시아에서 두 차례나 전쟁을 치른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 갈등이 더 부추겨진 셈이다. , 중의 경쟁은 동아시아뿐 아니라 다른 지역들을 불안정에 빠뜨릴 수 있다.



  또
, 다른 주요 국가들도 G2의 갈등을 보며 무장력 강화의 충동을 더 강하게 느낄 것이다. 이미 동아시아 긴장 고조를 이유로 일본의 군사대국화 시도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일본 민주당 내각은 2010년판 방위백서에서
자위대의 해외 파병 등 [자위대의] 역할 증대가 필요하다고 명시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중국이 주로 격돌하는 주변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아세안 회원국들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사들인 무기가 이전 5년보다 갑절 이상 증가했다. 이 기간 말레이시아의 무기 구입은 무려 722퍼센트나 폭증했고,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도 각각 146퍼센트, 84퍼센트 증가했다.



  중국과 오랫동안 국경분쟁을 벌여 온 인도 역시 군사력 증강에 여념이 없다
. 인도는 지난해 초 30대의 전투기를 탑재할 수 있는 4만톤 급 항공모함을 2014년까지 독자 건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리고 현 상황에서 인도 등 주변 국가들이 군비 증강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미
중 갈등은 이전과 다른 상황을 낳았고, 전 세계를 더 큰 불안정으로 몰아 넣고 있다.


 


마치며미∙중 갈등과 한반도


미국은 그동안 동아시아 정책의 일환으로 북한을 압박해 중국을 견제해 왔다. 즉 북한은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하기를 희망했으나, 미국은 냉전 해체 후 동아시아 질서에 대처하는 한 수단으로써 북한 문제를 이용했던 것이다.



  이번 천안함 사태 때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벌인 행보에서도 알 수 있듯이
, 오바마 또한 미일동맹 강화, MD 구축 등을 위해 북한을 여전히 중국 대용 위협 카드로 이용하고 있다. , 미국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대()이란 압박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란이 핵개발을 정당화하지 못하게 북한이 핵무기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제거”를 약속할 때까지 양보 제스처를 취하지 않을 것이다.
[3]



  이처럼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는 근본적으로 강대국 간의 치열한 경제적·지정학적 경쟁에 뿌리를 두고 있다. , 제국주의 세계 체제가 위기의 근본이다.



  따라서 위기를 극복하고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항구적 평화 체제를 마련하려면 자본주의적 제국주의 체제를 변혁해야 한다
.



  그러나 그동안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려 노력해 온 진보진영의 논의들은 대체로 국가 간 외교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았다
. 그것이 평화협정 체결이든, 특정 국가의 역할 증대든 간에 말이다. 이런 시각으로는 평화를 실현할 아래로부터의 운동이나 국제주의적 연대를 모색하는 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없다.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아래로부터의 운동이 건설될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흔하지만
, 아래로부터의 대안을 추구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고, 또 매우 필요한 일이다. 전 세계에서 자본주의 세계화와 제국주의 체제에 맞선 저항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음을 봐야 한다. 국내에서 벌어지는 운동이 이런 저항들과 만날 때 반() 제국주의 운동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
테러와의 전쟁 때문에 부시가 수렁에 빠졌듯이 지금 오바마도 부시와 같은 처지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6월 오바마는 아프가니스탄 나토 국제안보지원군 사령관 스탠리 맥크리스털을 경질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수행을 둘러싼 견해차 때문인데, 미 제국이 파견한 아프가니스탄 총독이라 할 만한 자를 전시 중에 경질한 것 자체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처한 어려움을 반영하는 것이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수렁에서 헤매고 있다면
, 전 세계 반전운동은 미국이 이런 수렁에서 절대 빠져 나오지 못하도록 푹 눌러줘야 한다. 미국의 세계 제패 전략이 타격을 입도록 확실히 재 뿌리는 아래로부터의 운동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남한 진보진영은 한국군이 또다시 아프가니스탄으로 파병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미국의 전쟁 수행을 돕는 이명박의 노력은 좌절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 우리는 정치적·조직적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동아시아에서는 남한 진보진영이 진정으로 연대할 세력이 많다는 것을 떠올려야 한다
. 예컨대 미군기지에 반대하고 평화헌법을 지키려는 일본 평화 운동과 지금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신생 노동운동 등이 위험천만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제국주의 국가들에 맞서기 위해 우리가 진정으로 손잡아야 할 연대 세력이다.


 








[1] 천안함 사건을 통해 본 동아시아 질서 변동과 한반도, 김하영, <마르크스21> 6, p34



[2] 김하영, 같은 글, p38



[3] 김하영, 앞의 글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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