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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기고글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들 총장실 점거

박철 전 총장의 명예교수 임용을 반대한다

http://wspaper.org/article/17540

박혜신 (한국외대 학생, 노동자연대 외대모임 회원)

노동조합 탄압 위해 창조컨설팅 고용하는 데에 교비 수십억 써
사립학교법 상, 등록금으로 조성된 교비는 교육 목적에만 써야
이 문제로 바로 두 달 전 유죄 판결 받은 이에게 명예교수라니

8월 10일 한국외국어대학교 전체학생대표자회의는 박철 전 총장을 명예교수로 임용하려는 시도에 맞서 본관 점거를 결정했다! 학생들 수십 명은 오후 1시부터 대학 본부 총장실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주 전부터 박철 명예교수 임용을 철회하라고 학교 측에 요구해 왔다. 그러나 학교 당국은 학생들의 요구를 “개무시”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했다. 학생들은 “지난 2주간 계속 기다렸다”, “우리는 박철 전 총장을 명예교수로 받아들일 수 없다”, “대화에 응하지 않은 것은 총장님인데 우리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냐”는 등 분노를 표했다. 2주 동안 학생들의 항의를 무시해 온 학교 측은 농성이 시작되자마자 총장과의 면담을 약속했다.(오후 4시부터 총장, 부총장 등과 학생 대표들 간의 면담이 진행됐고, 면담에서 진전이 없어서 총장실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

△총장실 앞에서 면담 결과를 기다리며 농성을 시작한 외대 학생들. ⓒ이지원

△총장실에서 점거농성을 시작한 외대 학생들. ⓒ이지원

학생 등록금으로 노조 탄압하다가 유죄 판결

박철 전 총장은 재임 당시 컨설팅 비용, 소송비, 기타 비용 등 노동조합을 탄압하려고 40억여 원을 교비에서 지출했다는 혐의를 받아 고발됐다.

2006년 박철 전 총장은 일방적으로 단체협약을 해지하며, 노조 탄압에 나섰고 이후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에게 잔인한 보복과 탄압을 벌였다. 징계·해고가 잇따랐다. 바로 이 과정에서 발생한 소송/패소 비용 등을 학생들의 등록금 등으로 조성되는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것이다. 이는 교육 목적에 교비를 사용케 한 사립학교법을 위반한 것이다.(사립학교법 시행령 제13조 2항)

그는 이 돈으로 노조 파괴에 악명이 높은 창조컨설팅을 고용했고, 불법적 노조 파괴 행위로 나중에 노무사 자격증이 박탈된 심종두 창조컨설팅 대표를 한국외국어대학교 법대 겸임교수로 앉혔다. 그의 교육관이 얼마나 반노동자적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두 달 전인 6월 16일 서울북부지법에서 박 전 총장은 사립학교법 위반으로 벌금 1천만 원의 유죄 판결을 선고 받았다. 판사는 “학생들의 교육 용도로 사용돼야 할 교비를 학교법인을 위한 변호사 비용 등으로 사용 … 금액도 10여억 원에 이르는 거액이라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결했다.

그런데 대학 측이 이런 인물을 ‘명예교수’에 추대하려 한 것이다. 박철 명예교수 임용 시도는 김인철 현 총장의 승인만 남겨둔 상태다.

박 전 총장은 재임 시절 “노동자들의 임금이 인상되면 학생들의 교육 여건이 악화된다”면서 신규 노동자 초임을 기존보다 5호봉이나 낮춰 대폭 삭감하더니, 정작 학생들의 등록금은 3.19 퍼센트 인상한 적도 있다. 등록금 인상만이 아니라, 이중전공 제도 도입, FLEX[외국어능력시험] 졸업시험 의무화 등 온갖 경쟁적 학사제도를 도입해 학생들의 학교 생활을 피폐하게 만들고 학습권을 침해했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교실은 좁고 부족해 저녁 7시 이후에도 전공 수업이 있는 판인데, 캠퍼스 외관에만 돈을 쓰고 정작 교육 인프라 구축에는 돈을 아꼈다. 이런 총체적 불명예교수에게 명예교수 자리를 줘선 안된다.

학생들의 정당한 항의가 전진돼야 한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총학생회)를 비롯한 중앙운영위원회(단과대학 대표자들로 구성)는 범법자 박철 전 총장의 명예교수 임용 계획에 맞서 항의를 조직해 왔다.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는 7월 25일 발표한 성명에서 “제2의 박철, 제3의 박철이 나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박철의 악랄한 행적들이 불명예스럽다는 점을 꼬집었다. 더불어 중운위는 ‘불명예 교수’ 박철 전 총장이 ‘명예의 전당’에 오르지 못하도록 수 차례의 성명을 발표하고, 학교 당국에 항의 방문을 했다.

법원조차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결한 반교육적 교수의 임명에 반대하는 총학생회의 입장은 정당하다. 반면 총학생회 측의 면담을 수차례 거부하고 불명예가 ‘명예’라 외치는 학교 당국의 행태는 반교육적이다. 총학생회, 중운위의 정당한 요구와 항의에 더 많은 학생들이 참가하자.

“원조 불통”과 “신흥 불통”의 연결고리

그런데 학교 당국은 왜 범법을 저지른 사람에게 명예교수 자리를 주려 할까? 김인철 현 총장은 박철 전 총장의 뒤를 이어 당선해 그의 신자유주의 대학 정책을 계승하고 있다. 그는 [수요가 별로 없는 학과라는 이유로] 2014년 프랑스어교육과, 독일어교육과 폐과를 시도했고, 박근혜 정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에 발맞춰 상대평가 전면화를 밀어붙이기도 했다.

학생들의 의견을 번번이 무시한 그는 새로운 “불통”의 아이콘이 됐다. 박철 전 총장의 교비 횡령에 대한 피해 보상 책임을 물어도 모자랄 판에, 그를 ‘명예교수’로 임용하는 것은 양식 있는 모든 외대 구성원에 대한 모욕이다.

따라서 박철 명예교수 임용 계획을 철회하도록 나선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의 행동은 정당하다. 현 총장이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하려면 학생들의 힘이 더욱 많이 모여야 하고 효과적으로 사용돼야 한다.

첫째, 이화여대 학생들처럼 단호히 싸워야 한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경찰이 투입됐음에도 자신들의 요구를 올곧게 주장하며 점거를 유지해 학교에게 실질적 압력을 행사했다.

둘째, 학생들이 저항에 함께 동참할 수 있도록 대의를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 방학이긴 하지만 이미 8월 중순이라 학생들이 꽤 캠퍼스에 오가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총동원해 박철 전 총장 명예교수 임명의 부당함을 알린다면 방학일지라도 학생들의 동참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이 투쟁이 사회적으로도 지지가 확대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노조 탄압을 일삼던 인물이고, 특히 노동자들의 공분의 대상인 창조컨설팅 문제가 연관돼 있는 만큼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 이 투쟁의 대의를 사회적으로 알린다면 지지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학교 당국은 박철 전 총장에 대한 명예 교수 임용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 학생들의 점거 투쟁은 정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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