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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기고글

이화여대 평생교육 단과대학 신설 문제

이화여대 재단은 ‘학위 장사’ 계획 철회하고 제대로 된 교육 기회 제공하라

http://wspaper.org/article/17493

김승주 (이화여대 학생,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

이화여대 당국의 평생교육 단과대학(‘미래라이프 대학’) 신설 계획이 학생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무려 학생 3백여 명의 학생들이 학교 당국의 일방적 결정에 분노해 7월 28일부터 학교 본관을 점거했다.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은 박근혜 정부의 ‘교육개혁’ 가운데 ‘선취업 후진학’ 활성화 정책과 연결된 사업이다. 정부는 해당 사업에 선정된 학교들에게 수십억 원을 지급하고 ‘후진학’의 모범 사례를 만들려 한다. 그럼으로써 실업계 고졸 출신 노동력 인구를 노동시장으로 더 빨리, 더 많이 끌어들이려(‘선취업’) 한다. 고등교육 이수 기간이 늘어나면 결혼 연령이 높아지고 출산율이 낮아진다며 내놓은 ‘저출산 대책’이기도 하다. 정부는 이렇게 끌어들인 여성 노동자들을 시간제 일자리 등 저질 일자리로 몰아넣으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대학 구조조정의 일환이다

정부와 대학 측은 평생교육 단과대학 신설이 고등학교 졸업 후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여성들, 육아 등으로 인해 직장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진정한 해결책은 애초에 지나치게 높은 고등교육 비용을 대폭 낮추고, 여성 노동자들의 경력 단절 현상을 없애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오히려 대학 문을 좁히고 여성들의 육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런 정책이 보통의 여성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정부의 위선과는 별개로, 고졸이거나 경력이 단절된 많은 여성들에게는 이화여대 평생교육 단과대학과 같은 기회가 반가울 수 있다. 그런 기대에 학벌주의적 ‘상식’이 스며들어 있을지라도 이들의 바람은 정당한 것이다. 고등교육 기회를 박탈당한 것은 이들의 책임이 아니다. 실업계 출신이든, 고졸 노동자 출신이든, 경력 단절 노동자든, 누구나 고등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누구나 고등교육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대학의 장벽을 낮추는 것이 학벌주의를 약화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고졸 또는 경력 단절 여성들에게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정부와 학교 당국의 말이 진정성이 있다면, 그런 특별한 단과대학을 신설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신에 그들도 차별 없이 학점과 학위를 이수할 수 있도록 하고, 차별 없는 성적증명서와 졸업증명서가 발부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책에 관한 언급은 없다.

오히려 학교 당국의 진정한 의도는 다른 곳에 있음이 틀림없다. 학교 당국은 평생교육 단과대학을 통해 정원 외 인원을 받으면 등록금 수입을 늘릴 수 있다. ‘학위 장사 아니냐’는 일부 학생들의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대기업의 필요를 충족시킬 웰니스·뷰티학과, 뉴미디어산업학과 등 학생들로부터 많은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산업수요 연계형’ 학과들이 평생교육 단과대학 산하에 개설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런 학과들은 대학 교육을 자본주의 이윤 시스템에 더욱 종속시킬 것이다.

한편 많은 학생들은 이 단과대학이 설립되면 이미 열악한 교육 환경(교수 부족, 강의실 부족, 대형강의 등)이 더 악화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신설될 학과들이 기존 학과들과 전임 교원이나 강의실 등을 함께 써야 하므로, 그러한 걱정은 근거가 있다.

△이화여대 곳곳에 학교 당국의 ‘학위 장사’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대자보가 붙어있다. ⓒ이미진

학생들의 행동은 정당하다

이화여대 학생들이 분개하여 본관을 점거하자 학교 당국은 학생들을 범죄자 취급하며 위선적인 설교와 비난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 점거 농성은 이화여대 최경희 총장이 이제껏 보여 준 일방적 학교 행정과 신자유주의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그동안 학교 당국은 프라임 사업 등 박근혜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대학 구조조정 정책에 발을 맞춰 왔다. 프라임 사업은 인력 수급의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의 내용을 대기업의 수요에 맞춰 개조하는 사업이다.

따라서 학교가 이제껏 저질러온 짓을 은근슬쩍 감춘 채 이번에 벌어진 학생들의 본관 점거 행위를 “범죄”로 모는 것은 제자들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스승인] 자기 눈 속에 들어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는” 위선이다.

이 운동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오래 지속되려면 투쟁의 요구와 주장을 가다듬고, 이를 사회 전체로 널리 알려 폭넓은 지지와 연대를 얻어야만 한다.

학교 당국이 위선적인 말들로 포장해 고졸 또는 경력 단절 여성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킬 수 없도록 이화여대 학생들이 앞장서서 교육 시장화와 비민주적 학사행정을 반대하고, 실질적인 교육 기회 균등을 구현하려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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