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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기고글

한국 성소수자 인권 현황 보고서

후진적인 한국의 성소수자 권리 보장 현실을 보여 주다

http://wspaper.org/article/17296

양효영 (대학생,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활동가)

5월 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2015년 한국 성소수자 현황과 주요 사건들을 정리한 보고서가 발간됐다. SOGI법정책연구회가 낸 한국 LGBTI[*] 인권 현황 보고서(이하 보고서)이다.

보고서는 “2015년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성장한 만큼 성소수자에 대한 조직적인 차별 선동 행위 또한 강화되었고, 성소수자들이 겪는 차별과 폭력은 더욱 가시화되었다”고 지적한다.

최근 기독교 우익 단체들과 우파들은 동성애자가 이성애자로 ‘전환’될 수 있다는 ‘탈동성애’를 주장하며 ‘전환 치료’가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의학적으로도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한 종교시설에서 20대 초반 트랜스젠더 여성에게 동성애를 치료한다며 ‘성기를 가위로 자른다’는 등 온갖 폭언 · 폭력이 일어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KBS 이사 조우석은 동성애자가 ‘더러운 좌파’라고 비난하며 노동운동과 여러 사회운동에 연대해 온 성소수자 활동가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했다. 성소수자 차별을 선동하는 매체도 많이 나왔다. <국민일보>는 동성애가 ‘퇴폐적이고 변태적이며 에이즈 확산의 주범’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수차례 연재했다. ‘나는 더 이상 게이가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가 제작돼 인터넷에서 무료로 배포되고 있다.

대학 내에서도 성소수자 차별 선동이 벌어졌다. 동성애가 에이즈의 원인인 것처럼 악의적으로 편집한 포스터가 나붙고, 부산대학교와 동아방송예술대학교 등에서는 일부 우파들이 성소수자 동아리 포스터와 현수막을 뜯고 찢는 일도 벌어졌다.

이런 혐오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이 있다. 2015년 대구퀴어퍼레이드에서는 기독교 우익 단체 회원들이 퍼레이드 참가자들에게 똥물을 뿌렸다.

“2015년에 무엇보다 심각하게 드러난 문제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국가기관 등이 반성소수자단체 및 보수개신교계의 항의를 수용하여 성소수자 집단을 자신의 정책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거나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정책을 노골화하였다는 것이다.”(보고서)

△지난해 퀴어퍼레이드에 참가해 반동성애 팻말을 들고 있는 우익들. ⓒ사진 조승진

실제로 국가는 성소수자 차별에 앞장서면서 우익들이 활개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해 왔다.

한국은 법 · 제도 측면에서 성소수자 권리 보장에 매우 후진적이다. 유럽 나라들의 성소수자 법적 권리 지수를 계산하는 틀을 한국에 적용해 보면, 2015년 지수는 13퍼센트로 유럽 49개국 중 43위를 한 마케도니아와 비슷했다. 법적 평등이 실제 평등을 보장하진 않지만, 그조차도 없는 것은 이 나라 지배자들이 성소수자를 얼마나 천대해 왔는지를 보여 준다.

2015년 8월 여성가족부는 기독교 우익 세력이 중심이 된 반성소수자 단체의 압력을 받아들여 대전광역시 성평등기본조례에 포함됐던 성소수자 보호 및 지원 조항을 삭제하라고 대전광역시에 요구했다. 결국 대전시는 성소수자 권리 조항을 삭제했는데, 이는 과천과 구로구에서 비슷한 조례안을 폐기하기 위한 보수파들의 움직임에 힘을 실어 줬다.

2015년 1월 교육부는 성소수자 차별적 내용이 담긴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발표했다. 게다가 이를 각 학교에 보급하면서는 교사들이 학생들을 가르칠 때, 동성애를 비롯한 다양한 성적 지향에 대한 지도를 하지 말고, 성소수자 내용도 삭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서울지방경찰청과 대구지방경찰청은 서울과 대구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에 옥외집회 금지 통보를 내렸다. 다행히 성소수자 단체들을 비롯해 여러 진보 운동 단체들의 항의에 압력을 받은 법원이 금지 통보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합의된 동성 간 성관계를 처벌할 수 있는 군형법 92조의6은 여전히 존재하고, 위헌 심판을 앞두고 있다. 병무청은 MTF(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트랜스젠더의 병역 면제 조건으로 규칙에 근거하지도 않은 고환 적출 등을 요구해 왔다. 그래서 지난해 병무청이 비수술 트랜스젠더를 병역기피로 형사고발하거나 현역으로 입영시키려는 사건도 벌어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여고생 간 키스 장면이 담긴 한 드라마에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청소년 이성 간 키스 장면에 경징계를 내린 것과 비교하면, 동성애를 표현했기 때문에 더 문제라는 것이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국가인권위원회는 더욱 후퇴했다. 공공연하게 성소수자 혐오를 부추기고 차별금지법을 반대해 온 최이우 목사가 2014년 11월 대통령 추천으로 비상임위원으로 임명됐다. 2015년 8월 국가인권위원장 이성호는 2013년 서울남부지방법원장 시절 트랜스젠더 성별 정정 신청에 필요하지도 않은 ‘여성으로서 외부 성기를 갖추었음을 소명하는 사진’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심지어 국가인원위원회는 동성애 혐오 단체가 연 ‘탈동성애’ 포럼에 건물을 빌려주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익들은 아예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금지 조항을 삭제하려는  법 개정 운동을 벌이고 있다.

국가 기관들의 노골적인 성소수자 차별 조처들 때문에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 상황에 대해 권고 조처들을 내렸다. 한국은 현재 유엔 인권이사회 의장국인데, 자국 내에서는 온갖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면서 밖에선 ‘인권’을 외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물론 그조차도 제국주의적 압박에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 ‘인권’에 더 관심이 많다(북한 ‘인권’을 빌미로 한 유엔의 대북제재 등).

정부와 기업은 이성애 관계만을 정상으로 보고 그것을 기준으로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성소수자를 배제한다. 이 때문에 사회 전반적으로 고용과 의료, 사회보장 등에서 성소수자들은 배제되거나 불평등한 지위에 놓여 있다. 이것은 노동계급인 성소수자들이 현실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중요한 문제다.

2015년에 발표된 ‘성적지향 · 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를 보면 성소수자들은 거의 대부분(86퍼센트) 직장 내에서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간다. 정체성이 알려지게 되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적지 않다. 정체성을 이유로 입사가 취소되거나 채용이 거부됐던 경험(2.1퍼센트)이 있고, 트랜스젠더의 경우, 그 비율이 15.5퍼센트로 더 높았다. 절반 가까이가 직장에서 차별과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 정체성 때문에 해고나 권고사직을 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도 14.1퍼센트(트랜스젠더 16.5퍼센트)나 됐다.

국민건강보험 급여와 가입에서도 차별받는다. 직장가입자의 배우자가 이성인 경우에는 법률혼이 아닌 사실혼 배우자도 피부양자로 인정되지만 동성인 경우 그렇지 못하다. 보험 적용을 받으려면 두 사람이 각각 보험에 가입해야 해서 보험료를 이성애 커플보다 많이 납부해야 한다.

트랜스젠더는 현재 성전환과 관련해 어떤 의료 보장도 받지 못하고 있다. 성전환에 필수적인 의료행위들은 모두 비급여 항목이고, 의료행위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도 문제제기하기가 어렵다.

이런 차별적 조처들은 노동운동도 적극적으로 문제 삼아야 할 것들이다.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해고나 복지 차별은 노동계급 내 이성애자와 성소수자의 단결을 어렵게 한다. 정부나 기업주는 차별을 이용해 노동계급을 분열시켜 전체 노동계급에게 돌아가는 파이를 줄이는 데 관심이 있다.

물론 보고서에 어두운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성소수자 커뮤니티와 인권 운동은 꾸준히 성장하였다. 서울 및 대구 퀴어문화축제가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대학에서는 최초로 커밍아웃한 후보자들이 총학생회장, 동아리연합회 부회장으로 선출되었고 성소수자 표현물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응하는 활동들이 조직되었다.”

한국 갤럽이 2014년 12월에 한 조사에 따르면, “동성애자 커플에게 합법적으로 결혼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에 대해 찬성하십니까, 아니면 반대하십니까?”라는 질문에 35퍼센트가 찬성, 56퍼센트가 반대를 했다. 그러나 이는 2001년 같은 조사와 비교했을 때 찬성 응답자가 17퍼센트에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고, 특히 30대 미만에선 찬성 비율이 66퍼센트에 이르렀다. 동성애자의 취업기회가 일반인과 동일해야 한다는 의견은 2001년 69퍼센트에서 85퍼센트로 크게 늘었다(‘한국 LGBTI 인권 현황 2014’)

성소수자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이 변화한 것은 사회적 · 물질적 변화가 배경에 자리잡고 있다. 전통적 가족 제도는 점점 변화했다. 많은 젊은 사람들이 예전보다 더 늦게 결혼하고, 결혼을 필수적으로 생각하지 않기도 한다. 독신 가구의 비율도 과거에 비해 크게 늘었다.

여기에는 여성의 대규모 노동 유입, 이혼의 자유 확대, 피임 기술의 발전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이런 변화 속에서 사람들의 성생활이 점점 결혼이나 출산과 분리돼 왔고, 젊은 층 사이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비적대적 · 우호적 인식이 확대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런 배경 속에서 성소수자 운동이 계속해서 차별에 반대하고 저항한 것이 사람들의 의식 변화에 큰 영향을 줬을 것이다. 그렇기에 성소수자들이 조금이나마 더 숨통이 트일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차별적인 한국의 상황을 바꾸기 위해선 우익과 국가에 맞서 저항하고 투쟁하는 것이 중요하다.


[*] 여성 동성애자, 남성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간성을 뜻하는 영어 단어의 앞글자를 딴 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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