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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구의역 스크린도어 노동자 사망 사고

생명보다 이윤 먼저인 체제가 19세 노동자를 죽였다

 

5월 28일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비정규직 노동자가 열차에 치여 숨지는 비극이 벌어졌다. 고인의 가방에는 미처 뜯지 못한 컵라면과 숟가락이 녹슨 수리 장비들과 뒤엉켜있었다. 고인의 어머니는 “우리 아이는 하루 종일 굶어가면서 시키는 대로 시간에 쫓기며 일했을 뿐”이라며 “우리 아이가 잘못한 게 아니라는 사실만은 밝히고 싶다”고 절규했다.

고인은 고된 작업을 견디며 ‘좀 더 나아질 미래’를 꿈꾸던 19세였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과 같은 나이다. 이 어린 노동자의 죽음에 애통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서울메트로(서울 지하철 1, 2, 3, 4호선) 사측은 몰염치하게도 사고 직후 책임을 고인의 ‘안전불감증’과 규정 위반으로 몰았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비용 절감을 위해 노동자의 안전을 뒷전에 놓는 이윤 체제가 낳은 것이다.

사고 당시 구의역을 포함해 강북 49개 역을 관리한 주간 근무조는 6명뿐이었다고 한다. 1시간 이내 고장 수리를 하지 않으면 서울메트로가 하청업체에 비용을 물리는 탓에 2인 1조 규정은 유명무실한 상황이었다. 서울지하철 2호선에서만 지난 3년간 3명의 노동자가 스크린도어 수리 도중 목숨을 잃었다. 안전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은 정작 위험에 떨어야 했던 것이다.

스크린도어 설치 당시 서울메트로는 최저가 낙찰제를 도입하고 공사 기간을 단축해 부실 시공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해에만 서울메트로에서 1만 2천여 건 고장이 발생했다. 그간 서울지하철노조는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무를 사측이 직접 운영하라고 요구했지만 서울메트로는 비용 절감을 이유로 외주화 했다. 서울메트로는 지난해 8월 강남역 사고 이후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던 약속조차 지키지 않았다. 반면 같은 기간에 스크린도어 업무를 정규직으로 운영하며 2인 1조로 관리하는 서울도시철도(서울 지하철 5, 6, 7, 8호선)에서는 2012년 이후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

서울메트로는 스크린도어 업무만이 아니라 다른 정비 업무들도 자회사에 떠넘기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교훈 중 하나인 생명 안전 업무의 외주화 금지를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도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의 통합을 추진하면서 즉각적인 직영화가 아니라 자회사로 먼저 편입시킨다고 했다. 이는 또 다른 외주화로 노조의 반발을 불렀다. 게다가 서울시는 인력 감축안까지 내놨다. 지금도 극심한 노동 강도로 인해 노동자들이 자살을 택할 정도인데 노동조건을 더 악화시키겠다는 뜻이다.

서울 지하철에서 이런 참사가 다시 반복되지 않으려면 외주화된 업무를 직영화하고, 인력을 대폭 충원해야 한다. 이것은 노동자와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악화는 공공서비스의 질을 떨어트리고, 결국 대중의 안전을 위협하는 대형 참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제 위기 때문에 비용 절감에 혈안이 된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규제 완화, 노동조건 악화, 민영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제2, 제3의 참사가 벌어지고 있다. 정부와 기업주들이 안전을 위한 투자 재원을 내놓도록 강제해야 한다. 그러려면 청년과 노동자들의 단결이 중요하다.

한편 고인은 고교실습생으로 낮은 임금을 견뎌야 했고, 졸업하자마자 서울메트로 하청업체의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정규직으로 전환될 날만 기다렸다. 박근혜 정부는 이처럼 실업의 고통에 허덕이는 청년과 어린 노동자들에게는 저질 일자리를 강요하고 있다. 동시에 청년실업의 책임을 공공부문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돌리면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경쟁을 강화하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임금을 후퇴시키려 한다. 이런 이간질로 득을 보는 쪽은 박근혜 정부와 공기업 사측뿐이다.

따라서 청년과 노동자들이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지키려면 고통을 전가하고 있는 국가에 함께 맞서야 한다. 정부에게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안전 규제 강화를 위해 공공투자를 대폭 늘리라고 함께 요구해야 한다.

이윤을 위해서라면 사람의 생명을 파리 목숨으로 여기는 자본주의 체제는 노동자의 팔다리를 갉아먹으며 성장한다. 자본주의 위기의 시대에, 우리에게는 체제에 근본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전망도 필요하다.

 

2016년 6월 1일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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