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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 협정 개정이 아니라, 핵발전부터 포기해야 한다

[<노동자 연대> 온라인 기사 링크 : http://wspaper.org/article/16594 ]

김승주

42년 만에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이하 신협정)이 지난 11월 25일 공식 발효됐다. 한국 지배자들은 이번 개정에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연구에 관한 부분적인 자율성을 미국으로부터 얻었다.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란 한 번 사용하고 난 핵연료(사용후 핵연료)에서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작업을 말한다. 재처리 과정에서 회수된 핵물질은 핵발전에 다시 쓰일 수 있고, 그중에 플루토늄은 핵무기 제작에 사용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지난 42년간 ‘핵확산 우려’를 운운하면서 한국이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에 관한 연구를 할 때마다 ‘건건이’ 미국의 허락을 받도록 강제해 왔다. 그런데 이번 신협정에서는 미국이 연구 과정의 일부를 ‘장기 동의’ 해주는 식으로 부분적인 자율성을 한국에 준 것이다. (물론 이번에 동의한 수준으로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는 없다.)

한편 이번 신협정에서 미국은 우라늄 저농축에 대한 향후 논의 테이블(고위급 회담) 또한 약속했다. 저농축 우라늄은 핵발전의 연료가 될 수 있지만, 이 우라늄 농축 공정을 통해 핵무기 제작에 필요한 고농축 우라늄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기존 한미 원자력협정 하에서는 한국이 우라늄 농축을 할 수 없었는데, 이번 신협정으로 한국은 향후 핵발전의 원료에 관련된 우라늄 농축 문제를 미국과 협의할 여지를 받아냈다.

보수 언론들은 신협정이 일본이 재처리 등에서 누리는 수준에 견줘 여전히 부족하다고 아쉬워하면서도, ‘핵 주권’을 향해 한 걸음 내딛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핵폐기물

한국 정부는 해마다 7백 톤 이상 배출되는 핵폐기물을 더는 수용할 공간이 없으므로 재처리를 통해 사용후 핵연료를 재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한다고 해서 핵폐기물이 대폭 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재처리 후 사용할 수 있는 우라늄과 플루토늄의 양이 1퍼센트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재처리를 하게 돼도, 2024년 무렵에는 저장능력에 한계가 온다는 연구들도 발표됐다.

오히려 핵폐기물 처리의 문제점을 진정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재처리 시설을 건설할 것이 아니라 핵발전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 핵 폐기물은 재처리 여부와 상관없이 완전히 처리되는 데에 수십만 년에서 수백만 년이 걸리며, 이 기간 동안 토양, 물, 공기 등을 계속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핵 폐기물 더미들은 언제라도 폭발하거나 새어 나와 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

“후쿠시마보다 고리 원전이 더 위험하다”는 그린피스의 발표가 있었을 정도로 이미 한국의 노후한 핵발전소들의 위험은 널리 알려져 있다. 고리, 영광, 울진 원전에서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이마저도 은폐된 것이 많다는 사실들이 폭로된 바 있다. 그런데도 미국과 한국 정부는 이번 신협정에서 핵발전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해외로 원전을 더욱 쉽게 수출할 수 있도록 인허가를 신속화한다는 내용에도 합의했다.

핵무기

한국이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나 우라늄 농축에 집착하는 것은 핵무장을 향한 열망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 지배자들은 한국도 북한 핵무기에 대항해 적어도 “핵연료 주기*”라도 완성해야 한다고 불평해 왔다.

물론 미국이 “핵확산 측면에서 위험하다” 하고 한국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위선이다. 미국 자신이 막대한 수의 핵무기를 보유한데다, 인류 역사상 핵폭탄을 실전에 사용해 본 적이 있는 유일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국의 핵발전과 핵연구에 간섭하는 진정한 이유는 한국을 자신의 핵우산 아래에 붙들어 놓아 통제하기 위함이다. ‘불안해 하지 말고 미국의 핵무기를 믿으라’고 촉구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번 협정 개정에서 미국은 한국의 위상이 42년 전과는 달리 꽤 높아지고 한미 원자력협정의 만료 시점이 다가오자, 한국 지배자들의 요구를 일부나마 수용해 줬다. 물론 여전히 미국의 통제 하에서 재처리 연구를 해야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 제한적인 변화 하에서도 한국은 연구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그리고 과거 김대중 정부 때 비밀리에 우라늄 농축 실험을 한 것처럼,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위험천만한 시도를 할 개연성도 더 커질 것이다.

한국이 핵무장에 조금이나마 한 발 다가갈수록, 동아시아의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데 일조하는 것이다. 우리가 한미 원자력협정 폐기를 주장하고, 핵발전 전체를 포기하라고 주장해야 하는 까닭이다.

 

* 핵연료 주기

“핵연료 생산 → 사용 → 핵폐기물을 이용한 재처리”로 이어지는 과정을 가리키는 말. 핵연료 주기가 완성되면, 이 과정에서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다량의 플루토늄 등을 보유하는 게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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