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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기고글

이화여대 학생들 시위에 박근혜 뒷문으로 도망치다

김승주 (이화여대 학생,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활동가)

 

지난 10월 29일 박근혜가 ‘제50회 전국여성대회’ 축사를 하러 이화여대를 방문했다가 크게 망신당했다. 박근혜를 맞이한 것은 환영이 아니라 엄청난 분노의 목소리였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규모의 박근혜 방문 반대 운동에 캠퍼스 전체가 들썩였다.

박근혜가 참석한 ‘전국여성대회’는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주최한 행사였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새누리당을 지지하고, 평범한 여성들의 처지를 악화시키는 정책들을 지지하는 상류층 여성들을 대변해 온 단체다. 게다가 이 행사에는 이화여대 초대 총장의 이름을 딴 ‘김활란 여성지도자상’ 수여식도 포함돼 있었는데, 김활란은 일제에 부역하며 여성들에게 위안부 참가를 독려했던 인물이다.

“노동개혁”, 무상보육 등 복지 공약 폐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와 세월호 참사 진실 은폐, 대학 구조조정 등 이화여대 학생들이 박근혜의 방문을 환영하지 않은 이유는 너무 많아서 다 열거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사복 경찰

박근혜 방문 계획은 극비에 부쳐져서, 전날 밤에야 학생들에게 알려졌다. 총학생회, 노동자연대 이대모임, 이화여대 학생행진, 이화여대 청년하다,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원회 이대분회 소속 학생들은 소식을 듣자마자 방문 반대 기자회견과 항의 행동을 조직했다.

처음에는 10여 명이 모여서 행동을 시작했다. 그러자 학생 수십 명이 기자회견을 보고 다가와 박수를 치며 동참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기자회견을 끝낸 후 행사장인 대강당으로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그러나 학생들을 맞이한 것은 수많은 사복 경찰들이었다. 경찰들은 일반인인 척 학교에 잠입해 있다가 학생들이 항의 행동을 벌이자 갑자기 스크럼을 짜고 학생들을 가로막았다. 사복을 입은 여경들 뒤로 두 배나 많은 남성 경찰들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단단한 저지선을 만들었다.

△대학생들의 커다란 반감을 보여 주다 이날 박근혜는 시위대를 피해 후문으로 빠져나가야 했다. ⓒ사진 제공 <민중의 소리>

학생들은 “내 등록금 내고 다니는 학교다! 왜 못 지나가게 하느냐”, “경찰이 학교에 들어와 학생들을 막다니 지금이 유신 시대냐” 하며 항의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이 광경을 보고 동참하는 학생들이 계속 늘어나 3백 명에 이르렀다. 이렇게 커진 대열은 박근혜가 학교를 빠져나갈 때쯤 다른 경로로 행진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남성 경찰과 경호원들이 매우 위험하게 여학생들을 밀치고 돌계단 위에서 떨어뜨리려 했지만 학생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경찰이 여학생들을 폭력으로 대하는 동안 박근혜는 어렵사리 행사장에 입장해서는 ‘여성’과 ‘평화’ 운운하면서 행사 참가자들에게 박수 세례를 받았다. 이화여대 총장 최경희도 박수를 치며 앉아 있던 위선자들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항의 시위 때문에 박근혜는 행사장 입장 시각을 늦춰야 했고, 나갈 때는 “대화 좀 하자”고 외치는 학생들을 피해 후문으로 빠져나갔다. 박근혜가 떠나간 후 정리 집회를 하면서, 우리는 자신감과 힘을 느꼈다. 이미 온라인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화여대 학생들의 용기에 뜨거운 지지와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경호원과 경찰 수백 명이 대학교 캠퍼스에 난입해 여학생들에게 폭력을 가한 광경은 언론을 통해 전국으로 퍼졌다. 이것은 박근혜 정권의 강력함을 보여 주기는커녕 오히려 20분짜리 축사도 수백 명의 경호원을 동원하지 않으면 할 수 없을 만큼 대학생들의 반감이 크다는 것을 보여 줬다.

십수 명으로 시작한 항의 행동이 수백으로 불어난 것은 그만큼 불만이 누적돼 있었다는 뜻이다. 좌파들이 구심을 제공한 것도 중요했다.

항의 행동을 주도했던 이화여대의 학생 단체들은 오는 11월 5일, 최경희 총장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총장실로 항의 방문을 갈 계획이다. 또 ‘우리는 왜 박근혜 방문을 반대했는가’를 주제로 공동 토론회도 여는 등 향후 투쟁을 이어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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