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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기고글

김조광수-김승환 부부 동성결혼 인정 소송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라

양효영

지난 6월 26일 미국 전역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이후 한국에서도 동성결혼 합법화 소송이 시작됐다. 2013년 9월에 공개결혼식을 올린 김조광수-김승환 부부는 서대문구청이 혼인신고를 받아들이지 않자 이를 불복하는 소송을 시작했다.

지난 7월 6일 첫 재판이 열렸다. 서대문구청이 혼인신고를 받지 않은 법적 근거는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는 헌법 제 36조 1항이다. “존엄”과 “평등”을 강조하는 법의 취지와 무관하게 “양성”이라는 표현만 떼어내 동성결혼 반대 근거로 삼은 것이다. 동성결혼 소송에 참여한 50명의 변호인단을 비롯한 적지 않은 법조인들이 주장하듯이 이 법조항을 적극적으로 동성 결혼을 막는 조항으로 해석하는 것은 억지다.

결혼을 남녀 간 결합만으로 제한한다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그동안 사법부는 동성결혼을 사회적·전통적 가치관 등을 내세우며 인정하지 않아 왔다. 박근혜 정부도 동성애에 적대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 총리가 된 황교안과 부총리인 황우여는 모두 보수 기독교를 기반으로 두고 있고 동성애 반대 입장을 분명히 취해 왔다. 서대문구청의 혼인신고 불수리는 이런 남한 지배계급의 태도를 반영한 것이었다. 첫 재판 후 기자회견 자리에서 ‘죽기 전에 우리 관계를 인정해 달라’며 김조광수 씨는 결국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사랑이 가족을 구성하는 전부라면서 그것이 동성애자에게는 왜 결코 해당되지 않을까? 자본주의에서 이성애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이른바 ‘정상 가족’은 자본가계급이 비싼 돈을 들이지 않고도 건강한 노동자를 길러내 착취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래서 남한 지배계급도 많은 사람들이 ‘정상 가족’을 유일한 생활 방식이라고 여기도록 가족에 대한 환상을 부추긴다. 그리고 이성애 가족 질서에 도전하는 성소수자들을 억압해 왔다. 성소수자 가족은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그에 따른 법률적·제도적 권리를 박탈당해 왔다.

이런 법적인 차별과 배제는 성소수자들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오랫 동안 함께 살며 실질적 가족관계를 맺고 있다 할지라도 동성 파트너는 법적으로 인정받는 가족이 아니기에 파트너가 아파서 입원을 해도 보호자로서 간병을 할 수도 없고, 연금을 이어받을 수도, 장례 절차에서 의견을 낼 권한도 없다. 동성 파트너는 법적으론 ‘아무것도 아닌 사람’일 뿐이다.

“40년 동안 같이 산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러다 한 분이 아파서 돌아가셨다. 남으신 분이 아파트에서 물건을 챙겼더니 돌아가신 분의 조카가 이 분을 절도죄로 고소했다. 두분이 살던 아파트 키도 바꿔버렸다. 그래서 남은 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김조광수-김승환 부부 대리인 한가람 변호사)

이런 가슴 아프고 부당한 현실에 맞서 지난 수십 년간 동성애자들이 투쟁한 결과, 전 세계 21개 나라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됐고 시민 결합 제도까지 포함하면 동성 동반자 관계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나라는 35 곳을 넘어섰다. 지난 수십 년간 진행된 여성의 권리 향상과 현대 가족 형태의 변화 또한 성소수자 권리를 쟁취하는 데 더 유리한 상황을 조성했다.

예를 들어, 2014년에 결혼한 부부의 수는 겨우 30만 5천5백 쌍으로 지난 10년 동안 가장 낮은 수치였다. 서울에서 남녀 부부와 미혼 자녀로 구성된 가족의 비율은 2000년엔 전체 가구의 절반이었지만 올해엔 33.6퍼센트로 감소했다. 이 통계에 따르면 15년 후인 2030년에는 그 비율이 25퍼센트로 격감할 것이라고 예상된다(통계로 본 서울 가족구조 및 부양변화). 반면에 1인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4분의 1로 꾸준히 늘어 왔고, 동거 등 사실혼 관계의 가구도 늘어 왔다.

자본주의에서 결혼·출산과 개인들의 성생활은 점점 분리돼 왔다. 올해 간통죄가 폐지된 것은 사람들 사이의 달라진 관계를 뒤늦게 법이 반영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기성체제 일각에서도 가족의 범위를 좀 더 넓혀서 ‘법외 가족’들을 법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는 생각도 생겨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이 발의하려는 ‘생활동반자법’이 이런 시도다. 서구에서는 이런 과정이 한국보다 더 먼저 진행됐고, 그 나라에서의 진보적 성과들이 한국에서의 인식의 변화도 촉진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전통적인 가족이 유일한 생활 방식이라고 생각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 외의 삶의 방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결과 가족에 얽매인 보수적인 관습과 인식도 점점 낡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예컨대, 한국 갤럽의 조사를 보면 2001년과 2014년 사이에 동성 결혼 찬성 여론은 25퍼센트에서 35퍼센트로 상승했는데, 19세~29세 사이에선 66퍼센트의 찬성 비율을 보였다.

변화

그러나 한국에서 동성결혼 합법화를 위해 내딛은 첫 발걸음 앞이 비단길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첫 재판이 열린 다음 날, 황교안의 후임으로 내정된 김현웅 현 신임 법무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퀴어문화축제는 사회의 전통적 가치와 규범에 맞지 않아 제한을 가해야 한다”고 했고 ‘동성결혼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지배자들은 경제 위기 시기에 팽창하는 불만을 소수자에게 돌려서 노동계급을 분열시키려 한다. 그렇기에 이런 분열과 속죄양 삼기에 거부하는 단결된 투쟁이 중요하다. 앞서 말한 사회적 변화들 속에서 지난 20여 년간 한국의 성소수자 운동이 천대와 억압에 굴하지 않고 투쟁해 온 것이 여론을 성소수자들에게 우호적으로 만드는 데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와 올해 우익들의 난동에도 성소수자 자긍심 행진의 규모는 더 커졌고 연대도 더 넓어졌다. 앞으로 진행될 동성결혼 합법화 소송에도 넓은 사회적 연대가 뒷받침돼야 하고, 노동운동도 관심과 지지를 보내야 한다.

한편, 동성결혼이나 시민 결합 제도가 합법화된 나라들에서도 완전한 권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거나 여전히 일상생활, 직장, 공공장소 등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체계적 차별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도 볼 필요가 있다. 가령, 포르투갈에서는 동성결혼이 합법화됐지만 동성 커플에게 아이를 입양할 권리는 보장되지 않는다. 성소수자들에게 상당한 법적 권리를 보장하는 영국 같은 나라들에서도 여전히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나, 일상적 괴롭힘, 차별이 존재한다. 무보수로 노동력 재생산을 떠맡고 있는 이성애 가족을 유지해야 하는 자본주의 체제가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한 체계적 차별의 토양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성소수자들을 이등시민으로 취급하는 것에 반대하고 성소수자들도 이성애자·이성애 부부와 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 이를 온전히 이루려면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투쟁이 개인들 간의 자유로운 성애를 체제의 필요에 맞게 억압하고 억지로 재편하려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도전과 맞물려야 한다.

 

http://wspaper.org/article/16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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