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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로 세상보기 청년·노동자들의 삶과 투쟁 청년학생 기고글

투쟁하는 ‘장그래’들과 함께한 ‘장그래 대행진’에 다녀와서

박한솔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활동가)

민주노총과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가 주최하는 ‘장그래 대행진’에 참가했다. ‘장그래 대행진’은 ‘최저임금 1만 원, 월 2백9만 원!’, ‘모든 노동자에게 생활임금 지급과 근로기준법 적용을!’, ‘장그래에게 노동조합을!’, ‘차별 없는 노동과 비정규직 없는 사회를!’이라는 기조로 전국을 순회하며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캠페인을 벌이는 행사다.

노동자연대 학생그룹은 17일(부산), 18일(울산), 25일(인천), 26~27일(서울) 일정에 함께했다.

6월 17일 부산

첫 일정으로 부산시청 앞 전광판 위에서 농성 중인 생탁 · 택시노동자들에게 연대하러 갔다. 택시 운전 노동자와 막걸리를 만드는 노동자가 함께 싸우는 이유는, 사측이 복수노조 허용 이후에 생긴 악법인 ‘교섭창구단일화’를 이용해 민주노조를 차별하고 탄압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민주노조의 자율교섭권과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같은 날, 행진단은 굉장히 큰 공단이지만 대부분 하청업체로 이뤄져 노조가 거의 없는 부산 녹산공단에 방문하고, 르노삼성자동차에서는 노동조합 탄압에 맞선 투쟁에 연대했다.

△“민주노조 말살법 교섭 창구 단일화 폐지하고 생탁 · 택시 자율교섭권 인정하라”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거리 행진하는 부산 장그래 대행진 참가자들.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6월 18일 울산

첫 일정으로 ‘먹튀 폐업’으로 임금마저 못 받고 부당하게 해고된 미포 조선의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러 갔다. 현대미포조선은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며 조선업 불황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노동자들은 체불임금 지급 등을 요구하며 4개월째 투쟁하고 있다.

그런데 이 날 구사대와 경찰은 장그래 행진단이 도착해 집회를 하려고 하자, 집회 개최를 방해하며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미포조선소 앞에서 경찰의 부당한 탄압에 맞서 항의하는 장그래 행진단.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집회가 끝날 즈음 한 미포조선 노동자는 갑자기 마이크를 잡고 분통을 터트렸다.

“고통스럽다. 저 개새끼들이 화장실도 못 가게 한다. 버스정류장에서 비도 피하지 못하게 한다. 지난 3월까지 나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 시키는 대로 일했다. 나는 정말 일 밖에 모르는 순박한 사람이다. 늦둥이 딸이 있다. 노조라는 게 있는지도 몰랐다. 나는 그저 딸래미랑 놀러 가고 싶을 뿐이다. 하루아침에 가정이 풍비박산 났다. 경찰, 구사대 분들 일부러 이러는 게 아니라는 것 안다. 무능한 강환구 사장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그러나 우리 곁에는 장그래,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있다. 처자식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행진단에 참가한 한 대구경북건설지부 노동자는 이 발언을 듣고 영감을 얻어 시 한 편을 써서 대행진 참가자들에게 나눠 줬다. 노동자들이 투사가 될 수 밖에 없는 사회의 모순을 잘 담아낸 시다.

늙은 노동자

현명석

다섯 살 딸아이를 둔 늦둥이 아버지의 저 절규는 핏발이었다.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그의 용기는 어디서 왔을까. 실직 삼 개월 만의 저 화려한 언변은 누가 만들어 주었는가. 순박하고 착한 저 바보를 누가 눈물 흘리게 했는가. 한 늙은 노동자는 순박한 꿈을 내려 놓고. 누가 투사의 길로 내몰았는가. 하늘은 아무 말 없는데 슬픈 비 마저 내리지 않는다.

현재 미포조선의 노동자들은 서울 국가인권위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계속 투쟁 중이다.

오전 일정을 마친 후, 행진단은 노동조합 인정과 2013년 약속 이행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간 CJ택배 노동자들의 농성장을 방문했다.

하루 평균 13시간 이상 일하면서도 박봉에 시달린 택배 노동자들은 2013년에 처음 노조를 결성하고 투쟁에 나섰다. 사측은 노동자들의 투쟁에 밀려 당시 노동자들에게 몇 가지 노동조건 개선을 약속했다.

그러나 사측은 2년째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없애기로 했던 ‘반품 페널티 제도’(고객이 반송 신청을 한 당일 화물을 제때 회수하지 못하면 노동자들이 받는 수수료를 삭감하고, 일주일이 지나면 물건 값을 노동자들이 직접 물어야 하는 제도)를 지난해 부활시키기도 했다. 다시 가열찬 파업에 돌입한 택배 노동자들의 승리를 기원한다.

이후 홈플러스 노동자들과 함께 “재벌에게 세금을!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1만 원을!” 구호를 외치며 힘찬 행진을 했다.

△울산 홈플러스 노동자들과 함께한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캠페인.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정규직 비정규직 단결로 구조조정 저지하자!” 현대중공업 정문으로 행진하는 장그래 행진단.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마지막 일정으로 정규직 ·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노동조합 가입 운동을 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에 갔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지난해 정규직 노조가 18년 만에 파업을 벌이면서 원하청 연대 투쟁의 중요성이 다시 제기된 바 있다. 사측이 조선업 위기의 대가를 모든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는 때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단결해 싸우는 게 매우 중요하다. 행진단은 현대중공업 노동자들과 함께 문화제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 했다.

6월 25일 인천

장그래 행진단은 인천 갈산역에서 ‘최저임금 1만 원! 장그래에게도 노동조합을’ 선전전으로 하루를 열었다.

이후에는 재정난을 핑계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급식비조차 지급하지 않는 인천교육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 함께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급식비를 지급하는 것은 돈을 어디에 먼저 쓸 것이냐는 우선 순위의 문제다. 한 노동자는 보수 교육감에서 진보 교육감으로 바뀌었지만,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진보 교육감 시대에서도 여전히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쟁취해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급식비를 지급하라!” 인천지역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처우 개선 기자회견.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인천 구월동 로데오 거리에서 행진하는 장그래 행진단.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이후 인천 구월동 로데오 거리에서 최저임금 1만 원 캠페인과 행진을 하고, 인천공항으로 이동했다.

인천공항은 전체 7천 명의 노동자 중 무려 6천여 명이 간접고용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2013년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고 파업을 벌여 성과를 얻어낸 바 있다. 그런데 사측은 2013년 파업 이후 민주노조를 집요하게 탄압했다. 민주노조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청소 카트차를 빼앗고, 힘든 구역만 일을 시키는 차별을 일삼았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민주노조를 사수하기 위해 1인 시위를 하며 저항을 계속했다. 이런 활동으로 민조노조를 탈퇴한 일부 노동자들이 다시 가입하기도 했다고 한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간담회.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최근 사측은 메르스로 인한 마스크 지급을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는 하지 않아 분노를 사기도 했다.

사측의 탄압에 맞서는 힘이 무엇인지 질문하자 한 노동자는 “언제나 낮은 곳에서 투쟁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사회가 제대로 굴러간다. 민주노조를 지키는 것은 나를 지키는 일이다.” 하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2013년 파업을 이후 노동조합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노동자들은 투쟁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것이다. 사측의 탄압 속에서도 투지를 다지며 굳건히 싸우는 노동자들에게 많은 감동을 받았다.

노동자들과 대화를 나눈 이후, 인천공항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1만 원 캠페인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유인물을 잘 받고 관심을 보였다. 특히, 승객의 짐을 옮기고 승객 안내를 하며 분주히 일하던 공항의 노동자들(비조합원)이 유인물을 받아보고 최저임금 1만 원이 정말 필요하다며 공감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인천공항에서 최저임금 1만 원 캠페인을 하면서 일하는 노동자와 대화를 나누는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캠페인이 끝난 후 홈플러스에 방문했다. 홈플러스는 최근 매각 논의로 노동자들은 구조조정의 우려가 있기도 한 곳이다. 무엇보다 마트 노동자들은 최저임금보다 겨우 2백 원 높은 시급을 받으며 살아가야 한다. 딸아이가 학원을 가고 싶은데 차마 보내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는 노동자의 말에 행진단 참가자 모두 눈시울이 붉어졌다.

최근 경총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고용이 줄어든다는 둥 협박을 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피땀으로 이윤을 벌어온 자본가들에게 우리의 몫을 되찾는 것은 정당하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최저임금 1만 원이 당장 필요하다.

‘장그래 행진단’은 “홈플러스 매각 반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의 요구를 담은 팻말과 유인물을 들고 홈플러스 매장 안을 돌아다니며 선전전을 했다. 바쁜 와중에도 우리를 향해 밝게 미소 지어주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홈플러스 노동자들과 함께 홈플러스 마트 내부를 순회하는 장그래 행진단.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장그래에게 노동조합을! 비정규직 차별철폐! 최저임금 1만 원!”

빗속에서도 쩌렁쩌렁하게 구호를 외치며 문화제로 하루를 마감했다.

6월 26 ~ 27일 서울

6월 26일부터 27일, 장그래 대행진은 서울에서 활동했다.

‘투쟁하는 장그래들과 함께’라는 기조로 하이디스 투쟁과 기아차 비정규직 고공농성 투쟁에 연대했다.

△“먹튀자본, 살인자본 하이디스 정리해고 철회하라!”, “배재형 열사를 살려내라 !” 하이디스 집회에서 연대 투쟁 발언을 하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노동자.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장소를 이동하는 동안은 지하철 1호선과 2호선을 타면서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대시민 선전전을 진행했다. 사람이 붐비는 신촌에서 ‘이 돈으로 살아봐’ 노래에 맞춰 플래시몹을 했는데, 이목을 받았다.

△지하철에서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유인물을 나누어 주는 장그래 행진단.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이 돈으로 살아봐’ 플래시몹.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 “임금피크제로 청년실업 문제 해결이 상생고용? 노동자 청년 다 죽이는 살생고용!” 노동자 청년 이간질 말고 좋은 일자리 제공하라!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마지막 날인 27일에는 ‘최저임금 1만 원 쟁취!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하고 해단식을 가졌다.

장그래 대행진은 여러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함께한 소중한 경험이었다. 대행진에서 만났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이 청년들의 미래일 수도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느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현재 자신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싸우는 것은 곧 청년들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이 돈으로 살아봐’ 율동을 선보이는 장그래 행진단.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최저임금 1만 원을 외치며 장그래 대행진을 함께 마무리하는 노동자들과 학생들.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박근혜 정부는 사악한 이간질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와 청년을 이간질하며 경제 위기의 고통을 떠넘기려고 한다. ‘해고는 쉽게, 비정규직은 많이, 임금은 낮게’ 만들려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 개악은 저지돼야 한다. ‘최저임금 1만 원과 노동시장 구조 개악 저지’를 내건 민주노총의 7월 15일 2차 파업이 잘 성사되기를 ‘장그래’들은 바라고 있다.

http://wspaper.org/article/16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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