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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기고글

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장그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가

박한솔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활동가)

“장그래’를 살리자!”

‘장그래’로 표현되는 청년실업 문제는 중요한 사회적 의제다. 정부는 ‘정규직 과보호’가 청년 실업의 원인이라고 끊임없이 이간질을 한다. ‘정규직 과보호’를 풀면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식이다. 그래서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한다며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밀어붙인다.

그런데 노동운동 내에서도 이런 논리를 제대로 반박하지 못하거나 일부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한겨레> 4월 25일자 ‘노사정 “장그래” “장그래” 말만 … 실제로는 정규직 의제만 논의’ 기사에서 조성주 씨는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을 완화하는 게 쟁점이 됐다. 취업도 못하는 장그래한테 취업규칙이 뭐가 중요하냐. 노동 3대 현안(통상임금 명확화, 노동시간 단축,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도 장그래 이슈가 아니다. 장그래한테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이 절실했다”며 조직 노동자들의 요구는 장그래들과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노동시장 구조 개악 저지에 맞선 노동자 투쟁이 장그래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규직 의제’와 ‘장그래 의제’는 연결돼 있다. 조성주 씨가 장그래와는 상관없다고 한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를 정부 뜻대로 하면, 취업규칙을 사용자 마음대로 바꿀 수 있게 된다. 현행법상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할 경우, 해당 작업장의 노동자를 절반 이상 조직한 노동조합 혹은 과반수의 노동자들로부터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그 절차를 없애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노동조합이 없는 곳에서는 사용자가 마음대로 취업규칙을 바꿔 임금을 깎거나 해고를 쉽게 하는 규칙들을 만들 수 있다. 노동조합이 있으면 투쟁과 교섭 등으로 얻어 낸 단체협약을 취업규칙보다 우선 적용받기 때문에 악질적인 취업규칙으로부터 그나마 보호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취업규직 변경 요건 완화’는 노조가 없는 중소영세 사업장에서 일하거나 비정규직인 청년들의 노동조건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부는 취업규칙 변동과 연동해 해고도 쉽게 하려 한다. 현행법상 ‘긴박한 경영상의 어려움’일 때만 가능한 해고를, 개별 성과제도를 강화해 더 쉽게 해고하겠다는 것이다.

하향평준화

임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임금체계 개악은 전체 노동자 임금 수준을 낮추려는 시도다. 정규직의 임금을 낮추면 그보다 열악한 노동자들이 임금을 자신감 있게 올리기 어려운 조건이 된다.

통상임금 범위를 축소시키는 것도 임금 전반을 깎으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조성주 씨는 또 “얼마 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집회에서 ‘60대도 88만 원 세대로 만들 거냐’고 쓴 손팻말을 봤다. 화가 나더라. 노동계가 20대 88만 원 세대를 위해, 노량진에서 컵밥 먹으며 9급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청년들을 위해 무얼 하고 있나”라며 공무원 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무원 노동자 투쟁을 이기적인 것마냥 몰아간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공무원 연금 개악은 전체 공적연금의 하향평준화를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공무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 박근혜 정부는 약속한 기초연금 20만 원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용돈 수준으로 하락한 국민연금을 기준으로 공무원연금을 개악한 후 전체 공적 연금을 깎고 사적 연금을 활성화시키려는 것이다.

또한, 애초 새누리당의 개악안은 2015년 이후 신규자의 경우 연금수익비를 1~1.3로 엄청 낮추고, 2016년 이후 들어오는 신규자는 국민연금과 똑같은 기여율과 급여율을 적용해 공무원연금이라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차라리 은행에 저축을 하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교사 · 공무원 노동자들의 반발과 투쟁 때문에 신규자들의 연금을 재직자들보다 더 심하게 깎으려던 시도는 철회됐다. (하지만 연금 개악 자체가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투쟁은 계속돼야 한다.)

이처럼 공무원 연금 개악 저지 투쟁은 “노량진에서 컵밥 먹으며 9급 공무원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연금 개악은 국가가 버린 노후를 청년들에게 떠넘기는 시도이기도 하다.

‘장그래’는 ‘오과장’이 되고 싶고, 돼야 한다. 둘은 이해관계가 다른 집단이 아니다. 오과장의 임금을 깎거나 오과장을 해고한다고 곧장 고용이 창출되고 정규직이 늘어날까? 중요한 것은 청년 실업의 진정한 원인과 대안을 제시하고, 청년 실업을 해소하기 위한 운동을 전진시키는 것이다.

청년 실업

청년 실업은 경제 위기로 일자리를 늘리지 않는 기업 때문이다. 10대 재벌의 사내보유금만 5백4조 원이나 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보고를 보면 10대 재벌 사내보유금의 1퍼센트만 있어도 재벌 기업의 사내하청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 2.5퍼센트만 있어도 현재 청년 실업을 해소하고, 5퍼센트를 쓰면 1백만 개의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고용할 수 있다는 통계도 있다.

또,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임금’과 ‘경직성’ 때문에 일자리가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한국의 연간 임금총액은 OECD 29개국 중 22위에 불과하다. 저임금 계층 비율은 1위이고 근속년수 평균 기간과 장기근속자비율은 꼴찌다.

한편 조성주 씨가 ‘노동시간 단축’도 장그래와 상관이 없다고 한 것은, 어떻게 청년실업을 해소할 것인지에 대해선 답하지 못하는 셈이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OECD 국가 중 2번째로 높다. 1년에 무려 2천1백63시간이나 일한다. 한편에선 고용된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에 허덕이고, 다른 한편에선 청년들이 취업난에 허덕인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노동시간을 OECD 평균으로만 단축해도 고용률 70퍼센트 이상을 달성 할 수 있다. 노동시간을 줄여 양질의 일자리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자본가들은 이를 한사코 거부한다. 적은 인력을 더 오랜 시간 혹사시키는 것이 신규 인원을 충원하는 것보다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금피크제(고령자 임금 깎기)를 도입해 숙련직을 계속 값싸게 부려먹고, 신규 채용은 미루는 것이다. 그래도 인원이 필요하면 비정규직으로 충원한다.

정부는 ‘일과 학습의 병행’라는 이름으로 기업들이 대학생들을 값싸게 부려먹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 실습생이라는 명분으로 같은 일을 하면서도 기존 노동자들보다 낮은 임금을 주고, 언제라도 해고하라는 것이다.

대안

조성주 씨는 ‘고용보험료를 인상하여 실업급여’를 제공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 같다. 실업급여는 당연히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그 재원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 고용보험료 인상을 제시한 것은 모호한 구석이 있다. 실업급여는 실업에 책임이 있는 정부와 기업주들이 내야 할 돈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조성주 씨가 언급한 ‘수습사원 부당해고, 열정페이’와 같은 문제들은 근로기준법이 철저하게 지켜질 때 막을 수 있다. 그래서 민주노총의 요구 중 하나인 ‘근로기준법 전면적용’은 장그래에게도 중요하다. 따라서 장그래들이 민주노총에 등돌릴 것이 아니라 함께 싸우고 연대를 건설해야 한다.

심각한 경제 위기 속에서 박근혜 정부는 전체 부에서 노동이 가져가는 비중을 줄이려 한다.  박근혜 정부의 공격은 정규직뿐 아니라 비정규직, 고용된 노동자, 청년 실업자 모두를 겨냥하고 있다.

1997년 ‘IMF 위기’ 당시 정규직들이 해고된 후 비정규직이 대거 늘어났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양보로 고용 기적을 이뤘다’는 독일의 하르츠 개혁도 그렇다. 2003~08년 동안 늘어난 일자리 대부분이 저임금 시간제 일자리였다. 그 결과 독일 노동자 7명 중 1명 꼴인 5백30만 명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다.

그러므로 정규직이 자신들의 현재 조건을 지키는 일은 청년들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투쟁하지 않고서 청년들을 위한 재벌들의 곳간은 열리지 않는다. 청년들은 민주노총이 투쟁을 멈추지 않고 요구를 쟁취할 때까지 싸울 수 있도록 지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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