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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기고글

세월호 진상규명 운동에 참가하며 제기된 몇가지 쟁점들에 대해

강병준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 연세대 학생)

4월 16일에 열린 대학생 세월호 추모행진에 대한 연세대학교 학생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행진에 참가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학생들이 모이는 대화방에는 1백30명이 모였고, 수십 명이 실제로 16일과 18일 양일 집회에 참가했다. 집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유가족들을 향해 저질러진 경찰의 잔인한 폭력에 분노하며 거리 투쟁에 열심히 결합했고, 18일 밤 마침내 유가족과 만남을 성사시킨 기쁨을 함께했다.

그러나 18일 집회를 두고 SNS 상에서는 시위대의 ‘폭력성’을 운운하는 악의적 게시물들이 돌아다녔고, 일부 학생들은 그런 게시물과 댓글들을 보며 동요하기도 했다. 일부 학생들은 거리 투쟁이 겉보기에 과격한 장면을 연출해서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사람들이 투쟁을 지지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거리 투쟁이라는 방법 자체가 효과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어떤 학생들은 국가 권력과의 투쟁보다도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대안을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나는 세월호 진상규명 투쟁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지지를 얻고 힘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토론하는 동료 학생들을 격려하면서, 세월호 진상규명 투쟁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관해 뚜렷한 전망을 제시하고 그것을 통해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이 글을 썼다.

시위대의 ‘폭력성’?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65.4퍼센트가 현재 세월호 진상규명이 불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는 것만으로 어떤 주장이 실현될 수 있다면 이미 세월호에 대한 더 진전된 진상규명 조처는 취해졌을 것이고, 이를 가로막는 시행령은 폐기됐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은 것은 국가 권력이라는 힘이 강경하게 그것을 가로막고 철저하게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월호 진상규명을 염원하는 사람들의 수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들이 얼마만큼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느냐가 더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사람들의 수와 사람들의 힘은 비례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예컨대 수적으로는 얼마 안 되는 유가족들이 1년이라는 세월의 바다와 부침하는 여론의 파도, 또 잔인한 인권침해를 동반한 국가 권력의 가혹한 탄압을 뛰어넘어 2015년 오늘까지 투쟁의 불길을 이어와 끝끝내 다시 한 번 들불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과 진상규명을 위한 성역 없는 수사, 또 그것을 통해서만 진정하게 가능할 안전사회 건설을 함께 염원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적 힘을 모으는 것이다. 아직까지 확신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널리 유가족과 우리의 주장을 알리고 동의하도록 설득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그것과 함께, 그것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 두 가지 더 있다. 이미 함께하고 있는 우리 자신의 힘과 자신감을 키우고 조직화하고 집중하는 것이 하나이고, 우리가 염원하는 것을 가로막고 방해하는 지배 권력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의 약점을 노리는 것이 나머지 하나이다.

대중 집회는 우리 자신의 힘을 확인하고 격려하여 우리 자신의 힘을 굳건히 하는 과정이다. 또한 우리가 맞서야 할 지배 체제를 향해 힘을 과시하고 압력을 넣는 일이기도 하다. 동시에 우리 자신이 대안을 쟁취할 힘이 있음을 보이고 또 그것이 국가 권력을 흔들 수 있음을 보여 줌으로써, 그 대안을 대중에게 현실성 있게 전달하고 대중의 지지를 모으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거리 투쟁이 주류 언론들이나 SNS에 의해 폭력 충돌로 비쳐지기 쉬우므로 대중에게서 지지를 모으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는 주장은 다소 일면적이다. 대중의 진정하고 끈기 있는 지지는 언론이나 SNS의 단편적인 이미지에 따라서만 결정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투쟁하는 대오가 경찰의 가혹한 탄압과 폭력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싸우는 단단한 결집력을 보여 주고, 그것을 통해 정부를 압박하고 변화를 쟁취할 수 있다는 힘을 보여 줄 때, 많은 대중들이 진정으로 투쟁을 지지하게 될 수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만나고 헌화를 하겠다는 집회 참가자들의 소박한 바람마저 짓밟으려고 초유의 대병력과 중장비를 동원해 광화문 광장을 포위한 국가의 폭력 앞에,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그저 무력하게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경찰의 차단벽을 돌파하여 끝내 유가족과의 만남을 성사시키는 장면을 만방에 보여 준 것은 결코 무의미한 일이 아니었다. 조중동과 우파적 네티즌들은 낙서가 그려진 경찰 버스 사진 등을 보여 주며 시위대의 ‘폭력성’을 부각하려 하지만, 진실은 방패와 물대포, 최루액을 무자비하게 난사하는 경찰을 맨손으로 시민들이 맞서야 했다는 것임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어떤 주장은 단지 그 내재적 옳음과 논리적 완벽함만으로 사회적 힘을 발휘하지 않는다. 그것이 실현 가능한 현실적 주장임을 사람들이 확신할 수 있으려면 사회적 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사회적 힘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사회적 여론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서로 맞물려 함께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안전사회 건설은 어떻게 가능한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화두로 떠오른 안전사회 건설은, 안전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것을 생존 방식으로 삼아 지금까지 이득 보아 온 자들을 철저히 몰아내고, 다시는 자기 이익과 기득권을 위해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소홀히 여기는 자들이 용납받지 못할 것임을 명명백백히 보여 주는 것으로써 가능하다.

지금의 문제는 바로 국가 권력이 이것을 체계적으로 방해하며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 권력과 싸우는 것보다 안전사회 건설 대안 마련이 중요하고 시급하다”는 주장은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을 억지로 떼어놓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국가 권력과의 싸움을 우회하고서, 진정하고 지속 가능한 형태의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조처가 마련될 수 있을까? 전과 똑같은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살아남을 수 있음을 알게 된 관료들은 형식적인 입법·행정 조처 따위를 손쉽게 무력화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안전사회 건설’은 생각보다 훨씬 급진적이고, 강력한 힘과 커다란 싸움이 필요한 목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세월호와 총파업은 만나야 하는 것이다. 민주노총 노동자들은 그저 수만 많은 것이 아니라, 잘 조직되어 있고, 싸움의 경험이 많고 훈련되어 있다. 또한 지금 이들은 정부의 공적연금 약화 시도와 노동시장 개편에 맞서 싸워야 할 상황에 내몰려 있으며 싸울 의지가 높다.

노동자라는 사회집단이 자본주의 생산양식에서 갖는 고유한 구실 때문에 조직노동자들은 수 이상의 힘을 갖는다. 수만 명의 시민이 거리에 나와서 시위를 하면 여론을 통해서 정부나 기업들을 압박할 수 있지만, 수만 명의 노동자가 근무를 이탈하면 기업이 입는 손실 액수는 즉각적으로 막대하게 나타난다. 이처럼 자본주의 체제가 유지되는 근본 메커니즘을 공격하는 노동자들의 힘을 통해서 체제의 근본적 변혁을 시도할 때, 세월호와 같은 참사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이 그저 별 상관 없는 남의 싸움에 좋은 마음으로 연대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월호를 통해서 드러난 이윤 중심 사회의 모순과 안전의 문제가 바로 노동자들 자신의 문제임을 인식하고서, 자신들 고유의 쟁점과 세월호 진상규명 요구를 함께 결합시켜 싸움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해마다 7백여 명이 산재로 목숨을 잃는 건설노동자들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상경 투쟁을 벌여, 산업 현장에서의 안전에 관해 기업이 책임지도록 법안을 제정하고 정부가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라고 요구했다. 이같은 조처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조처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의료민영화에 맞서 투쟁해 온 보건의료 노동자들도 총파업에 참여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우리 청년 대학생들은 유가족과 유가족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투쟁이 우리 모두를 위한 안전사회 건설을 위해 필요한 일임을 주장하며 투쟁하는 유가족들을 지지·엄호해야 한다. 특히 4.24 민주노총 총파업과 세월호 유가족들의 투쟁이 힘있게 결합함으로써 두 투쟁이 모두 승리할 수 있음을 주장하고 지지해야 한다.

▷ <노동자 연대>에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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