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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논평]

공무원 연금 개악을 반대해야 하는 이유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역대 최악의 공무원 연금 개악을 밀어붙이고 있다. 개악안이 통과되면 재직공무원은 더 내고, 덜 받고, 늦게 받는다. 삭감되는 연금을 모두 더하면 두 자녀의 4년치 대학 등록금 정도 되는 돈을 빼앗기는 셈이다.

연금 개악의 진정한 배경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권이 꼭 이뤄야 할 제일 중요한 정책”이라며 연금개악을 졸속으로 처리하려 한다. 마치 경제를 살리기 위한 필수적 과제인 것 마냥 호도한다. 그러나 연금개악은 세계경제 위기 이후 주요 국가들이 밀어붙인 신자유주의 정책의 필수코스였다. 미국의 양적 완화 종료, 중국 경제 성장률 둔화 등으로 세계경제가 또 다시 악화할 전망이 보이자 박근혜 정부도 재정 지출을 삭감하며 온갖 신자유주의 공세를 퍼붓는 것이다. 그래서 올해 초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공공부문 공격, 규제완화와 민영화 등을 핵심 과제로 꼽았고, 그 일환으로 공적 연금 삭감을 포함시켰다. 기초연금, 국민연금, 공무원연금도 모두 공격의 대상이었다. 공적 연금은 더 내고, 덜 받고, 늦게 받는 방향으로 개악돼 왔다.

국민연금은 평균 수령액이 30만원밖에 되지 않는 ‘국민용돈’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박근혜가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씩’ 지급하겠다던 기초연금 대선 공약은 결국 사기로 드러났다. 20만원 전액을 받는 노인은 전체의 37.3퍼센트에 불과하다. 공무원연금도 계속 삭감돼왔다. 이제 박근혜 정부는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떨어뜨리려 한다.

이 모든 공적연금 삭감의 종착역은 공적 연금 전체의 하향평준화다. 정부는 먼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부실하게 만들어 놓고, 그것을 기준으로 공무원연금을 낮추려고 한다. 이는 공적 연금 전반을 부실하게 만들고 사적 연금을 활성화하면서 보험회사들이 활개치게 만든다. 또한 공무원연금을 개악하면서 또다시 국민연금을 비롯한 다른 모든 연금을 더 삭감할 것이다.

실제로 공적 연금을 이런 방식으로 약화시킨 다음, 이로 인해 깎여 나간 노후 소득을 개개인들이 민간보험에 가입해 각자 해결하라는 사악한 프로젝트는 1990년대 이래로 여러 국가들이 시행한 것이다.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이처럼 각각의 공적 연금 공격은 서로 밀접히 연관돼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새누리당은 ‘국민연금이 열악한데 공무원들만 특혜를 누리느냐’며 형평성을 맞추자고 한다. 그러나 공무원연금 삭감을 추진하는 자들은 그 동안 국민연금과 기초연금도 누더기로 만들어 온 당사자들이다. 문제의 핵심은 공무원 연금이 너무 많은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이 너무나 열악해 노후 소득보장이 안 된다는 것이다. 진정 정부가 고령화 시대를 대비한다면 공무원연금을 삭감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연금 전체를 강화해야 한다.

진정한 철밥통은 누구인가

공무원 노동자들에게 ‘철밥통’이니 ‘특혜’니 운운하던 작자들이야 말로 진정한 철밥통이다. 2014년 현재 이명박과 김영삼은 매달 1554만원을 연금으로 받고, 국무총리 정홍원은 2004년도에 퇴임하면서 매달 4백 28만원의 공무원연금을 받았다. 국회의원들은 4년동안 연봉 1억 4천여만원에 온갖 특혜와 부수입을 얻고도 해마다 스스로 연봉을 올린다. 일반직 공무원의 임금은 민간기업 대비 77.6퍼세트 밖에 되지 않는 반면 5급 입직 고위 공무원들은 민간 부문보다 생애 임금이 3억이상 많다.

따라서 ‘상대적 고액 연금 노동자 양보론’이 아니라 이런 자들의 연금을 대폭 삭감해서 ‘하후’의 배분을 해야한다. 조금 더 받는 노동자들의 연금을 양보한다고 해서 정부가 감동받아 좋은 일 하지 않는다. 오히려 하위직 노동자들의 양보에 진정한 철밥통들이 자신감을 얻어 이를 명분 삼아 대대적인 후퇴를 밀어붙일 공산이 크다. 노동자 내부의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그 방식이 중요하다.

조금 더 받는 노동자가 제 살 깎기를 해서 열악한 노동자에게 주는 것은 하향평준화일 뿐이다. 공무원 노동자가 단결해 공무원 연금 개악을 막고,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 연금의 상향평준화를 요구해야 한다.

그래서 새누리당은 ‘하후상박’ 이라며 아무리 생색내도 실제로는 상부든 하부든 연금이 모두 삭감되는 ‘하박상박’일 뿐이다. 매달 1백만원씩 삭감되는 사람들 중에는 고위직 뿐 아니라 교사와 연구직, 계약직 공무원도 포함한다. 일부 고위 공무원들의 수령액을 조금 깎겠다지만 그 돈이 하위직 공무원들에게 가지도 않는다. 새누리당이 하후상박을 말하려면 신규 공무원들에 대한 연금 차별부터 철회해야 한다. 새누리당의 개악안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신규자의 경우 연금수익비가 1-1.3로로 어지간한 예금 이자보다도 낮다. 게다가 2016년 이후 들어오는 신규자는 국민연금과 똑같은 기여율과 급여율을 적용해 공무원연금이라 할 수가 없을 정도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고생하는 청년들에게는 정말 허탈한 일이다.

재정안정화? –부자들에게 세금을 !

또 정부는 ‘재정안정화’를 명분 삼아 공무원연금 때문에 2조-3조원의 재정적자가 발생한다며 국가 재정이 파탄 날 것마냥 호들갑을 떤다. 그러나 기업주와 부자들에게는 연간 수 십조원의 감세혜택을 주는 정부가 공무원 노동자 1백만명의 노후를 위해 쓸 돈이 없다고 엄살을 부리는 것은 역겨운 위선이다.

한국 정부의 공무원연금 지출은 OECD평균의 절반도 안 된다. 독일 공무원 연금의 경우 노동자가 기여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정부가 전액 부담한다. 한국은 공적 연금을 확충하려면 이명박 정부 때 기업주와 부자들에게 깎아 준 세금부터 원상회복해야 한다. 애초 감세의 이유였던 투자는 늘지 않았다. 그 결과 기업이 쌓아둔 사내유보금만 무려 1천조원에 달한다. 그 돈의 일부만 징수해도 공무원연금 부족분을 모두 지출하고, 남은 돈으로는 무상의료를 실시할 수 있다. 기초연금도 대폭 인상할 수 있다.

최근 한 독거노인이 국밥값을 남겨놓고 목숨을 끊은 비극적인 일이 있었다. 너무나 빈약한 공적 연금 때문에 한국의 노인 빈곤률은 OECD 1위고, 노인 자살률도 최고다. 무엇보다 국가 재정 운영의 우선순위를 바꿔야 한다. 노인들은 생계비가 없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데 정부는 군사비에 엄청난 돈을 쓴다. 한국은 군사비 지출이 세계 10위다. 무기 수입은 세계 8위다. 정부가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고 그 돈을 복지에 투입해야 한다.

세대 간 갈등?

이처럼 국가는 노후보장을 제대로 책임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정부와 야당은 마치 현 세대가 많은 연금을 받으면 연금 재정이 열악해져서 다음 세대가 더 많은 보험료를 내게 된다는 식으로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한다.

그러나 연금이란 퇴직한 노동자들에 대한 단순한 ‘수고비’가 아니다. 아등바등 일해봤자 노후가 전혀 보장돼 있지 않다면 노동자들은 일할 의욕이 바닥나 버릴 것이다.

또한 본질적으로 연금은 노동자 재생산 비용을 자본가들이 지불하는 것이기도 하다. 노동자들이 노인을 부양하는데도 돈이 빠듯해서 본인과 자식의 노동력 재생산을 잘 하지 못하게 되면 자본가도 손해를 본다. 그래서 공적연금이 적어질수록 그만큼 사적 부양비가 늘고 공적연금이 많아지면 부양비가 줄어든다. 결국 사회전체로는 일정한 비용을 지출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비용은 노동자를 착취해서 부를 쌓는 자본가가 당연히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다.

공무원 연금도 마찬가지다. 공무원 노동자들은 재직 중 열악한 급여를 받고, 퇴직 후 취업도 제한되며, 정치 활동도 금지된다. 일반직공무원은 100인 이상 민간 사업장 노동자 임금의 77.6퍼센트를 받는다(2013년 기준, 안행부 연구용역보고서). 따라서 공무원연금은 재직 당시 낮은 급여를 미래에 보전 받는 후불임금 성격이 있다.

현재 한국 노인 소득에서 사적 이전 즉, 자식들이 주는 용돈이 차지하는 비중은 40퍼센트 가까이 된다. 반면 공적 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4퍼센트에 불과하다. 따라서 애초에 많은 재산을 갖고 있거나 자식이 크게 성공하지 않는 이상 빈곤은 대물림 될 뿐 아니라 그 자신도 죽는 날까지 가난하다.

현 노인 세대에게 많은 연금이 지급되는 것은 그 자식 세대에게 부담이 아니라 도움이 된다. 어느 세대가 재정부담을 질 것인가가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부자들에게 세금을 걷어 책임져야 하는 일이다. 박근혜 정부의 연금개악 때문에 미래세대는 국가가 버린 부모의 노후를 책임져야 한다. 연금 삭감으로 이득을 보는 이는 미래세대가 아니라 그 부담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긴 정부와 기업일 뿐이다.

우리 모두 안정적인 직장과 노후를 보장받아야 한다. 이것은 지금 박근혜의 공무원 연금 공격을 반대하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공무원 노동자들과 다른 평범한 사람들을 이간질하려는 시도를 분명히 반대하고 공무원 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투쟁을 지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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