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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동성결혼을 지지해야 할까?

최근 몇 년 사이 유럽과 북남미 몇몇 나라들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됐다. 그러나 아시아 지역은 동성결혼은커녕 시민결합 같은 제도도 도입된 나라가 거의 없다. 이번에 대만에서 동성결혼 합법화 가능성이 꽤 된다니 정말 기쁜 일이다.

여전히 수많은 나라에서 동성결혼은 금지돼 있다. 멀리 갈 것 없이 얼마 전, 법원은 김조광수·김승환 부부의 혼인신고 불수리 처분에 대한 항고를 기각했다. 관행상 결혼은 남녀간의 결합으로 해석된다는 이유였다.

△김조광수·김승환 부부의 혼인 신고는 끝내 거부됐다. ⓒ사진 조승진

‘정상 가족’ 환상

이성 커플과 달리 동성 커플들은 법적으로 아무런 권리가 보장되지 않아 일상 생활에서 여러 차별을 경험한다. “의료보험도 같이 안 되고 부부 소득공제도 못 받고. 우리는 모범시민이에요. 세금은 두 배, 권리는 절반”이라는 김승환 씨의 자조 섞인 말은 많은 동성 커플들이 겪는 서러움을 보여 준다.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임에도, 파트너가 아파서 입원을 해도 보호자로서 간병을 할 수도 없고, 연금을 이어받을 수도, 장례 절차에서 의견을 낼 권한도 없다.

법원은 ‘관행’을 핑계 댔지만, 동성결혼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빠르게 변해 왔다. 2001년 한국 갤럽 설문조사에서 동성결혼 찬성은 17퍼센트에 그쳤지만, 2014년에는 35퍼센트로 증가했다. 비슷한 조사를 한 아산정책연구원 설문은 이 변화가 젊은 층에서는 더 두드러진다고 지적한다. 2010년 20대, 30대의 동성결혼 지지 비율(30.5퍼센트, 20.7퍼센트)이 2014년에는 두 배로 늘었다(60.2퍼센트, 40.4퍼센트).

법원까지 나서서 이러쿵저러쿵 간섭하는 건, 결혼·가족이 단지 개인들의 문제를 넘어서 하나의 제도로서 더 큰 사회적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가족은 아이를 기르고, 노인을 부양하고, 노동자들이 다시 일터로 나갈 수 있게 재충전하는 공간이다. 많은 노동자들도 가족을 무정한 세계의 안식처라고 여겨 지키려 하지만, 지배계급에게도 노동계급 가족은 노동력을 재생산하고, 그에 따른 비용을 떠넘길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런 필요 때문에 국가와 보수주의자들은 출산과 양육을 담당하는 이성애 가족만을 ‘정상적’ 가족으로 보이게끔 애쓴다.

사회주의자들은 지배자들이 개별 가족에 양육·돌봄 부담을 떠넘기고, 이성애 가족만을 ‘정상’으로 여기며, 결혼·가족에 대한 장밋빛 환상을 부추기는 것을 반대한다.

오늘날 ‘정상 가족’은 여러 변화를 겪고 있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1인 가구가 27.2퍼센트로 전체 가구 유형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결혼은 그저 개인의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2명 중 1명꼴로 크게 늘었다(통계청의 ‘2016년 사회조사’). 이런 상황에서 국가가 나서서 결혼과 양육을 미화하며 결혼하라고 부추기면서, 다른 한편에선 LGBT+들의 결혼은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결혼을 할지 말지, 누구와 가족을 결성할지는 아무런 제약 없이 개인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이성애자 커플들에게 인정되는 결혼이 LGBT+에게 인정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동성결혼 합법화는 LGBT+가 쟁취해야 할 다른 법적 권리(군대 내 동성애 처벌 금지, 차별금지법 제정 등)들과 함께 중요한 요구다. 미국에서는 동성결혼 합법화 후 1년 만에 동성 부부가 기존의 30퍼센트 이상으로 늘어났다. 그만큼 많은 동성 커플이 결혼을 바라 왔음을 보여 준다.

법적 평등은 천대받는 수많은 LGBT+의 자긍심을 높이고 LGBT+를 ‘별종’ 취급하는 인식에 맞서기 훨씬 쉽게 할 것이다. 모든 억압과 천대에 반대하며 동성결혼을 포함한 다양한 가족 구성권을 흠뻑 지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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